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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런 장면은 비경 탐험 소설들과 비슷하나, 는 소설이 아니라 영상 중심적인 매체죠.] 제프 밴더미어가 쓴 은 SF 소설일까요. 흠,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 소설에 치밀한 상상 과학은 없습니다. 그런 것을 찾고 싶어도 절대 찾지 못할 겁니다. 아예 작가가 그걸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은 뻔한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들과 다릅니다. 이 소설은 외계인 같은 요소들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탐사대는 X 구역에 들어가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뿐입니다. 그들은 뭔가를 논의하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논의하든, 결론은 허공으로 소멸할 뿐입니다. 탐사대는 수많은 현상들을 목격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전혀 붙이지 못합니다. 탐사대는..
광선총, 우주 함대 전투, 외계 침략자. 많은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저런 것들을 떠올릴 겁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다른 것들을 떠올리지 모릅니다. 구글링 이미지에서 '사이언스 픽션'을 검색하면, 다양한 미래 도시들, 우주 탐사선들, 외계 행성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구글링 이미지가 꽤나 대중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모든 사람이 광선총이나 외계 침략자만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광선총이나 우주 함대 전투나 외계 침략자가 사이언스 픽션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무엇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사이언스 픽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전쟁으로 이어지고요. ..
"아로낙스 박사, 내 전기는 세간에서 흔히 쓰이는 전기가 아니에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군요." 소설 에서 네모 선장은 아로낙스 박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로낙스는 어떻게 노틸러스가 움직이느냐고 물었고, 네모는 전기로 움직인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그게 무슨 전기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아로낙스 역시 더 이상 캐묻지 않아요. 게다가 노틸러스를 둘러보는 아로낙스는 계속 수수께끼들에 부딪히나, 그걸 일일이 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로낙스는 네모에게 "성과에만 주목하고 굳이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로낙스가 아예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로낙스는 정말 중요한 사실들을 은근슬쩍 우회한다는 느낌을 풍깁니다. 왜 그랬을까..
마법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아마 검마 판타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불덩어리를 날리고 로브를 입은 신비로운 사람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가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가 정립한 마법사 역시 마법사라는 표준을 만들었어요. 에서 마법사는 넓은 범위를 공격하거나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마법사를 굉장히 파괴적인 인물로 생각하기 쉽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마법사를 불덩이나 날리는 파괴자로 여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에서 마법사는 그런 파괴자보다 현자로 등장합니다. 마법사는 현자입니다. 지성인이죠.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탑에서 꾸준히 역사와 철학과 자연 법칙을 연구합니다. 대륙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은 군주나 귀족이..
[이런 바다 괴수들과 싸울 때, 어떻게 사람들의 관념들이 바뀔까요? SF 게임들은 그걸 자세히 말하지 않아요.] 게임 에는 여러 괴수들이 등장합니다. 게임 속에서 인류는 외계 행성을 찾아가고, 새로운 문명을 일구기 원해요. 하지만 이미 토착 생명체들은 이 행성에서 장대한 생태계를 구성했어요. 공성벌레나 크라켄은 행성 생태계에서 정점을 찍는 거대 야수들입니다. 크라켄은 언뜻 섬처럼 보이나, 사실 어마어마한 촉수 괴수입니다. 뭐, 바다 괴수와 촉수 괴수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사이죠. 고전적인 크라켄 설화와 이나 같은 주류 소설들 역시 바다 괴수가 촉수 괴수라는 특징을 강조했고, 는 그런 관념을 그대로 써먹었을 겁니다. 특히,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SF 해저 괴수들 중 하나는 크툴루일 테고, 크툴루는 문어..
[외계 식생과 새로운 문명은 공상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이 아닌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죠.]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SF 장르를 꽤나 많이 무시합니다. SF 소설을 유치하다고 모욕하거나, SF 소설이 뜬구름만 잡는다고 괄시하거나, SF 영화는 돈을 잘 버는 블록버스터라거나, 기타 등등. 아마 그 중에서 제일 흔하고 기초적인 오해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일 겁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지식인들마저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김보영, 듀나, 박상준, 홍인기, 고장원, 미러 창작 사이트, 알트 SF, 조이 SF…. 이런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이나 동호회들은 공상 ..
[사실 국내에서 와 시리즈는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죠. 여기는 괴수 불모지….] 듀나는 어떤 논평 시리즈에서 을 이야기할 때, 모래벌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듀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암투보다 모래벌레와 행성 생태계가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죠. 거대한 괴수와 그 괴수를 둘러싼 장대한 생태계. 하지만 이외에 듀나는 다른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 논평 시리즈를 모두 읽었으나, 듀나가 거대 괴수나 행성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이외에 없었습니다. 사실 듀나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딱히 이야기할 소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 괴수가 등장하고, 그 괴수를 둘러싼 행성 생태계를 서사적으로 펼치는, 그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작가들과 번역된 외국 작가들을..
[게임 의 한 장면. 이렇게 멋진 외계 식생과 개척 도시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닐까요?] 예전에 alt.SF는 어느 SF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게임이 사이언스 픽션이 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게임은 사이언스 픽션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alt.SF는 영화나 게임을 멀리 하고 소설들에 주력하는 웹진이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학 소설. 고장원님 같은 일부 SF 고수들이나 SF 독자들이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과학 영화나 과학 게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치 소설만 사이언스 픽션에 특화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개인적으로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일단 그 점을 넘어가겠습니다. ..
소설 가 과연 SF 소설일까요. 아마 여러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을 겁니다. 어떤 독자는 이 소설이 미래를 상상했기 때문에 SF 소설이 될 수 있다고 말하겠죠. 어떤 독자는 이 소설이 자연 과학적 상상력을 별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유토피아 문학일 뿐이라고 말할 거고요. 저는 가 SF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게 반드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만큼 SF 소설은 어느 정도 과학적 상상력을 꿈꿔야 합니다. 하지만 는 사회 구조만 줄창 떠들 뿐이고, 과학적 상상력을 예견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이나 , , 같은 작품들과 분명히 달라요. 저런 소설들처럼 미래의 사회 구조를 예상하나, 과학적 상상력은 꽤나 부족하죠. 저는 사회학적 상상력만 발휘해도 SF 소설이 ..
[2005년 영화 의 컨셉 아트. 공룡들은 사람들을 SF 세상으로 이끌 수 있어요.]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테고, 모든 길이 똑같지 않겠죠.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걸을지 모르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탈지 모르고, 누군가는 울창한 숲을 통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세 사람들은 똑같은 목적지를 지나칠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 저는 어떻게 SF 독자들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울타리를 지나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SF 독자들이 있습니다. 왜 그들은 사이언스 픽션에 이끌리게 되었을까요. 과학적 상상력이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아마 이건 가장 보편적인 대답일 겁니다. 하지만 자연 과학에는 여러 분야들이 있고, 독자들이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