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세계 정부와 인공지능 본문
스티븐 호킹이 세계 정부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급격히 성장한다면, 인간이 더 이상 그걸 통제하지 못할 수 있고, 따라서 호킹은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나라나 지방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규제와 표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국제 연합 같은 단체를 구성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세계 정부보다 효력이 약할 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솔직히 지금도 국제 연합은 세계 문제에 별반 관여하지 못하죠. 미국 같은 강대국은 국제 연합의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다국적 기업들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사무총장이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죠. 장 지글러가 코피 아난의 무력함을 한탄하던 글이 떠오르는군요. (어쩌면 그래서 기름장어 같은 사람이 눌러앉기 좋았을지도….) 만약 세계 정부가 등장한다면, 국제 연합보다 훨씬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위험한 인공지능이나 무인기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세계 정부가 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솔직히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같은 강대국들만 서로 아웅다웅하고, 다른 나라들은 거기에 질질 끌려가지 않을까 싶어요. 미국이나 중국은 세계 정부랍시고 자기네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싶어하겠죠. 그냥 겉모습만 세계 정부일 겁니다. 사실 세계 정부는 왕년에 급진적 사상가들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허버트 웰즈는 몇몇 소설이나 사설에서 세계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인류가 자멸을 피하기 위해 전세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21세기 사람의 눈으로 보면, 좀 독재적인 면모가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웰즈조차 말년에는 세계 정부가 가능할지 회의적이었다고 하죠. 차라리 그냥 인류가 사라지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쩐지 커트 보네거트가 떠오르는군요.) 강력한 세계 정부는 분명히 매력적인 꿈이지만, 세계 정부보다 노엄 촘스키의 예측처럼 수많은 코뮌의 연합체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력한 세계 정부는 그만큼 독재 정치로 변하기 쉽겠죠.
그리고 인공지능의 급부상…. 흠, 정말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지나면, 인류를 압도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회의적입니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기계는 인간의 하인일 뿐이고 인류를 넘어서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처럼 세계적인 학자가 저렇게 말한다면, 인공지능의 발달을 그저 가볍게 생각할 수 없겠군요. 그래도 만약 클리포드 시맥의 <도시>처럼 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