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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기본 소득을 논의하는 책들은 기본 소득이 누군의 발상인지 논의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파와 좌파는 모두 기본 소득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우파와 좌파 모두 기본 소득에 찬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비난합니다. 우파는 기본 소득이 빨갱이들의 공상이라고 힐난합니다. 만약 정부가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면, 사람들이 전부 못 먹고 못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좌파 역시 기본 소득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사람들을 더 많은 소비로 몰아갈 테고, 더 많은 소비는 사람들을 거대 자본과 자유 시장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좌파는 이런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저항을 둔감하게 만들 거라고 걱정합니다. 또한 우파와 좌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할 때, 양쪽의 취지는 ..
[이런 이야기는 모험보다 탐험에 가깝겠죠. 문자 그대로 비경 탐험은 탐험입니다.]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일 겁니다. 검마 판타지 소설이 진지하거나 유쾌하거나 동화거나 성인 소설이거나 어쨌거나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인 것 같습니다. 소설 에서 하플링, 인간, 엘프, 드워프는 무리를 이루고 암흑 군주의 무시무시한 마법 장비를 파괴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날렵한 다크 엘프, 묵직한 드워프, 교활한 하플링, 북방의 야만 전사는 무리를 이루고 깊고 깊은 미스랄 왕국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스승과 용 한 마리는 저항군의 알려지지 않은 은신처를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이처럼 수많은 검마 판타지 소설들은 모험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들은 무리를 이루고, 정든 고향을..
문학동네 출판사의 소설 를 보면, 말미에 번역자 후기가 달렸습니다. 번역자는 이 소설이 본격적인 SF 소설의 시발점이지만 단지 SF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을 그저 SF 소설의 시발점으로만 평가한다면, 그건 너무 시시하고 단조로운 평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마 번역자는 메리 셸리의 기구한 삶을 조명하기 위해 을 그저 SF 소설로만 평가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을 겁니다. 아마 이 세상에는 불행한 SF 작가들이 많을 겁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처럼 단행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작가도 있을 테고, 옥타비아 버틀러처럼 흑인과 여자라는 사회적 약자가 된 작가도 있을 테고, 필립 딕처럼 그야말로 산만하고 혼란스럽고 편집적인 삶을 살아간 작가도 있겠죠. 존 브루너는 라는 소설로 유명해졌으나, 이런저..
종종 같은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사상 철학 서적이라는 푸념을 받습니다. 사실 이런 소설들은 극적인 전개나 줄거리보다 특정한 사상을 길게 풀어놓는 것에 주목하죠. 같은 소설도 겉보기에는 해양 모험물이지만, 그 알맹이는 사상 철학 서적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선원이 고래 머리를 보며 칸트를 운운하는 장면은 거의 뭐…. 따지고 보면, 윌리엄 모리스의 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우리말 번역자 박홍규 교수는 아예 사회주의 철학 설명까지 달아놨습니다. 사실 박홍규 교수가 이 소설을 번역한 이유는 그저 소설을 출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널리 퍼뜨리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윌리엄 모리스 본인도 딱히 소설을 쓰고 싶다거나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을 겁니다. 윌리엄 ..
[인류를 비롯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하는 육체적인 변화와 전복, 블러드 뮤직.] 흔히 SF 소설들은 인류 이외에 다른 존재들을 바라봅니다. 외계인, 인공지능, 돌연변이 등은 그런 외부적인 존재로 유명하죠. 하지만 SF 소설에는 외부적인 존재이자 내부적인 존재도 등장합니다. 바로 우리 인류의 후손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후손이기 때문에 분명히 '내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비롯했어요. 하지만 인류의 후손은 현재 인류와 너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외부적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독자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어떤 이질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인류 이후 인류의 유지를 이어받은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지만, 그들은 인류와 너무 다르고 따라서 전혀 다른 세상을 이룩..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우리가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우주 항해는 신비롭습니다.] "그저 막연히 우주에 나가고 싶었다." 소설 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지도 교수와 면담할 때, 주인공이 저런 대사를 꺼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대학생이었으나 모종의 사정으로 다른 외계 문명을 방문하는 우주선 게이트에 학술 연구원으로 탑승합니다. 지도 교수는 왜 주인공에게 우주로 떠나고 싶은지 물었고, 주인공은 저렇게 대답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대사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은 우주 탐사물이나 우주 전쟁물이 아닙니다. 외견은 우주 탐사 소설처럼 보이지만, 진짜 중요한 주제는 인공지능입니다. 우주선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로가디아에 관한 이야기죠. 그래도 저 대사가 인상적인 까닭은 사이언스 픽션의 최종적인 목적지..
