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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예전에 메갈리아 논쟁이 한창 시끄러웠을 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메갈리아를 비난했고, 그들이 잘못했다고 떠들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메갈리아를 비난하는 이유는 메갈리아가 매우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메갈리아는 험악한 단어들을 쏟아냈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그게 미러링 전술이든 어쨌든, 메갈리아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보였고, 그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메갈리아가 폭력적이라고 들먹였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유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메갈리아가 폭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메갈리아를 비난했을까요. 정말 사람들이 폭력을 반대할까요. 정말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폭력에 관심이 많을까요. 글쎄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폭력에 반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
야생을 연구하기 위해 종종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인적이 드문 장소로 떠납니다. 광할한 숲, 깊은 동굴, 검푸른 심해, 높은 산맥, 혹독한 극지 등등.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이런 장소에서 연구하고, 그래서 어떤 학자들이나 연구원들은 연구실보다 야생 현장을 좋아하죠. 물론 이런 장소에서 연구하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열대 밀림에서 기생충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조직 폭력배나 소규모 군벌과 만날지 모릅니다. 야생 동물을 조사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그 동물에게 공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야생은 인적이 드문 장소이고,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그런 장소들을 꾸준히 방문해야 하고, 그 과정은 위험하거나 기이한 체험이 될 수 있어요. SF 소설 속의 생물학자나 생태학자 역시 그런 기이한 체..
종종 SF 독자들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헛갈린다고 말합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SF 소설들 속에서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인라인은 에서 군인들이 운영하는 사회를 묘사했고, 에서 자유로운 히피를 묘사했습니다. 한편으로 자유인들이 억압적인 지배자들에게서 맞서는 혁명 역시 그렸죠. 이나 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런 소설은 군인들과 폭력을 예찬하는 와 전혀 다르게 보이고요. 한편으로 로버트 하인라인은 철저하게 미국적인 가치를 숭상하는 것처럼 보이나, 같은 소설에서 자본주의와 대의 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듯합니다. 사실 로버트 하인라인은 민주당의 주의회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소설과 민주당의 이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은 (공화당에 비해) 민주..
전쟁이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마 누군가는 그게 공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네, 그래서 SF 작가들은 정말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묘사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공상 과학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나, 어쨌든 SF 작가들은 전쟁이 없는 설정을 구상했어요. 방법들은 다양합니다. 어떤 작가는 인류 문명을 다시 시작합니다. 대재앙이 인류 문명을 덮치고, 찬란한 첨단 문명은 멸망합니다. 사람들은 과학 기술들을 잃고 고대나 중세 수준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진짜 고대나 중세와 달리, 이 '새로운 중세'에는 노예나 하인이 없습니다. 귀족이나 왕족 역시 없습니다. 새로운 중세 사람들은 첨단 문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지배 계급이 없는 문명을 이룩합니다. 지배 계급이 없기 때문에 소소한 갈등들은 벌어질지 모르나..
사이언스 판타지는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리기 쉬운 장르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하고, 어떤 종족은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검마 판타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죠. 가령, 백인 우주 탐사대가 어떤 외계 행성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죠. 그 행성에는 마치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이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은 성깔이 드럽고 못되처먹었기 때문에 선하고 정의로운 백인 탐사대를 공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면, 아마 그 소설은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릴 겁니다. 흑인 원주민을 차별하는 소설이라고 비판을 받겠죠. 그리고 정말 19세기부터 장르 소설가들은 그런 이야기를 썼습니다. 헨리 라이더 해거드부터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존 로널드 톨..
만화 은 사이언스 픽션과 추리를 결합한 탐정 이야기입니다. 사실 사이언스 픽션은 별로 비중이 크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 만화는 탐정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 탐정이 초등학생으로 작아진다는 설정이 핵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불러도 완전히 틀린 시각은 아니겠죠. 어쨌든 이 만화를 그리는 작가나 이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SF 설정에 별로 관심을 없을 듯합니다. 단행본 책표지에서 계속 추리 소설들을 소개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을 탐정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SF 설정은 탐정을 흥미롭게 부각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죠. 지킬 박사를 하이드로 바꾸는 것만큼 기이한 약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음성 변조 장치나 고속 스케이드 보드나 근력 강화 신발이나 축소 장치가 등장한다고 ..
소어 핸슨이 지은 는 교양 식물학 서적입니다. 저자는 식물이 어떻게 씨앗을 활용하고 널리 지구상에 퍼질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요. 씨앗은 화두에 별로 오르는 요소가 아니나, 식물이 지구상에 퍼지는 과정에서 엄청난 공로를 세웠고, 아울러 인류에게 훌륭한 먹거리들을 제공했습니다. 가령, 두꺼운 코코넛 열매가 바다를 둥실둥실 항해하지 못했다면, 야자 나무들은 해안 지대에 퍼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해안 사람들은 코코넛 열매를 먹지 못했을 테고, 해안 공동체들은 번성하지 못했겠죠.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식물들은 다양한 씨앗들을 개발했습니다. 도시락처럼 어떤 씨앗은 영양분을 듬뿍 갖추고 싹이 틀 때까지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어떤 씨앗은 달콤하고 영양이 풍부한 과육으로 동물들을 유혹하고, 과육을 먹는 동물들..
이나 같은 SF 소설은 계획 경제를 이야기합니다. 계획 경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이 용어에 거부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계획 경제보다 시장 경제에 더 친숙하겠죠.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시장 경제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원리는 좋은 거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안에서 서로 자유롭게 거래하고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이게 사실일까요. 정말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일까요. 시장만 존재한다면, 그건 무조건 자본주의일까요. 하지만 시장이라는 개념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뭔가를 거래하기 원..
[외계 식생과 새로운 문명은 공상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이 아닌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죠.]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SF 장르를 꽤나 많이 무시합니다. SF 소설을 유치하다고 모욕하거나, SF 소설이 뜬구름만 잡는다고 괄시하거나, SF 영화는 돈을 잘 버는 블록버스터라거나, 기타 등등. 아마 그 중에서 제일 흔하고 기초적인 오해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일 겁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지식인들마저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김보영, 듀나, 박상준, 홍인기, 고장원, 미러 창작 사이트, 알트 SF, 조이 SF…. 이런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이나 동호회들은 공상 ..
소설 은 을 이어가는 속편입니다. 을 쓴 허버트 웰즈가 이 소설을 뭐라고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스티븐 백스터는 시간 여행자를 다시 시간 장치에 앉혔습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황폐한 미래만을 둘러봤을 뿐이나, 에서 시간 여행자는 다양한 세계들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넘어 과거로 돌아가죠. 어떻게 이 우주가 탄생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를 외면한다면, 어떻게 현재가 탄생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근본과 기원을 밝혀야 합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기나긴 역사를 거스르고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원이나 시초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기원이나 시초를 알지 못한다면, 왜 현재 세상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