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와 킴 로빈슨 잡담 본문
다이안 듀마노스키의 <긴 여름의 끝>을 보면, 화성 이주 계획을 이야기할 때 킴 로빈슨의 이름을 살짝 언급합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지구가 황폐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유명한 스티븐 호킹도 그렇게 주장했었죠. 듀마노스키는 이게 상당히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과학자들보다 차라리 킴 로빈슨 같은 SF 작가가 더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빈슨은 당장 이상 기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니까요. 더불어 이 양반은 자본주의가 이상 기후와 환경 오염의 범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나오미 클라인도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서문에서 킴 로빈슨을 언급했어요.
사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자본주의 비판과 생태계 보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일 겁니다. <그린 플래닛>이라는 책도 편집했는데, 이 책은 SF 소설을 이용해 생태주의를 논의합니다. 개인적으로 로빈슨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 화성 3부작, <붉은 화성>, <녹색 화성>, <푸른 화성>이 아닌가 합니다. <붉은 화성>의 초반부만 봐도 로빈슨의 성향을 잘 알 수 있죠. 자본주의 때문에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 환경 재앙이 일어나고, 일부 급진적인 인사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시도하고, 기타 등등. 우리나라 불새 출판사에서 한때 <붉은 화성>을 번역했지만, 아쉽게도 절반만 마무리했죠. 완역본이 나오지 못했고, <녹색 화성>이나 <푸른 화성>을 시도조차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불새 출판사의 책들이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고, 그래서 <붉은 화성> 번역판도 중간에 좌초한 듯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나온 킴 로빈슨 소설은 <쌀과 소금의 시대>가 있으나, 이건 좀 아쉬운 작품이라서…. <긴 여름의 끝>이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같은 책을 볼 때마다 <붉은 화성>이 생각나곤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