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109)
SF 생태주의
소설 은 스팀펑크 판타지입니다. 스팀펑크는 19세기 유럽에 첨단 미래 기술이나 대체 역사를 투영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만약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서 인공 지능 로봇들이 돌아다니거나, 커다란 수송 비행선이 둥둥 떠다니거나, 개조 동물들이 뛰어다니거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운다면, 그걸 묘사하는 소설은 스팀펑크 소설이 될 수 있겠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책은 의 개정판입니다.)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19세기 런던과 비슷한 뉴크로부존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묘시합니다. 뉴크로부존에는 비단 인간만 아니라 양서류 종족, 벌레 종족, 나무 종족, 조류 종족 등 다양한 유사 인간들이 살아갑니다. 지상과 바다에서 기괴한 동물들은 마차들과 화물선들을 이끌고, 인공 지능 로봇들은 증기를 쉭쉭 뿜습니다. 도시의 한쪽..
예전에 소설 을 이야기했을 때, 저는 '막스'를 언급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소녀는 어떤 폐허가 된 도서관에 들어갑니다. 도서관 속에서 소녀는 세계를 바꾼 위인들 명단을 둘러봅니다.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플레밍, 버질, 플라톤, 셰익스피어, 밀튼, 단테, 바이런, 번스, 톨스토이, 루소, 막스. 소녀는 왜 세계를 바꾼 위인들이 남자들인지 궁금해합니다. 게다가 소녀는 의식하지 못했으나, 위인들은 서구(유럽과 미국) 백인 지식인들이었죠. 목록에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나 아시아 사람들이 없습니다. 비단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구 지식인들을 떠듭니다. 서구 문명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구 지식인들에게 배웁니다. (이 블로그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 블로그는 ..
[이런 디스토피아는 현실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출구가 있을까요.] 소설 와 는 모두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와 달리, 는 미래 사회가 디스토피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 가 다루는 디스토피아는 꽤나 현대적입니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를 SF 디스토피아 목록에서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미래 시점을 상정하고,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다들 를 SF 디스토피아 목록에 끼워넣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와 가 드러내는 차이는 비단 이것만이 아닐 겁니다. 사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숱합니다. 예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 같은 인터넷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 에서 파생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
"만약 미래의 어느 순간에 커다란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재앙이 닥쳐서 일대 각성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것이 결코 더 이상 SF 소설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안에도 참여 경제가 전제하는 소비 행위로의 대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장석준이 쓴 서평집 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는 어떻게 인류 문명이 자본주의 체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 사회들을 검토하고, 그런 대안 사회들을 고민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설명합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더 이상 SF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마 저자는 경제 공황, 핵 무장, 핵 발전소들, 생태계 교란, 기후 변화 등이 엄청난 재앙들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
[디스토피아는 이런 거대 도시를 강조합니다. 어떻게 이런 거대 도시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요?] 소설 은 장기 이식 해결사들을 그렸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생체 공학 회사들은 인공 장기를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이식합니다. 인공 장기를 이식한 사람들은 삶을 연장할 수 있고, 병마나 노화와 싸울 수 있어요. 당연히 다들 인공 장기를 이식하기 원합니다. 문제는 이게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대금을 갚지 못한다면, 해결사들은 그런 사람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추적하고 심지어 인공 장기들을 뜯어갑니다. 해결사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주저하지 않고 인공 장기를 뽑아요. 그런 해결사들은 리포맨이라고 불리고, 사람들은 리포맨들을 두려워하죠. 아마 소설을 읽지 않은 SF 독자들 역..
[문자 그대로 혹독한 스팀펑크 사회. 왜 시민들이 이런 재난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을까요.] 존 브러너가 쓴 는 환경 아포칼립스입니다. 이 소설에서 현대 사회는 생태적인 재앙에 직면했습니다. 환경 오염은 사람들을 피폐한 삶으로 몰아가고, 질병들과 굶주림은 폭동을 부릅니다. 사람들은 대대적인 폭동을 일으키고, 사회 전체가 아수라장에 빠져요. 는 이런 생태적인 재앙을 통해 환경 운동가들과 뉴웨이브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0년대 서구 사회에서 녹색당이나 환경 운동은 크게 부흥했고, 같은 소설 역시 그런 흐름에 속할 겁니다. 아마 는 어떻게 SF 소설이 사회 문제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일 겁니다. 동시에 존 브러너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환경 오염을 막지 못하고 악화시킬 수..
※ 소설 의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서재우가 쓴 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단편 소설입니다. 대재난 때문에 인류는 더 이상 지상에서 살지 못하고 지하로 대피합니다. 지하에서 삶은 팍팍했고, 자원이 매우 모자랐습니다. 그때 누군가는 꾀를 냈고, 인류는 사회 구조를 바꿉니다. 더 정확히 말해 결혼 생활이 바뀌었죠. 이제 더 이상 일부일처(문제가 많은 용어죠.)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년들은 언제 자신이 결혼할지 기다리고, 게다가 꽤나 일찍 결혼하는 듯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왜 소년들이 결혼하는 날짜를 기다리는 걸까요? 자유 연애나 중매는 없는 것 같습니다. 중앙 정부가 부부를 추첨하는 것 같고, 추첨에 따라 누군가는 아내가 되고 누군가는 남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디스토피아 소설들에서 독재 정..
[이런 소설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을 가리키겠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소설 는 클레어 베어 왓킨스가 쓴 환경 아포칼립스입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에 가뭄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덮치고, 몇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을 묘사해요. 저는 를 읽어본 적이 없고, 그래서 뭐라고 자세히 비평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2015년 SF 소설들 중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더군요. 2015년에는 좋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환경 아포칼립스 소설이 나왔죠. 파올로 바치갈루피가 쓴 입니다. 역시 가까운 미래에 가뭄이 사람들을 덮치는 상황을 다룬 것 같습니다. 와 는 똑같이 2015년에 나온 환경 아포칼립스이고,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기후 변화가 어마어마한 가뭄을 밀어붙일 거라고 경고하죠. 비단 이런 두 소..
[환경 아포칼립스가 닥쳤음에도, 는 절망으로 너무 깊이 빠지지 않습니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으로서 는 좀 특이합니다. 초반부 동안 에는 특별한 대사가 없습니다. 세상은 쓰레기들 천국이고, 하루 종일 청소 로봇 월-E는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바쁩니다. 쓰레기들을 치우는 동안 월-E는 여러 사물들을 접하고 관찰하고 사용하나, 그런 행위들은 일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월-E는 (생명력이 끈질긴) 바퀴벌레 친구를 사귀나, 바퀴벌레 이외에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오직 월-E(와 말이 없는 바퀴벌레)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지구에 월-E 이외에 다른 지적 존재가 없을까요. 관객들은 그걸 확실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시점이 지구에서 오직 주인공 청소 로봇만 따라다..
[거대 괴수들과 외계 생명체들과 행성 공학. 생태 문학으로서 은 정말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에릭 콘웨이는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의 과학 역사가입니다. 에릭 콘웨이는 기후 변화를 경고하기 위한 글들을 썼고, 은 그런 글들 중 하나입니다. 제목처럼 는 미래에 암울한 대재난이 다가올 거라고 경고해요. 기후 변화는 미래 세계에 엄청난 파국을 미칠 테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부딪힐 겁니다. 지구 기후는 이미 대대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 세계는 이를 막지 못합니다. 기후 변화가 문제가 되기 전에 현대 문명은 이를 막아야 했으나, 다들 자본주의를 숭배하고 환경 오염에 관심이 없었죠. 1970년대에 과 덕분에 환경 운동들이 강해졌으나, 그것조차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타파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