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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예전에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떨어졌을 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타까워 하더군요. 아마 그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그게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사람은 미국 남자들이 여자들을 인정하기 원했고, 힐러리 클린턴을 그런 상징으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좀 의문이었습니다. 만약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해도 그게 여자들의 지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미국 남자들이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건 분명히 진보이고 커다란 변화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변화를 바라겠죠. 하지만 좀 더 따지고 본다면, (여전히 미국 대통령은 남자..
영웅은 상당히 강렬한 요소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지에서 수많은 영웅 신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영웅의 업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대에 따라, 어떤 영웅은 거대 괴수를 죽이고, 어떤 영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떤 영웅은 어마어마한 경제 발전을 약속합니다. 아마 현대의 영웅 신화는 경제 발전을 업적으로 삼을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사회 구조를 뒷받침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확장(성장)하고 싶어합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하고, 생산을 멈추는 것은 자본주의에게 죽음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유 시장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이 팔기 원하고, 그렇다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죠. 경제가 발전하..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여름이 되면, 으레 언론 매체들은 폭염 기사를 이야기합니다. 왜 폭염이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기사입니다. 이런 기사들은 지구 과학과 자연 생태학에 관련이 많기 때문에 과학 기자들도 빼놓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동 과학 잡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잡지도 왜 이토록 폭염이 심해졌는지 이야기해요.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한다면, 첫째가 기후 변화이고 둘째가 열섬 현상입니다. 이건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 전체에 걸쳐 제트 기류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고기압이 한 장소에 꾸준히 머물고, 이게 바로 폭염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열섬 현상은 도시 내부의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들이 태양빛을 덜 반사하고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도시를 찜통으로 만든다는 뜻이죠. 이 두 가지 중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는 ..
예전에 듀나가 을 소개할 때, '빨갱이 SF'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빨갱이. 꽤나 향수 어린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말을 그리 자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수구 세력들 역시 이 말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빨갱이라는 말은 과거의 잔재입니다. 영화 에서 '사회주의 빨갱이들' 같은 자막이 나오더군요. 이런 시대극에 어울리는 단어죠. 빨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졌기 때문일 겁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자타공인 사회주의의 큰 형님이었고, 사회주의는 곧 소련이었습니다. 수많은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생태주의는 이에 반발했으나, 소련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저런 반발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죠. 사실 우파들도 소련을 사회주의의 전부..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들은 천문학이 겸손함을 가르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령, 크리스티안 하위언스는 수많은 정복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복자들은 엄청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지구는 수많은 행성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류도 우주의 중심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복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아무리 많을 땅을 차지해도 우주 전체로 따진다면, 그들의 영토는 지극히 미미합니다. 이 우주는 얼마나 광대합니까. 우리는 우주의 한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주변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정복자들이 엄청난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설사 정복자들이 지구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구는 그저 일부분, 아니, 모래알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
[1950년대 SF 소설부터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언제나 사회주의는 중요했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설 의 소감문을 찾아보면, 종종 '한물 간 사회주의'라는 말을 듣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이제 한물 갔다'라고 생각하죠. 그런 사람들은 을 과거의 유산 정도로 치부할 테고, 이 소설이 구닥다리 사회주의 사상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다들 '사회주의=소련=일당 독재'라는 초보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하지만 정말 사회주의가 한물 갔을까요. 사회주의는 그저 박물관의 골동품일까요.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의 거대 자본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의 ..
"기후 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의 이동을 촉진한다." 의 어느 논문이 이렇게 주장하더군요. 기후 변화는 전세계적인 재난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재난이 모두에게 골고루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지만, 오히려 누군가는 혜택을 입겠죠. 저 논문에서 학자들은 미국을 사례로 이용했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미국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적 기회는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들 지역은 빈곤하고 게다가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제 구조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경제적 기회는 북부에 몰립니다. 북부는 부유하고 게다가 기온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기온 변화 때문에 가난한 지역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지역은 더욱 부유해집니..
낸시 크레스의 소설 은 불면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의 주연들은 잠을 자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때, 불면자들은 연구하거나 공부하거나 작업하거나 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면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누릴 수 있죠. 당연히 이들은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보통 사람들은 불면자들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반목은 으레 차별과 폭력과 갈라서기로 이어지죠. 과거 올라프 스태플던이 에서 말한 것처럼 불면자들은 자신만들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러던 중 어떤 불면자는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고, 코뮨에서의 삶이 참 좋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도시와 마을은 (불면자를 포함해) 서로를 차별하지만, 코뮨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코뮨이 어떤 형태인지 소설 속..
"마르크스주의는 1990년대에 멸망했으나, 페미니즘은 아직 살아있고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주의보다 위대하다." 어떤 페미니스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우선 마르크스주의가 1990년대에 정말 멸망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인 목적은 자본주의 착취를 무너뜨리는 겁니다. 사회주의 철학 중에서 특히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비판에 특화했습니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의 최고 대작은 이고, 마르크스나 엥겔스는 항상 어떻게 자본주의가 작동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좌파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그들 모두가 마르스크스주의자는 아니지만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경제학적이든 철학적이든) 학문적 성과를 응용하곤 합니다. 마르크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