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109)
SF 생태주의
소설 은 희생양을 이야기합니다. 아니, 제물이라고 할까요. 제물은 다른 사람의 이득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제물을 바치고, 그 댓가를 바라죠. 때때로 사람들은 이득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정도를 넘어갈 수 있어요. 만약 어떤 사람이 이득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면, 그건 비윤리적인 행위일 겁니다. 대중들은 그 사람이 비윤리적이라고 규탄하겠죠. 하지만 현실 속에는 저런 제물들이 많고 많습니다. 제물은 비윤리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리라는 명목으로 제물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그 대신 뭔가 이득을 취하죠. 가령,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누군가가 대연정을 외친다면 어떨까요. 대연정을 외치는 인물은 모두가 함께 뭉치기 위..
소설 은 말 그대로 인류와 도롱뇽의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두 종족의 전쟁은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도롱뇽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면 이나 처럼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 도롱뇽들은 처음부터 인류에게 전쟁을 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노동자 신세였습니다. 도롱뇽들과 처음 조우한 인물은 진주 사업가였는데, 이 사람은 도롱뇽들이 잠수를 잘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도롱뇽들은 양서류 종족이니까요. 그래서 이 사람은 도롱뇽들을 잠수부 노동자로 써먹었습니다. 이게 인류와 도롱뇽의 최초 접촉이었죠. 그 이후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도롱뇽들은 더 이상 하급 노동자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끝내 그들은 인류와 적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맥 매카시의 는 암울한 소설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번역본 표지를 보면, 온갖 찬사와 함께 암울하고 어둡고 막막하다는 비평들이 실렸습니다. 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중에서 특히 핵전쟁 아포칼립스처럼 보입니다. 세상은 항상 어둠침침하고, 매일 눈이 내리고, 날씨는 혹독하고, 모든 게 시커멓게 불탔습니다. 어디에도 밝은 구석은 없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남자와 소년이고, 두 사람은 멸망한 세상을 정처없이 떠돕니다. 그들은 아주 원시적이고 단순한 것에만 집중합니다. 먹고, 자고, 싸고, 걷고, 도망치고, 기타 등등. 그게 전부입니다. 이 소설은 오직 그런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종종 남자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떠올리지만, 그런 생각들은 허무에 다다르곤 합니다. 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강철 군화가 그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는 있다. 물론, 우리가 이것을 증명할 수 없다. 우리의 판단은 추론에 근거할 뿐이다. 정부의 첩보부 요원들은 사회주의 의원들이 테러 작전을 준비했고,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길 날을 결정했다고 보고했다. 그 날이 바로 폭탄이 터진 날이었다. 그 때문에 의사당에 군대가 미리 집결했다. 우리는 그 폭탄을 전혀 몰랐는데, 폭탄은 실제 터졌고, 당국은 그 폭발을 사전에 대비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강철 군화는 미리 알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나아가, 우리는 강철 군화가 그런 폭행을 저질렀으며, 그들이 그런 폭행을 계획하고 범한 것은 그 죄를 우리의 어깨에 떠넘겨 우리의 파멸을 부를 목적에서였다고 고발한다. 우리로서는 그 폭탄을 누가 어떻게 던졌는지 아무도 몰..
을 보면, 온갖 차원의 별별 희한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소설 속의 도시를 수많은 존재들이 복잡하게 어울리는 곳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중에 외계 거미(?)도 있는데, 이 거미는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나열합니다. 이 거미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밑도 끝도 없이 웅얼거립니다. 그래서 외계 거미의 대사는 다른 인물들의 대사와 다릅니다. 아니, 그냥 설정만 다르지 않고, 아예 문장 부호와 글자체까지 다릅니다. 다른 인물들은 이야기를 할 때 큰 따옴표("")를 사용하지만, 외계 거미는 말줄임표(……)를 사용합니다. 다른 인물들은 명조체를 사용하지만, 외계 거미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글꼴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평범한 명조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리고 을 보면, 유전자 개..
예전에 어떤 팟캐스트를 듣던 중이었습니다. 팟캐스트 진행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몇몇 SF 창작물을 늘어놓는데, 하필 죄다 블록버스터 영화였습니다. 그 중에 소설은 하나도 없었어요. 어차피 그 팟캐스트는 사이언스 픽션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행자가 아주 짧게 언급했을 뿐이지만, 왜 하필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늘어놨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진행자는 '블록버스터 영화 =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만으로 SF 장르를 평가하는 경우가 왕왕 있죠. 예전에 그런 기사를 봤습니다. 나 가 크게 흥행하자 어떤 기자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
소설 에는 꽤나 희한한 우주 비행사가 나옵니다. 이 우주 비행사는 남자인데,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섹스하겠다는 일념을 품었습니다. 이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예 대놓고 자신이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할 거라고 다짐합니다. 섹스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X지'가 전부 자기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소설에 저런 단어가 몇 번씩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섹스광이 소설 속의 별난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 우주 비행사는 좀 과장된 캐릭터지만, 그래도 '평범한 남자들'의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강간이나 성 희롱은 사이코패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실 보통 남자들도 기회만 된..
은 SF 개론서입니다. 제목처럼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책은 대재앙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SF 작품들을 분류하는데, 1970년대에는 생태학적 재앙 소설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근미래의 생태학적 위기'입니다. 그 이전에도 생태학적 재앙 소설이 없지 않았으나, 1970년대 시점부터 이런 소설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사례로써 시어도어 토마스와 케이트 윌헬름의 , 윌리엄 왓킨스와 진 스나이더의 , 존 브러너의 등을 꼽습니다. 각각 1970년, 1972년에 나온 소설들입니다. 저자는 이런 소설들이 등장한 이유를 국가와 기업 등의 환경 오염으로 꼽는군요. 환경 파괴와 공해, 인구 폭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고, SF 작가들도 거기에 동참했다는 뜻이겠죠. 사실..
다이안 듀마노스키의 을 보면, 화성 이주 계획을 이야기할 때 킴 로빈슨의 이름을 살짝 언급합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지구가 황폐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유명한 스티븐 호킹도 그렇게 주장했었죠. 듀마노스키는 이게 상당히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과학자들보다 차라리 킴 로빈슨 같은 SF 작가가 더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빈슨은 당장 이상 기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니까요. 더불어 이 양반은 자본주의가 이상 기후와 환경 오염의 범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나오미 클라인도 의 서문에서 킴 로빈슨을 언급했어요. 사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자본주의 비판과 생태계 보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일 겁니다. 이라는 책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