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회주의 (119)
SF 생태주의
최근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떴습니다. TRAPPIST-1에서 발견한 행성들 덕분에 천문학계가 많이 들떴나 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학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여러 과학 뉴스들은 이번 행성 발견이 꽤나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7개 찾았고, 그 중에 몇몇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유로파 탐사도 그렇고, 이게 너무 앞서간다거나 연구비를 위한 연극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했다고 해도 거기에 뭔가 생명체가 산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설사 생명체가 살아도 인간처럼 문명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행성의 생태계가 아주 원시적이라고 해도, 35억 년 전의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해도..
는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는 소설 모음집입니다. 미래 도시를 묘사하는 여러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죠. 똑같이 미래 도시를 표현해도 각 소설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풍자적인 소설도 있고, 구원자 신화도 있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도 있고,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이버펑크도 있습니다. 이런 소설 모음집의 장점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읽어볼 수 있어요. 도 이런 형식의 모음집입니다. 제목답게 다양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 모였습니다. 어느 소설은 그냥 디스토피아 수준이고, 어느 소설은 정말 암울하기 그지 없는 묵시록입니다. 어느 소설은 아주 짧고 가볍지만, 어느 소설은 굉장히 묵직하고 난해합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는 시..
"자연 과학자인 나는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자연 재해와 별 상관이 없는 연구를 해왔고, 경제학이나 정치학처럼 내 분야를 벗어나는 일은 아예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 몇 년 동안은 자연 과학에 쏟았던 관심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사회 과학 분야를 탐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 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 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재난이라는 주제는 이제껏 수 많은 책을 통해 언급되었지만, 자연 과학자가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의 경계에 서서 이 이야기를 한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위 문단은 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저자는 지구 물리학자로서 재난의 피해와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저런 서문을 쓴 이유는 자연 과학만으로 각종..
19세기 소설 부터 21세기의 비디오 게임 까지, 사이언스 픽션은 언제나 유토피아와 이상 사회를 논하곤 했습니다. 아니, 사실 유토피아는 오직 사이언스 픽션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고대 철학자들도 얼마든지 이상 사회를 이야기했고, 중세 철학자들도 다르지 않았죠. 유토피아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이전부터 존재했고, 자신만의 궤적을 꾸준히 그렸습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계몽주의는 유토피아 소설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주었고, 덕분에 유토피아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 안으로 들어왔죠. 작가들은 정교하고 논리적인 체계와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이상 사회를 그리려고 합니다. 당연히 사회주의 철학도 여기에 끼어듭니다. 이미 언급한 는 사회주의 체계를 묘사하고, 에서도 프랑스 좌파를 따르는 독일 정당이 나오죠. 아마 사회 민..
고전적인 부터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거쳐 같은 소설까지, SF 소설은 끊임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와 사이언스 픽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일 겁니다. SF 소설 자체가 제국주의 시절에 본격적으로 부흥했기 때문입니다. SF 소설은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태동했는데, 이 시기에 유럽은 한창 식민지를 거느리는 중이었죠. 특히, 영국은 전세계로 손길을 뻗는 중이었고, 수많은 작가들이 영국의 확장 정책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영국의 (상류층 백인 남자) 탐험대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를 탐험하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나 가 아주 대표적이죠. SF 소설은 아니지만, 같은 소설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당시 국제 상황을 고려하면, 나 같은 소설이 동시에 나와도 ..
다이안 듀마노스키의 을 보면, 화성 이주 계획을 이야기할 때 킴 로빈슨의 이름을 살짝 언급합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지구가 황폐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유명한 스티븐 호킹도 그렇게 주장했었죠. 듀마노스키는 이게 상당히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과학자들보다 차라리 킴 로빈슨 같은 SF 작가가 더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빈슨은 당장 이상 기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니까요. 더불어 이 양반은 자본주의가 이상 기후와 환경 오염의 범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나오미 클라인도 의 서문에서 킴 로빈슨을 언급했어요. 사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자본주의 비판과 생태계 보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일 겁니다. 이라는 책도 ..
소설 를 보면,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승무원들은 해물만 먹습니다. 네모 선장은 육지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침략을 증오하고, 그래서 일부러 육지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덕분에 노틸러스 불청객 아로낙스 일행도 해물만 먹게 되었죠. 네드 랜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만이 많았고요. 하지만 어쨌든 노틸러스에 식량이 끊길 일은 없었습니다. 네모 선장은 바다를 자기 목장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네모 선장이 따로 바다 목장을 관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차피 네모 선장이 관리하지 않아도 바다는 풍부한 식량을 공급하니까요. 실제로 물고기는 예전부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고 합니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선이 인류의 동물성 단백질을 책임졌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낚시가 사냥이나 농사보다 ..
사실 할아버지는 2세대 세계 산업 노동 조합의 조합원이다. 미시시피에서 출발한 의회 공화국 '누군가의 로드리게즈'는 습지 복원과 소득 조정 작업의 진전, 유권자와의 소통 확대, 연안 철수 등의 사안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투덜이 레즈는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주의자들은 말만 잘할 뿐이야.”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감사해야 할 대목이란다. 나는 소득 조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을 기억한단다.” (중략)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비난하지 말거라. 자본주의가 좀 더 일찍 무너졌다면, 지구 온난화를 그만큼 더 일찍 막았을 거야. 네가 하는 일의 절반은 피해를 억제하는 것 아니냐?” 할아버지가 제시를 타일렀다. (중략) 할아버지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미 늙었단다. 세계에..
소설 는 외계 우주선을 탐험하는 인류 탐사대를 이야기합니다. 인류 탐사대는 거대한 우주선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우주선을 만들었는지 논의합니다. 물론 한낱 인류 탐사대는 거대 우주선을 만든 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그저 압도적인 크기와 구조, 성능에 놀랄 뿐입니다. 라마 우주선은 인류에게 그 어떤 암시나 정보도 주지 않고, 탐사대는 의문과 서글픔으로 우주선을 바라볼 뿐이죠. 비록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으나, 독자는 탐사대와 함께 라마인들이 누구일지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사실 이건 SF 소설의 가장 고유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다른 존재를 상상하는 것. 이거야말로 SF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겁니다. 덕분에 독자는 인식의 지평선을 한층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