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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발상과 사회적 축적 본문

사회주의/사회 공학

혁신적인 발상과 사회적 축적

OneTiger 2017. 4. 10. 20:00

혁신적인 발상과 아이디어의 상징은 전구입니다. 누군가가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렸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머리에서 전구가 반짝였다고 비유합니다. 전구가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면, 그건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비유적인 그림입니다. 만화 등에서 흔히 나오는 비유죠. 그만큼 우리는 혁신적인 발상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에우레카!"를 외치며 뛰어나온 것처럼요. 마치 어느 한 개인이 뮤즈 같은 존재에게 느닷없이 영감을 받은 것처럼요. 하지만 사실은 그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스티븐 존슨은 "Where good ideas come from?"이라는 TED 강연에서 진짜 혁신적인 발상은 그런 전구처럼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혁신적인 발상은 수많은 공개된 네트워크 속에서 점차 쌓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처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사방에서 교차하는 도중 생각들의 단편들이 쌓이고 쌓인 후 마침내 혁신적인 발상 하나가 등장합니다. 스티븐 존슨은 이런 주제를 설파하기 위해 커피숍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커피숍은 뭐 그리 대단한 장소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정신없이 떠듭니다. 전혀 학구적이거나 진지한 회의 장소가 아닙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떠드는 와중에 발상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배경도 다르고 전문 분야도 다른 사람들이 한데 어울릴 때, 창의적인 의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영감은 단일한 것도 아니고 순간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 누적되는 것입니다. 스티븐 존슨은 강연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배웠던 사람으로부터, 들어간 커피 전문점의 사람들로부터 말이죠. 이를 새로운 형태로 한데 엮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듭니다. 여기서 실제로 혁신이 생겨나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혁신으로 인도한 공간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생각이 서로 합쳐지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혼란스런 환경이죠."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각자 설익은 생각을 했을 때, 만약 그 설익은 생각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축적된다면, 그건 창의적인 발상으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존슨은 기회가 생각이 서로 맞물렸을 때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강연을 봤을 때, 이른바 '사회적 축적'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현재 누리는 문명의 혜택 역시 사회적 축적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갑자기 만들지 않았죠.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합치고 문명의 혜택을 이룩했죠.


우리는 흔히 위인, 영웅, 정복자, 대통령, 장군, 과학자 등이 문명을 이룩했다고 간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전기를 만들거나 전기를 읽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이끌었다고 생각하죠. 어느 정도 맞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은 오직 그런 사람들의 손에서만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문명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대 문명을 위해 디딤돌을 쌓았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도중 디딤돌을 쌓았고, 그 디딤돌 위에서 현대 문명이 안착한 겁니다. 뭐, 이건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농담처럼 말하자면, 사실 전략 게임에서 보잘것없는 일꾼 유닛들이 자원을 수집하고 건물을 짓고 기술을 올리고 다른 유닛을 생산하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누적된 결과물'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문명을 더욱 발전시키기 원한다면, 더욱 많은 디딤돌을 쌓아야 합니다. 더욱 많은 디딤돌을 쌓고 싶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자본주의 체계는 저런 생각과 정반대입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자기 소유'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어디에서나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심지어 자본주의는 "공산주의가 자기 소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망했다."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소유물이 아예 없다고 말하지만,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죠.) 그래서 개방된 네트워크 따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적 재산권 분쟁이 한창일 겁니다. 물론 저는 표절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표절은 나쁘죠. 문제는 자본주의 체계가 너무 개인의 소유권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회적 축적을 아예 무시한다는 겁니다. 루소의 표현을 빌린다면, 자본주의는 땅바닥에 선을 긋기 위해 아우성입니다. 공개된 네트워크에서는 선이나 벽이 없어야 함에도 자본주의는 어떻게든 선을 긋고 벽을 쌓기 원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교류의 장을 열고 싶다면, 작금의 경제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산만하고 요란한 커피숍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면 우리는 작금의 경제적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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