SF 생태주의
기후 변화는 기술적 특이점보다 사소한가 본문
[기후 변화는 인류의 삶을 아주 부정적으로 바꿀지 모릅니다. 이건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겠죠.]
여러 학자들은 기술적 특이점과 가상 공간을 활발하게 논의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언젠가 다가오고, 인공 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할 겁니다. 일단 특이점을 넘는다면, 인공 지능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인공 지능을 통제한다면, 우리는 기계에 많은 영역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대신 기계가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기계를 통제하든 그렇지 않든 기계는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겁니다.
생산량은 더욱 높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월등하고 효율적인 기계가 인간 노동자들 대신 일한다면, 생산량은 훨씬 높아지고 덕분에 분배 역시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혹은 기계는 부정적인 미래를 초래할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기계에 얽매이고, 우리는 기계의 일부가 될지 모릅니다. 기계는 너무 효율적인 정보 처리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를 따라잡지 못하고 기계에 종속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육체를 버리고 가상 공간에서 살아갈지 모릅니다. 이건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군요. 어쩌면 누군가는 육체를 버리는 것이 왜 잘못된 거냐고 물을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논의들은 정말 사이언스 픽션 같습니다. 사실 SF 작가들은 예전부터 이런 문제들을 숱하게 논의했죠. 인공 지능이 유토피아를 만들거나, 사람들이 기계에 얽매이거나, 다들 육체를 버리고 기계의 일부가 되거나….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저 소설 속의 상상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이런 것들을 논의하고, 그런 논의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알파고가 이런 논의에 충격을 더하는 듯합니다. 인공 지능을 잘 모르는 사람들 역시 기계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더군요.
물론 기술적 특이점이 언제 찾아올지 모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적 특이점이 분명히 찾아올 거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게 100년~300년 안에 찾아올 거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건 먼 미래가 될지 모릅니다. 게다가 우리가 너무 먼 미래만 바라보면,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사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계가 우리 삶을 지배하거나 우리가 기계의 일부가 된다면, 기후 변화 따위는 별로 문제거리가 안 된다. 이건 사소한 문제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흠, 어쩌면 저 말이 맞을지 모릅니다. 인공 지능의 엄청난 발달 앞에서 기후 변화 '따위'는 별로 문제가 안 될지 모릅니다. 아무리 기후 변화가 파격적이라고 해도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겁니다. 종종 어떤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라는 종 자체를 끝낼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글쎄요. 저는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적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인공 지능이 엄청나게 발달한다면, 인류라는 종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육체를 버리고 가상 현실 속으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죠.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기후 변화 '따위'를 걱정하는 것보다 인공 지능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그리 사소한 문제일까요. 인공 지능이나 기술적 특이점이 대단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 변화가 사소한 문제 따위로 취급을 받아야 할까요. 인공 지능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건 기후 변화를 외면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인공 지능의 문제와 기후 변화의 문제는 서로를 밀어낼 수 없습니다. 사실 정말 더 시급한 문제는 기후 변화일 겁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아직 미미한 변화이지만, 기후 변화는 이미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부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적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와중에 많은 고통을 받을 겁니다. 그 고통은 순전히 가난한 사람들과 야생 동물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야생 동물들은 멸종할지 모르고, 가난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겁니다. 사실 지금도 기후 난민들은 굶주림과 학살과 방황 속에서 허우적거립니다. 앞으로 이런 고통이 훨씬 커질 수 있죠. 기후 변화가 인류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만약 인류의 90%가 안전하게 살지만 나머지 10%와 야생 동물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는다면, 그게 사소한 문제일까요. 인류의 90%가 제대로 살 수 있다면, 나머지 10%와 야생 동물들은 타격을 받아도 괜찮을 걸까요. 그건 아니겠죠. 저는 기후 변화가 얼마나 많은 범주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습니다. 10퍼센트? 20퍼센트? 어쩌면 30퍼센트? 과학자들도 정확한 수치를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도 뭐라고 확신할 수 없군요. 중요한 점은 그저 10퍼센트만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그게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야생 동물들은 어떨까요. 이 행성에 우리 인류만 살지 않습니다. 수많은 야생 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기후 변화는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를 비롯해 환경 오염이나 동식물 멸종 역시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기술적 특이점이 훨씬 중요해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기계에게 얽매인다면, 인공 지능이 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기술적 특이점은 기후 변화보다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착취적인 체계 속에서 우리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