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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 소설은 등장인물을 등한시하는 소설로서 유명합니다. 소설을 이루는 3대 요소가 사건, 배경, 인물이라면, SF 소설은 인물보다 사건과 배경에 훨씬 치중합니다. 특히, SF 소설에서 배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정 놀음을 즐깁니다. 설정 놀음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레고 블록을 짜맞추는 것처럼 SF 팬들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고, 가상의 세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살핍니다. 심지어 어떤 SF 작가 지망생들은 소설보다 설정 사전에 더 신경을 쏟습니다. 설정 사전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고, 그 자체로서 소설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SF 작가 지망생들은 열심히 설정 사전을 씁니다. 설정 사전을 열심히 쓰느라 그들은 기운을 소모하고, 결..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입니다. 저는 수많은 신화들, 민담들, 소설들이 그걸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시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입니다. 그래서 신화 속의 오딘은 지혜를 구하기 위해 눈동자를 내놨을 겁니다. 예수는 소경을 치유했고, 이는 꽤나 유명한 기적입니다. 허버트 웰즈는 장님들이 사는 나라를 상상했고, 존 윈덤은 아예 대재난이 장님들을 양산한다고 상상했습니다. 존 발리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든다고 가정했어요. 주제 사라마구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킨다고 썼고요. 남한에서는 심청이 이야기가 가장 유명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두 눈을 위해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져야 했죠. 행복한 결말에서 심봉사는 신분 상승한 딸을 만나고, 마침내 두 눈을 뜹니다. 현자들은..
[만약 SF 소설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같은 게임은 장대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바둑이나 체스, 윷놀이나 백개먼, 화투나 블랙잭 같은 것들은 게임이라고 불립니다. 네, 이것들은 게임입니다. 사람들이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거기에 따라 승부나 성패를 가린다면, 그건 게임이라고 불릴 수 있겠죠. 바둑이나 체스는 머리 싸움이고, 윷놀이나 백개먼에는 운이 좀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주사위 신(다이스 갓)이 존재하죠.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서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들 이외에 문제를 푸는 게임들 역시 많습니다. 미로나 수수께끼, 루빅 큐브,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것들 역시 게임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겁니다. 게임 세계에서 퍼즐 게임들은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고, 제작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인디 게임 제작진들 역..
[아, 이런 영상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인류가 함께 우주에 진출할 수 있다면, 그건 훨씬 감동적이겠죠.] Erik Wernquist가 제작한 는 우주 탐사를 이야기하는 짧은 영상입니다. 길이는 대략 4분 정도이고, 내용은 단순합니다. 대부분 SF 우주 탐사물처럼 는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 과정을 장엄하고 감동적으로 그립니다. 이 영상은 칼 세이건이 에서 이야기하는 방랑, 탐험, 여정, 개척을 곁들이고, 시청자는 장엄한 영상과 (칼 세이건이 들려주는) 아득한 이야기와 함께 우주로 나갑니다. 오랜 동안 인류는 지구에 머물렀고, 지구는 인류에게 안락한 쉼터를 제공했습니다. 지구가 살기 힘든 곳이라고 해도, 태양계 안에서 지구만큼 안락한 곳은 없습니다. 아직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못하고, 머나먼 별들을 바라본..
[게임 의 한 장면. 외계 생태계는 멋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계관이 없죠.] 영화 나 같은 요란한 블록버스터들을 볼 때마다, 종종 저는 19세기 SF 작가들을 떠올립니다. 메리 셸리나 쥘 베른, 허버트 웰즈는 자신들이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을 소설에 불어넣는다고 여겼습니다. 메리 셸리에게는 자신이 본격적인 SF 작가라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메리 셸리는 자신이 뭔가 상상 과학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죠.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에게는 자신이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쓴다는 확신이 있었고요. 비록 그때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용어는 없었으나, 두 작가는 사이언스 픽션이 무엇인지 분명히 자각했습니다. 하지만 메리 셸리와 쥘 베른, 허버트 웰즈는 나 같은 영화가 사이언스 픽션을 대변할 거라고 절대 예상하지..
