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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드워프 증기 함선은 과도기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죠.] 조지 오웰은 어느 글에서 홍차가 먼저인가 우유가 먼저인가 논의했습니다. 밀크티를 만들 때 어떤 사람들은 홍차에 우유를 붓습니다.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우유에 홍차를 붓습니다. 무엇이 먼저 찻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밀크티는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뭐, 각자 취향이 다르겠죠. 전문가들은 우유에 홍차를 부으라고 조언하나, 모두 그런 조언을 따를 필요는 없겠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저는 스팀펑크를 떠올리곤 합니다. 홍자와 우유를 붓는 문제처럼 스팀펑크는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가 겹치는 지점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가 교집합을 이룬다면, 스팀펑크는 그 교집합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말한 것처럼..
인간은 꽤나 시각적인 동물입니다. 과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들을 분류할 때, 유전자 개념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두 눈만으로 동물들을 분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아리스토텔레스는 난관에 부딪혔어요. 서로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고기와 돌고래를 분류하기 위해 꽤나 고심했습니다. 허먼 멜빌이 '고래는 분수공으로 숨을 쉬는 물고기'라고 말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돌고래와 물고기가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쪽 모두 바다에 살고, 지느러미들이 있고, 몸매가 유선형이죠. 그래서 다들 돌고래와 물고기가 똑같은 종류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고기에게 아가미가 있고 돌고래에게 분수공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이 양반은 돌고래를 물고기..
듀나, 김보영, 배명훈, 이재창, 김창규, 장강명….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SF 작가들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SF 독자들은 저 사람들이 쓴 소설들을 한 번쯤 읽었겠죠.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저런 SF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겁니다. 가끔 표도기님이나 고장원님 같은 분들이 일본이나 중국에 한국 SF 소설들을 소개하시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당연히 북한 사람들도 우리나라 SF 작가들을 잘 모를 겁니다. 우리 역시 북한 사람들이 SF 소설을 쓰거나 읽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여러 SF 동호회를 돌아다녔으나, 그 중에 (박상준님이나 홍인기님 같은 고수들마저) 북한 SF 소설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전혀 없는 듯하군요. 아마 ..
소설 를 일종의 환상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상한 세계(미래)를 여행합니다. 이건 만큼 비일상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는 환상 문학에 속할 겁니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SF 소설보다 사상/철학 서적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환상 문학적인 면모를 간과하지 못하겠죠. (게다가 처럼 정말 SF 소설이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소설도 있고요.) 윌리엄 모리스는 여러 환상 소설들을 썼고, 저는 이것들이 후대에 영국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환상 소설들을 쓰는 작가답게 윌리엄 모리스는 에서 '이상한 왕국'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추구하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과..
[게임 는 근사한 탐험이나, 여기에는 외계 생태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부족해요.] 와 와 는 모두 똑같은 SF 창작물입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다른 생명체들과 마주치고, 서로 싸우거나 교류하는 이야기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이나 주제는 전혀 다르지만, 세 창작물들 모두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들이죠. 사실 세부적인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체일 겁니다. 각각 매체가 다릅니다. 는 소설이고, 는 영화이고, 는 비디오 게임이죠. 그리고 매체가 다르면, 해당 창작물의 특성 역시 달라지곤 합니다. 저 세 창작물들은 모두 똑같은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저는 SF 소설과 SF 영화와 SF 비디오 게임이 모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소설이 제일 사이언스 ..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증기 함선은 마법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겠죠.] 여기 검마 판타지 소설 속에 일련의 모험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어촌에 들렸고, 이상한 사교를 발견했습니다. 사교는 주민들을 홀리고 산 제물을 바치는 중이었죠. 사실 거대하고 교활한 크라켄이 어촌에 정신적 영향을 미치는 중이었고, 사교는 그런 크라켄을 섬기는 중이었습니다. 모험가 일행은 사교도들을 처치했으나, 아직 부족합니다. 여전히 거대한 악은 저 심연에서 꿈틀거리고, 모험가 일행은 그 악을 처치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떻게? 만약 이 모험가 일행이 해적 무리를 습격하기 원한다면, 범선을 타고 대해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적과 크라켄은 다르죠. 모험가 일행은 ..
[영화 의 한 장면. 이런 SF는 엄격할 것 같으나, 결국 이것 역시 상상의 영역입니다.] 어쩐지 하드 SF 소설들은 굉장히 엄중할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흔히 사람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우주 활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하지만, 반대로 하드 사이언스 픽션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죠. 분명히 하드 SF 소설들은 사이언스 픽션이 빛내는 정수를 담았습니다. 만약 독자가 가장 순수한 사이언스 픽션을 만나고 싶다면, 하드 SF 소설이 해답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 SF 소설에 환상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드 SF 소설은 엄중한 고증을 자랑하는 것만큼 수많은 환상적인 요소들에 기댑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만큼 신화와 전설이 점유하는 영역까지 날아가지 않으나, 종종 하드 사이언스 픽션은 진..
, , , , , , , , , , 기타 등등…. SF 소설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예전부터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이 분야는 수많은 명작들을 내놨고, 다양한 하위 장르를 흩뿌렸고, 현실을 향해 쓰거나 비관적인 경고를 내뱉었어요. 종종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다른 장르들과 합칩니다. 은 인류 멸망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점칩니다. 은 괴수물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앞을 못 보는 재앙 문학입니다. 는 좀비 소설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죠. (원래 이 소설은 좀비가 아니라 흡혈귀를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모두 인류 문명이 붕괴했다는 공통적인 소재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파격적이고 전복적입니다. 이 장르는 현재 지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리는 인..
[게임 시리즈의 노블 분대. SF 세상에서 대부분 강화복들은 기계 장비들입니다.] 소설 와 이후, 강화복은 밀리터리 SF 장르에서 빠지지 못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주 전쟁을 다룬 이야기들이 전부 강화복을 애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화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나 우주 전쟁물도 많아요. 하지만 강화복은 분명히 밀리터리 SF 장르가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각 창작물들마다 (이름과 형태는 다르지만) 다양한 강화복들을 선보이죠. 모든 강화복들의 공통점이자 기본적인 조건은 말 그대로 '근력을 강화해주는 옷'이라는 겁니다. 누가 강화복을 입든, 강화복은 옷이어야 합니다. 착용자는 강화복에 탑승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착용합니다. 이게 여타 인간형 보행 장비와 강화복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겁니다..
[게임 에서 함대와 싸우는 우주 드래곤! 이런 설정 역시 중세 판타지에서 비롯했겠죠.] 예전에 어떤 인터넷 평론을 읽었습니다. 그 평론은 판타지 소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나열하더군요. 초기 소설부터 전성기 소설을 거치고 던전 크롤링 게임을 설명하고 21세기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기념비적인 판타지 작품들이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각종 신화를 제외하고, , , 등은 초기 판타지입니다. (는 초기 SF 소설로 불리기도 하죠.) 3부작이나 시리즈는 현대 서사 판타지를 구축한 장본인이고요. 3부작 역시 빼놓지 못하겠죠. 그 평론은 소설 위주로 이야기했으나, 게임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자체의 영향력도 어마어마하고, 시리즈나 시리즈 같은 걸출한 소설들도 있고요. 는 전형적인 서사 판타지가 아니지만, 21세기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