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어떻게 사회주의는 환경을 보존하는가 본문
소설 <뒤 돌아보며>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환경 오염을 대충 넘어간다는 겁니다. <뒤 돌아보며>는 사회주의 체계, 더 정확히 말해서 산업 군대가 환경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공은 깔끔하고 깨끗한 도시만 둘러보고, 사회주의자들의 말만 믿습니다. 소설은 어떻게 사회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설명할 뿐이고, 자연 생태계에 하등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사실 19세기 사회주의의 목표는 노동 해방이었죠. 이 당시에도 분명히 생태계 보호 운동이 있었지만, 그게 사회주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든 힘겨운 노동에서 벗어나거나 자본주의 착취를 끝장내고 싶어했으나,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어요. 윌리엄 모리스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의 사상은 대세가 되지 않았죠. 게다가 공산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찬양했고, 끊임없는 발전만을 외쳤기 때문에 환경 보호론자들과 갈등하곤 했습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은 공장의 불결한 작업 환경이나 빈민들의 지저분한 위생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이게 자연 생태계까지 연결되지 않았어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연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연구했습니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농업이 너무 화학 비료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생태계 순환을 방해한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농업이 자연 환경과 농촌 환경, 도시 환경까지 모두 망칠 거라고 여겼죠. 아마 이게 <자본론> 3권에 나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니콜라이 부하린 같은 사람들은 비교적 생태주의적인 면모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스탈린 체제는 무조건 발전만을 추구했고, 덕분에 공산주의는 환경 보호와 정반대라는 인식이 퍼졌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비롯한) 공산주의가 환경 보호에 적대적이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녹색당이나 반핵, 동물 권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고, 사회주의도 이런 영향을 받습니다. 배리 코모너는 <원은 닫혀야 한다> 같은 책에서 산업 자본주의 체계가 얼마나 자연 생태계를 망치는지 이야기했죠. 자연 생태계가 너무 심각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사회주의도 그저 노동 해방만 외칠 수 없었어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은 생물 다양성 감소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에서 자연 생태계가 사라집니다.
덕분에 21세기 사회주의는 녹색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주의 개론서들은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를 꼬박꼬박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 사상이 생태주의 사상과 완전히 똑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회주의는 여전히 생태주의와 다르고,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는 사회주의 담론의 일부분만 차지할 뿐입니다. 생태주의는 사회주의가 여전히 발전에만 신경을 쓴다고 비판하죠. 하지만 좀 더 생각하면, 우리 인류는 <아이슬란디아> 같은 소설처럼 산업 발전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을 겁니다. 모든 도시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풍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윌리엄 모리스는 그런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저 사회주의에만 머물지 않고, 수공업과 목조 건축물들과 풍성한 삼림을 꿈꿨습니다. 철제 다리나 공장 따위가 없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류는 엄청난 산업 발전을 이룩했고, 낭만적인 전원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저 이 시대에 걸맞는 사회주의와 환경 보호를 추구해야 하겠죠. 개인적으로 윌리엄 모리스의 사상에 공감하지만, 모든 도시가 목가적인 풍경으로 돌아간다면 시대를 역행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요한 점은 철제 다리들과 공장들이 늘어선다고 해도 밑바닥 사람들과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는 겁니다. 개론서 <사회주의 ABC>에서 저자는 사회주의 세상도 환경을 오염시킬 거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네, 사회주의 체계도 분명히 환경을 오염시킬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원주민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기후가 바뀌지 않고, 생물 다양성이 어느 정도 보존될 거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게 제일 현실적인 환경 보호 대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칼렌바흐의 '에코토피아'를 이룩할지 몰라요. 하지만 그건 너무 머나먼 이야기일지 모르고, 지금 당장은 <사회주의 ABC>의 교훈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