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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마가렛 앳우드는 자신이 SF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현실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저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가렛 앳우드가 사이언스 픽션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상력이 하드 SF 소설가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인지…. 저 양반의 속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앳우드는 과학적 상상력보다 현실의 문제를 더 강조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같은 소설은 분명히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현실의 범주에서 그리 멀리 나간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에는 돼지와 너구리의 합성 동물이나 신종 인류나 유전자 조작 성 매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윌슨을 말벌의 성인으로 삼거나 필립 모앗을 늑대의 성인으..
소설 은 종종 냉전 시대의 산물로 불리곤 합니다. 물론 작가 잭 피니는 이런 해석을 부정했다고 합니다. 잭 피니는 그저 외계인들의 은밀한 침입을 그렸을 뿐이고, 이건 공산주의자 색출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부정했음에도 은 냉전 시대의 산물로 불리곤 합니다. 그 당시 시대상을 너무 잘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냉전 시대에서 자유주의 진영은 공산주의 진영의 침투를 두려워했습니다. 이제 적은 그저 외부에서만 침략하지 않습니다. 내부로 침투하고,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킵니다. 공산주의 진영의 진짜 무기는 그저 미사일이나 잠수함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사상이 무기였습니다. (사실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좌파의 주요 무기입니다.) 자유주의 진영은 '불순한 사상'이 퍼지는 걸 두려워..
예전에 어느 해외 SF 동호회에서 을 '좌파적인 SF 소설'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좀 황당했습니다. 이나 이나 이라면 모를까, 이 좌파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라니…. 아, 물론 은 무장 투쟁과 혁명을 외칩니다. 그런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저 소설도 충분히 좌파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장 투쟁과 혁명은 좌파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우파들도 얼마든지 무장 투쟁과 혁명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 대혁명 같은 사례는 우파적인 무장 투쟁의 성공담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생각했죠. 프랑스 정부와 자본가들이 인민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계급 구조를 타파하기 바랐습니..
종종 SF 소설들은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소설 에서 군대 교관은 신병들에게 아주 평화로운 사슴처럼 생긴 외계인과 흉측한 갑각류 같은 외계인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신병들은 사슴 외계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갑각류 외계인을 혐오합니다. 하지만 사실 사슴 외계인은 인류를 맛있는 간식으로 생각하는 식인종입니다. 반대로 갑각류 외계인은 평화를 바라고 상당한 지성을 보여주고 인류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죠. 은 가벼운 소설이고 이것도 가벼운 사례일 뿐이지만, 이런 사례는 어떻게 SF 소설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는지 설명합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그 대상의 겉모습만 아니라 그 대상의 근본, 본질, 체계, 구조까지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대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소설 에서 과학..
여러 SF 장르 중에서 현실과 가장 가까운 하위 장르는 환경 아포칼립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물 다양성 감소, 기후 변화, 미세 먼지, 핵 폐기물 등등. 환경 아포칼립스는 더 이상 SF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가렛 앳우드는 자기 소설이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다 운운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커트 보네거트와 비슷한 이유인지 모르죠.) 어쨌든 같은 소설은 정말 사이언스 픽션의 경지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그냥 또 다른 현실처럼 보입니다. 지금 이 현실에는 합성 동물도 없고, 인류 멸망도 없고, 생체 개조 매춘부도 없으나, 솔직히 에서 상상력만큼이나 현실의 파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더 이상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생물 다양성이 이만큼 감..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는 생존자들의 고립을 자주 보여줍니다. (사실 이 소설은 좀비 소설이 아니라 흡혈귀 소설이지만, 그 점이야 그냥 넘어가죠.) 세상 천지가 좀비들로 들끓고, 일련의 생존자들은 안전 가옥으로 대피합니다. 다행히 그 안전 가옥에는 여러 물품들이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가옥 안에서 물품들로 근근이 버팁니다. 가령, 대형 매장은 이런 안전 가옥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생존자들은 대형 매장 안으로 도피합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하게 지킵니다. 매장에는 먹거리, 약품, 옷가지 등이 널렸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굶주리거나 병들지 않습니다. 총기가 있거나 없을 수 있지만, 옷장이나 책상이나 쇠붙이 등은 많습니다. 공구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부수고 ..
"미세 먼지 이야기를 그만 하죠. 너무 갑갑하잖아요." 예전에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세 먼지 이야기를 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냥 잊어버리자는 뜻이죠. 저 말을 듣고, 꽤나 안타까웠습니다. 사고 방식이 너무 현실 도피적이라고 할까요. 사실 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진행자는 방송국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 일이기 때문에 저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미세 먼지가 아무리 지독해도 저 진행자는 방송국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 진행자처럼 일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야외에서 일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장 굴뚝과 자동차들이 미세 먼지를 내뿜어도 누군가는 농사를 짓..
다카노 가즈아키의 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문과는 말빨이 좋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과는 엄중한 사실만을 말하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문과는 말빨이 좋기 때문에 출세를 잘 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에요. 소설 속의 어떤 이과 남학생이 문과 여학생 때문에 투덜거렸죠. 이게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생각인지 아니면 그냥 소설 등장인물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등장인물들이 전부 작가를 대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 대사가 누구의 생각이든 꽤나 중대한 오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오해를 몇 번 들어봤습니다. 문과는 말빨로 모든 다 해먹기 때문에 쉽고 이과는 엄중한 증명 때문에 어렵다거나 문과는 말빨로 쉽게쉽게 살아가지만 이과는 일일이 모..
소설 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환경 오염을 대충 넘어간다는 겁니다. 는 사회주의 체계, 더 정확히 말해서 산업 군대가 환경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공은 깔끔하고 깨끗한 도시만 둘러보고, 사회주의자들의 말만 믿습니다. 소설은 어떻게 사회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설명할 뿐이고, 자연 생태계에 하등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사실 19세기 사회주의의 목표는 노동 해방이었죠. 이 당시에도 분명히 생태계 보호 운동이 있었지만, 그게 사회주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든 힘겨운 노동에서 벗어나거나 자본주의 착취를 끝장내고 싶어했으나,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어요. 윌리엄 모리스 같은 사람도 있..
, , …. 이런 게임들은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 같습니다. 선물 세트가 온갖 상품들을 집대성한 것처럼 저런 게임들은 온갖 SF 요소를 집대성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어지간한 요소들을 전부 끌어모았기 때문이죠. 드넓은 은하 제국, 다양한 외계 종족들, 행성과 항성계의 복잡한 교역과 경제, 여러 종족의 정치와 철학과 종교, 거대한 함선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함대전, 무시무시한 우주 괴수 등등.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이런 게임들을 할 때, 자신만의 컨셉을 정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처럼 후배 종족을 키워보고 싶을 겁니다. 누군가는 처럼 신정 제국을 꾸려보고 싶을 겁니다. 누군가는 처럼 기계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을 겁니다. 유명한 소설의 설정을 게임 플레이에 대입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