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마르크스주의 시각과 SF 소설과 미래 문명 본문
SF 소설을 읽을 때, 마르크스주의적인 시각은 꽤나 유용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시각은 미래 문명, 자본주의 디스토피아, 대규모 환경 오염 등을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SF 독자들은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소비에트 연방이 망했고, 마르크스주의 역시 망한 사상이고,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에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독자들은 왜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살아있어야 하는지 힐난할지 몰라요. 다들 소비에트 연방과 마르크스주의를 서로 연결하고, 그래서 마르크스주의가 망했다고 말하죠.
SF 독자들은 이런 망한 사상으로 SF 소설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가 궁금합니다. 정말 소비에트 연방은 마르크스주의를 상징할 수 있는 국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남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처럼 소비에트 연방은 마르크스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사회주의 혁명을 거친 국가로서 소비에트 연방은 여러 장점들을 선보였어요. 저는 그런 장점들을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어느 정도 소비에트 연방을 본받고, 그런 장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소비에트 연방을 마르크스주의라고 해석한다면, 그건 틀린 해석일 겁니다. 대의 제도가 민주주의가 아닌 것처럼 일당 국유화는 마르크스주의가 아닙니다. 일당 국유화는 마르크스주의에게서 그저 몇몇 장점을 뽑았을 뿐이죠. 게다가 소비에트 연방은 유일무이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였을 뿐입니다.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가 무조건 사회주의를 대표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나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존재했어요. 유럽의 파리 코뮌부터 남아메리카의 아옌데 정부까지,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주의 집단들이 존재했습니다.
왜 무조건 소비에트 연방과 사회주의를 연결해야 할까요. 저는 그게 아주 심각한 편견이고 오해라고 생각해요. 아마 자본주의 기득권들은 그런 편견을 좋아할 겁니다. 만약 소비에트 연방이 사회주의를 반영하는 유일무이한 집단이라면, 자본주의 기득권들은 다른 사회주의 집단들을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짓밟고 학살한 과오들을 덮을 수 있죠. 그리고 정말 사람들은 다른 사회주의 집단들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를 비난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세요. 그들 중 누가 파리 코뮌이나 아옌데 정부를 제대로 언급하나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일당 국유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숱한 우여곡절들 속에서 그저 볼셰비키는 일당 국유화 국가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런 우여곡절들은 자본주의의 횡포에서 비롯했고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좌파 운동이 마르크스주의를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르크스주의가 좌파 운동을 대표하거나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가 좌파 운동의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으나, 저는 마르크스주의가 좌파 운동을 그저 보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보조적인 사상이라고 해도, 마르크스주의는 아주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요. SF 소설 역시 그렇습니다. 미래 문명을 구상할 때, SF 작가들은 자본주의적이고 보수 우파적인 관점을 적용합니다. SF 소설에서 미래 문명은 자본주의적이고 보수 우파적인 관점에서 뻗어나옵니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수 우파가 억압적인 계급 구조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문명을 꿈꾸는 SF 작가는 그런 억압적인 계급 구조를 깨뜨리고 넘어설 수 있어야 해요.
마르크스주의가 지적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뭘까요. 성 차별? 정치적 불평등? 외국인 혐오나 인종 갈등? 그런 것들 역시 중요한 사항들이고, 마르크스주의가 경계하는 사항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마르크스주의가 지적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문제가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주의는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솔직히 유일무이하게 마르크스주의만 먹고 사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에 매달리죠. 다른 사상들은 노동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유기체 동물로서 인간이 먹고 살아야 함에도, 다른 사상들은 노동을 주목하지 않죠.
다른 사상들은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사실 숱한 성 차별, 정치적 불평등, 외국인 혐오, 인종 갈등, 환경 오염은 경제 문제, 먹고 사는 문제에서 비롯합니다. 백인 노동자가 난민을 차별하는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뺏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핵 발전소를 옹호하는 이유는 그게 밥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취직 문제, 노동 문제, 경제 문제,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진보 지식인들은 이런 문제를 무시합니다. 그런 시각은 SF 소설로 이어지고, 미래 문명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혼자 크게 외칩니다. 우리는 유기체 동물이에요.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는 동물이고, 먹고 살기 위해 생산 수단을 소유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SF 작가는 미래 문명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