SF 소설을 읽을 때, 마르크스주의적인 시각은 꽤나 유용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시각은 미래 문명, 자본주의 디스토피아, 대규모 환경 오염 등을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SF 독자들은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소비에트 연방이 망했고, 마르크스주의 역시 망한 사상이고,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에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독자들은 왜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살아있어야 하는지 힐난할지 몰라요. 다들 소비에트 연방과 마르크스주의를 서로 연결하고, 그래서 마르크스주의가 망했다고 말하죠. SF 독자들은 이런 망한 사상으로 SF 소설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가 궁금합니다. 정말 소비에트 연방은 마르크스주의를 상징할 수 있는 국가..
[게임 의 카드 그림. 허버트 웰즈가 이런 공중 전함을 상상했을까요.] 단편 소설 은 허버트 웰즈가 쓴 전쟁 소설입니다. 은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비참한 전쟁이 세계를 짓밟는 광경을 묘사해요. 전쟁 소설로서 은 기이한 전투 병기를 보여줍니다. 허버트 웰즈는 전투 함선이나 전투 항공기를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웰즈는 그것이 장갑함처럼 생겼으나, 거대한 창머리처럼 보이고 구동축 대신 프로펠러를 달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번역본은 샤프트를 손잡이라고 번역했죠. 오역일 겁니다.) 아마 웰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니터함, 공중 순양함을 그리기 원했을지 모르겠어요. 어린 제비처럼 공중에서 그것들은 날렵하고 쉽게 날아갔습니다. 그 광경을 본 목격자는 그런 장면들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엄청난 전..
구글링 이미지에서 을 검색하면,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뉴크로부존을 묘사했으나, 풍경들은 각자 다릅니다. 어떤 그림은 19세기 런던의 전형적인 한 장면을 뻥튀기하고, 뉴크로부존에 덧붙입니다. 이런 그림 속에서 건물들이나 구조물들이나 다리들은 훨씬 웅장하나, 기본적인 분위기는 19세기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뉴크로부존이 이렇게 생겼다고 상상했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이 영국 작가이고 런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는 뉴크로부존이 비틀리고 과장된 19세기라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어떤 그림은 19세기보다 20세기 초기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규모는 웅장하나, 너무 삭막하고, 사이언스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어떤 그림은 높은 탑들과 아파트들을 하늘로 쭉쭉 세우고, 좀 더..
여기에 전형적인 연애 소설이 있습니다. 이 연애 소설에서 어떤 대기업 회장의 아들과 가난한 아가씨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회장 일가는 결혼에 반대하겠죠. 회장 부부는 가난한 아가씨와 그 가족을 무시합니다. 회장 부부는 가난한 가족에게 온갖 비난들과 폭언들을 퍼붓고, 심지어 실력 행사에 나섭니다. 재벌에게 가난한 일가족을 압박하기는 어렵지 않겠죠. 독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화를 내거나 혀를 찰 겁니다. 가난한 아가씨는 숱한 굴욕들을 견뎌야 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아가씨가 드러내는 진심을 인정하고, 심지어 회장 부부조차 가난한 아가씨를 인정합니다. 아가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삽니다. 저는 연애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이런 풍경을 논의하고 싶다면, 생태 사회주의적인 관점은 아주 유용할 겁니다.] SF 세상에서 환경 오염은 다양한 재난들을 연출합니다. 어떤 소설은 해일이 도시를 덮치는 광경을 묘사하고, 어떤 영화는 거대 괴수가 함선들을 침몰시키는 장면을 표현하고, 어떤 게임은 인류가 새로운 외계 행성에 정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환경 오염을 경고하기 위해 때때로 환경 사회학자들은 SF 창작물들을 언급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고려한다면, SF 창작물들과 환경 오염은 깊은 관계를 맺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몇 소설은 자본주의 체계를 넘어설 때 인류가 환경 오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요. 따라서 SF 창작물들은 생태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나 이나 같은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