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109)
SF 생태주의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이버펑크 소설들은 '통 속의 뇌'라는 가정을 즐겨 이용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가상 세계에 갇혔다면, 그 사람은 가상 세계와 현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진짜 사물을 보고, 진짜 냄새를 맡고, 진짜 맛을 느끼고, 진짜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할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전부 착각입니다. 그 사람이 보고 맡고 느끼고 듣는 사물과 냄새와 맛과 소리는 전기적인 신호에 불과합니다.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중앙 처리 장치는 온갖 신호들을 보내고, 그 사람은 그저 전기적인 신호를 받을 뿐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현실을 느끼고 싶다면, 그 사람은 기계에서 뛰쳐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기계가 계속 진짜 같은 신호들을 보내기 때문에 그 사람은 기계에서 함부로 뛰쳐나오지 못합..
는 와 를 잇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와 사이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은 왜 타이렐이 망했는지, 왜 새로운 회사가 인조인간을 만드는지, 새로운 인조인간이 누구인지 설명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내용은 짧고 복잡하지 않습니다. 은 를 전개하는 밑바탕이고, 특별한 주제를 담지 않았어요. 전반적인 줄거리는 인조인간을 향하는 진짜 인간들의 분노와 인조인간들의 반란입니다. 인조인간은 인간들을 위한 노예이고, 수명이 짧습니다. 제조 회사는 인조인간의 수명을 더욱 늘렸고, 대중은 여기에 반발합니다. 사람들은 인조인간들을 공격하고, 인조인간들은 세상을 뒤집기 원합니다. 은 복제인간이나 로봇을 다루는 SF 창작물들이 이야기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아요. 이런 단편 애니메이션에게 뭔가 특별..
[거대 고래 잠수함은 인상적이었으나, 이 애니메이션은 자본주의 문제에 절대 관심이 없어요.] 예전에 라는 OVA에 생체 잠수함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체 잠수함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으나, 솔직히 애니메이션 자체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어요. 멋지게 폼을 잡고 쓸데없는 헛소리를 나열하는 이야기에 시간을 낭비하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를 보기 전에 몇몇 감상평을 읽었습니다. 역시 진부하고 편파적인 의견을 읊어대는 창작물에 불과한 것 같더군요. 애니메이션의 핵심 주제는 환경 오염입니다. 환경 오염이 너무 심해졌기 때문에 어떤 천재 과학자는 남극 기지를 탈취했고 거기에서 각종 수인들과 생체 병기들을 만들었습니다. 과학자는 기후 변화를 일으켰고 수많은 사람들을 수장시켰습니다. 경악스러운 사건이죠. 미치..
[구태여 이런 디스토피아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도시는 디스토피아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은 대도시를 여러 방법들로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 , , 같은 소설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도시를 조명하죠. 에서 또 다른 런던은 밑바닥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에서 온갖 희한한 사람들이 런던에 우글거리고 누군가는 거대한 두족류 신이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고 떠듭니다. 에서 시민들은 다른 도시를 외면하기 위해 기이한 풍습을 형성해요. 저는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소설이 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에 뉴크로부존은 각종 부패들이 모이는 온상 같습니다. 도시는 끊임없이 산업 폐기물들을 배출하고, 시장은 폭력 조직들과 결탁하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빈민들을 몰아내고, 인간들은 다른 지적 종족들을 차별합니..
프레데릭 폴과 시릴 콘블루스는 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어쩌면 두 작가는 이 소설에 잘못된 제목을 붙였을지 모르겠어요. 상인은 물건을 파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소설 주인공은 광고업자입니다. 광고 역시 상품이고 광고업자 역시 광고를 파는 상인이나, 일반적인 상인은 아니죠. 소설 주인공이 광고업계에서 나가기 때문에 어쩌면 두 작가는 그런 행보를 염두에 두었을지 모르겠군요. 아울러 두 작가가 광고업자를 소설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를 추측한다면, 자본주의 체계를 비판하기 위해서일지 모릅니다. 소설 속에서 자본주의 체계는 자연 환경을 엄청나게 오염시킵니다. 천연 자원을 낭비하고, 깨끗한 물을 더럽히죠. 자본가들은 이윤만을 위해 막대한 힘을 쏟아붓고, 정치권은 이걸 막지 않습니다.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은 고난에서 ..
