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109)
SF 생태주의
[거대 괴수와 생태계 변화와 자본주의 비판이 맞아떨어진다면, 그건 정말 멋진 상상력이 될 겁니다.] 새시 로이드가 쓴 은 환경 아포칼립스입니다. 영어 제목은 카본 다이어리이고, 제목처럼 이 소설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죠. 비단 기후 변화만 아니라 자원 고갈이나 질병 역시 중요한 문제이고, 이런 환경 오염은 대대적인 난민이나 억압이나 내전을 부릅니다. 다시 이런 것들은 좌파적인 투쟁으로 이어지고, 사람들은 정부를 갈아엎기 원해요. 기후 변화를 비판하기 위해 새시 로이드는 여러 상상력들을 추가했으나, 은 별로 사이언스 픽션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소설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 같은 문제를 체험했고, 그걸 머나먼 미래나 다른 차원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마가렛 ..
소설 은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여러 대륙들은 물에 잠겼고, 당연히 대도시들 역시 바다에 잠겼습니다. 몇몇 폐허만 수면 위에 고개를 내밀었을 뿐이고, 사람들은 폐허 속을 돌아다닙니다. 소설 주인공 소녀는 과거 문명이 남긴 지식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폐허가 된 도서관을 들락거립니다. 도서관에서 소녀는 여러 위인들을 만나요.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플레밍, 버질, 플라톤, 셰익스피어, 밀튼, 단테, 바이런, 번스, 톨스토이, 루소, 막스. 도서관은 이 사람들이 창조자라고 말하고,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위대한 창조차가 모두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오는 남자이고, 아이슈타인은 남자이고, 루소는 남자입니다. 소녀는 위인 초상화들을 둘러보나, 여자를 찾지..
소설가 브라이언 올디스는 'cosy catastrophe'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걸 안락한 멸망이라고 부릅니다. 왜 안락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고통을 받으나, 소설 주인공은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기 때문입니다. 존 윈덤이 쓴 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장님이 됩니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무사히 앞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소설 주인공은 초인이 됩니다. 장님들이 사는 나라에서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초인과 마찬가지입니다. 구원자처럼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보살피고 먹거리를 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지옥을 헤매더라도, 주인공은 고통을 피할 수 있고 지옥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소설 주인공은 느긋하고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거기..
단편 소설 모음집 는 환경 오염을 경고합니다. '곰과 함께'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환경 오염을 둘러싼 다양한 사고 방식들이나 재난들을 보여주고, 어떻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환기시킵니다. 번역자 정해영은 가 좌파적이라고 은근히 강조하는 것 같으나, 소설 속에 당파적인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 같이 좌파적인 작가라고 해도 그런 부분을 딱히 강조하지 않아요. 다들 짤막한 소설이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인 내용을 쉽게 집어넣지 못할 것 같고요. 를 읽는다고 해도, 작가들이 어떤 경향인지 금방 파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에 나오는 비극들을 막고 싶다면, 인류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생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환경 운동 역시 중요하나, 생태 사회주..
웹 소설 은 비디오 게임 에서 비롯한 2차 공식 창작물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불량배들과 거래하는 어떤 기술자이고, 살벌하고 절망적인 우주 항구에서 살아갑니다. 우주 항구에서 수많은 불량배들, 빈민들, 용병들은 서로 죽이고, 싸우고, 갈취하고, 배신합니다. 어디에도 인간적인 따스함은 없고, 오직 생존하기 위해 다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일 뿐입니다. 그들은 잠시 정을 맺을 수 있으나, 그건 별로 오래 가지 않습니다. 우주 항구에서 동정이나 연민은 사치에 불과하고, 누군가가 그런 사치를 부린다면 목숨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불량배들이나 용병들은 쉽게 목숨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희생양이 죽을 때까지 그들은 고통스럽게 괴롭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소설 주인공은 살아가는 이유나 희망을 잃습니다. 일상은 변하지 ..
여기에 전형적인 연애 소설이 있습니다. 이 연애 소설에서 어떤 대기업 회장의 아들과 가난한 아가씨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회장 일가는 결혼에 반대하겠죠. 회장 부부는 가난한 아가씨와 그 가족을 무시합니다. 회장 부부는 가난한 가족에게 온갖 비난들과 폭언들을 퍼붓고, 심지어 실력 행사에 나섭니다. 재벌에게 가난한 일가족을 압박하기는 어렵지 않겠죠. 독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화를 내거나 혀를 찰 겁니다. 가난한 아가씨는 숱한 굴욕들을 견뎌야 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아가씨가 드러내는 진심을 인정하고, 심지어 회장 부부조차 가난한 아가씨를 인정합니다. 아가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삽니다. 저는 연애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다면, SF 창작물은 임금 노예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까요.] 롤플레잉 게임 은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와 검마 판타지를 종합한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배경 설정은 흔한 사이버펑크와 비슷하나, 이 게임에는 엘프들이나 트롤들이 있고, 오래된 드래곤들이 있고,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 기업들이 지배하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엘프나 트롤이 기관단총이나 돌격 소총을 들고 로봇들이나 정령들과 싸울 수 있죠. 아마 누군가는 이런 설정이 독특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어요. 아마 누군가는 사이버펑크 장르를 검마 판타지에 억지로 집어넣었다고 비판할지 모르고요. 의 절반은 사이버펑크이나, 절반은 와 비슷한 검마 판타지죠. SF 세상에서 이렇게 과학과 마법을 결합하는 ..
[수많은 광고들, 광고들, 광고들. 이런 풍경은 아주 진부한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입니다.] 비디오 게임 은 사이버펑크 미래 도시를 묘사합니다. 이 게임은 같은 영화가 묘사한 미래 도시를 그대로 모방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죠. 마천루들은 높게 하늘로 뻗었고, 유선형 자동차들은 도로를 누비고, 하늘은 흐리고, 비는 계속 도시를 적시고, 사람들은 각종 사이버웨어들을 달았고, 대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자랑하고, 빈민들은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이런 도시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비밀 요원들을 조종하고, 각종 임무들을 해결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빈민들을 돕거나 도시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어요. 비밀 요원들은 서로 다른 특징들을 자랑하고, 사격이나 암살, 기계 해킹, 무인기 조종, 장거리 저격, 나노 로봇 치..
많은 SF 독자들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설에서 하인라인은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하나, 에서 하인라인은 민족 자결주의와 자유로운 독립을 지지하는 듯합니다. 에서 인류 병사들은 남자들이나, 에서 사람들은 구시대적인 가족 관계에 연연하지 않아요. 따라서 SF 독자들은 하인라인이 극단과 극단을 오간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로버트 하인라인이 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일관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내세웠습니다. 같은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스스로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는 병영 문화를 예찬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 병명 문화가 자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인류 병사들은 스스로 입대했습니다. 아무도 강제로 끌려..
[표지 그림은 정말…. 만약 21세기를 살았다면, 마르크스는 아주 전투적인 환경 보호론자가 되었겠죠.] 소설 은 꽤나 이색적인 제목을 달았습니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이 무슨 상관일까요. 게다가 소설 표지에서 칼 마르크스는 티셔츠를 입고 노란 안경을 썼습니다. 표지 그림 배경은 마치 청바지의 질감 같고요. 사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한창 생각들이 많은 청소년이고, 게다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자동차들이 자연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고, 자동차를 비롯해 현대 소비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계속 소비 문화를 유지한다면, 잘못된 정치 구조 역시 바뀌지 않을 테고요. 이 소설에서 자동차는 현대 소비 문명을 대표하는 상징이고, 자연 환경을 오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