[이런 이야기는 우주 탐사에 속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주 탐사라는 하위 장르는 없어요.] 영문 위키피디아는 '사이언스 픽션' 항목에서 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를 여러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똑같이 SF 소설로 불린다고 해도 하위 장르는 다를 수 있죠. 과 과 과 이 서로 다른 것처럼. 아마 누군가는 이 SF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아마 듀나가 예전에 알폰소 쿠아론의 를 SF 영화가 아니라고 평가했죠. 그것처럼 누군가는 이 SF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이 소설이 정말 사이언스 픽션인지 논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군요.) 아무튼 영문 위키피디아는 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를 여러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사이버펑크, 시간 여행, 대체 역사, 밀리터리 SF, 초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페..
중세 판타지는 판타지 장르의 하위 분류이고, 상당한 인기를 자랑합니다. 종종 검마 판타지, 서사 판타지, 하이 판타지와 함께 동의어로 쓰이죠. 중세 판타지가 무조건 하이 판타지나 검마 판타지라고 할 수 없으나, 이 하위 장르들의 관계는 결코 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가깝고, 때때로 하나의 창작물을 동시에 중세 판타지, 검마 판타지, 하이 판타지 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으로 대표되는 작품들이 그러하고, 같은 게임 덕분에 중세 검마 서사 하이 판타지(…)는 판타지의 대표자로 자리 매김합니다. 아마 사람들이 '판타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13~16세기 유럽 무대를 금방 떠올릴 겁니다. 때때로 판타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들은 이런 중세 판타지를 화려하고 웅장하거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이런 상상도가 나오는 이유는 돌고래가 특별하기보다 우리가 인간, 포유류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 , , 등의 소설을 읽으면, 독자는 자연히 돌고래에게 호감을 보일 겁니다. 이런 소설들은 돌고래를 아주 똑똑하고 친근한 동물로 묘사합니다. 적어도 이런 소설들은 돌고래가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돌고래를 개조하고 훈련시킨다는 설정은 사이언스 픽션에서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닙니다. 육지에 개가 있다면, 바다에 돌고래가 있습니다. 가끔 과학 잡지들도 강화복이나 잠수복을 입은 돌고래와 미래의 해저 목장이나 해저 도시를 소개하곤 합니다. 비디오 게임들도 이를 차용하곤 합니다. 아마 의 돌고래 유닛은 이나 저런 과학 잡지의 영향을 받았을 듯합니다. 의 활기찬 돌고래들이나 범고래들도 마찬가지겠..
폴 메이슨의 는 자본주의 타파를 주장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사회주의자들처럼 프롤레타리아 독재나 중앙 집중적인 계획 경제를 무조건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메이슨은 정보와 지식 경제가 작금의 자유 시장을 무너뜨릴 거라고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일련의 네트워크 활동은 자유 시장의 원리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흔히 자유 시장은 인간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때만 혁신을 달성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자 네트워크에는 그런 설명에 반박하는 사례들이 많고 많습니다. 가령, 비디오 게임의 모드는 어떨까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모드를 만듭니다. 모드 프로그래머들은 게임의 기본적인 사항을 변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거대한 확장팩까지 만듭니다. 심지어 게임 자체를 통째로 뜯어 고칩니다. 물론 모드 프로그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