소설 는 토비와 렌이라는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토비와 렌을 번갈아 조명하고, 어떻게 두 여자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주죠. 소설 배경은 폭력적인 디스토피아이고, 수많은 약자들은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토비와 렌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능력이나 힘이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아요. 토비는 어른이기 때문에 세상만사를 좀 더 자세히 꿰뚫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가혹한 시련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렌은 10대 소녀이고, 덕분에 세상 풍파에 그저 휩쓸릴 뿐입니다. 만약 렌이 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지 몰라요. 아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좌절을 느꼈을지 모르죠. 이런 디스토피아에서 토비와 렌 같은 평범한 여자는 성 폭..
소설 은 추레하고 지저분한 디스토피아입니다. 이 소설은 뉴크로부존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그 도시를 통치하는 군부가 얼마나 부패하고 더럽게 굴러가는지 묘사하죠.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시장은 서슴없이 폭력 조직과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폭력 조직이 도시 안에서 위험한 괴물들을 사육한다고 해도 시장은 딱히 상관하지 않아요. 심지어 시장은 기생 생명체나 외계 존재, 악마와도 협력하곤 합니다. 은 판타지 소설인 만큼, 온갖 희한한 생명체들과 외계 존재들을 선보입니다. 그런 존재들은 인류에게 심각한 해를 미칠 수 있으나, 시장은 도시를 유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런 존재들마저 끌어당깁니다. 당연히 시장은 노동자들을 짓밟거나 유사 인간들을 무시합니다. 유사 인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
소설 은 거대 기업의 횡포와 오염, 수탈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거대 기업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모든 것들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요. 거대 기업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의원들을 배정하고, 대통령은 허수아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생산과 대규모 소비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지배하고, 특히 광고는 이런 사고 방식을 더욱 부추깁니다. 상품이 자본주의 체계의 혈액이라면, 광고는 자본주의 체계의 꽃이고 윤활유입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사고, 그 몫은 모두 기업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요. 소설 주인공은 광고 회사의 직원이죠. 현대 자본주의 체계와 광고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사람들은 같은 책에서 자본의 작동 구조를 배우곤 하나, 19세기는 오..
소설 는 어떻게 전세계가 좀비들과 전쟁을 벌였는지 이야기합니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비단 한 지역이나 한 나라가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을 골고루 둘러봅니다. 각 나라들은 저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유지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나라는 없습니다. 따라서 좀비 떼가 몰려와도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르게 대처합니다. 어떤 나라는 손쉽게 좀비들을 물리치고, 어떤 나라는 금방 혼란에 빠지고, 어떤 나라는 고립되고, 어떤 나라는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좀비 떼가 몰려오는 와중에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와 싸우고, 어떤 나라는 내전을 진압하느라 고생합니다. 이 소설에서 좀비 전쟁은 각 나라의 독특한 풍습과 분위기와 사회를 반영합니다. 이 소설이 여타 좀비 아포칼립스와 다른 점은 바로 이런 풍습과 분위기와 사회의 차이..
[게임 처럼, 식물들이 뒤덮은 도시는 디스토피아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는 서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양쪽 모두 암울한 미래를 묘사하기 때문에 때때로 사람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사실 양쪽을 구분하는 기준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수학 공식처럼 답이 딱 떨어지지 않아요. 어떤 창작물은 디스토피아처럼 보일 수 있고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는 확실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습니다. 인류가 몽땅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지구에 인간이 단 한 명만 남았다면 확실히 그건 문명의 몰락이고 따라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불릴 수 있겠죠. 하지만 은 어떨까요. 엄청난 질병이 몰아쳤고 수많은 작물들과 가축들이 죽었습니다. 자원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