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잃어버린 세계>와 수익 체증의 경제학 본문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세계>는 멸종을 탐구합니다. 지구에서 생명체들은 꾸준히 대량 멸종에 돌입하곤 했습니다. 공룡들이 멸종한 사건은 가장 유명하나, 다른 대량 멸종들 역시 지구 생태계를 바꿨습니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인류가 6번째 대량 멸종을 경험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영원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착각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몇 천 년이나 몇 만 년 이후, 지구 생태계는 다시 붕괴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지 몰라요. 그때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만약 살아남는다면, 얼마나 많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때 인류 문명이 무슨 모습으로 바뀔까요.
이는 매우 흥미로운 물음이나,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과학자들은 무엇이 6번째 대량 멸종을 촉발할지 알지 못해요. 그래서 마이클 크라이튼은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꺼냅니다. 흔히 사람들은 운석이나 기후 변화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자연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세계>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에 주목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공룡들의 행동 방식이 멸종을 초래했을지 몰라요.
크라이튼은 운석이나 기후 변화가 아니라 어떻게 공룡들이 행동했는지 주목합니다. 사실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들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들은 운석이나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 재해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릴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들은 인류가 함부로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거나 전략 병기를 개발한다면, 그게 인류 문명을 무너뜨릴지 모른다고 경고해요. <잃어버린 세계>는 내부적인 요인에 주목했고, 우리가 어떻게 공룡들이 행동하는지 봐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잃어버린 세계> 역시 무엇이 공룡들을 멸종으로 몰아넣었는지 자세히 밝히지 못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그저 가설을 세우고 그걸 전개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흥미로운 가설입니다. 그리고 공룡들의 행동 방식, 더 나가서 생명체들의 행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크라이튼은 여러 생물학 및 수학 이론들을 동원합니다. 복잡성 이론은 가장 두드러지는 이론들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크라이튼은 그저 생명체들의 행동 방식만 설명하지 않고, 복잡성 이론을 이용해 인류 문명의 경제 구조를 언급합니다.
<잃어버린 세계>에서 경제 상황이 변하는 과정과 원인은 중점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세계>는 공룡 소설이고, 소설 속에서 과학자들은 공룡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아이언 말콤 같은 과학자는 분명히 주식 시장이나 대규모 전쟁 같은 경제 상황이나 사회 구조를 언급했어요. 게다가 <잃어버린 세계>를 번역한 김영사 출판사는 소설의 뒷부분에 복잡성 이론에 관한 해설을 달았습니다. 이 해설은 창발적인 행동, 스튜어트 카우프만, 폰 노이만과 세포 자동차, 세포 분화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수익 체증의 경제학을 설명하죠.
흠, 수익 체증의 경제학? 경제가 불안정하고 항상 변화하는 구조라고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설명에 동의할지 모르죠. 하지만 <잃어버린 세계>와 복잡성 이론에 관한 해설은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빼먹었습니다. 그건 자본주의 체계가 현대 문명을 장악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를 이야기하고 싶나요? 주식 시장을 이야기하고 싶나요? 현대의 대규모 전쟁을 이야기하고 싶나요?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자본주의 체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미 19세기에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학 철학 수고>나 <자본론>을 썼어요.
당연히 우리는 그런 방법을 따라가야 할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를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현대 문명을 이야기할 수 있나요? 그건 기초적인 사칙연산을 모르는 사람이 미적분을 풀겠다고 덤비는 꼴일 겁니다. 경제와 사회 구조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닙니다. 마르크스 역시 경제 구조를 살아있는 유기체에 비유했으나, 그건 그저 비유에 불과했어요. 경제와 사회 구조는 자본주의 체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따라서 우리가 자본주의 체계를 분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경제학 전문가들(을 자처하는 권력의 나팔수들)은 왜 경제 공황이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못해요.
경제 공황은 자본주의 체계가 야기하는 말썽입니다. 과잉 생산과 불안한 금융 신용이 주요 원인이죠. 하지만 경제학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이 자본주의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헛소리들을 나열하고, 정말 중요한 원인을 주목하지 못하죠. <잃어버린 세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흥미로운 가설을 세웠고, <잃어버린 세계>는 흥미진진한 공룡 소설입니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는 멋진 소설이죠. 하지만 복잡성 이론으로 경제와 사회 구조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습니다. 그건 종교 경전으로 생명의 역사를 설명하는 광신도와 다르지 않겠죠.
[경제 현상을 정말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우리는 이런 책들을 참고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