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술적 특이점 (49)
SF 생태주의
수많은 SF 소설들은 좀비를 이야기합니다. 원래 좀비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요소이나, SF 작가들은 여러 설정들을 이용해 좀비를 상상 과학으로 바꿨습니다. 뭐, 드래곤이 사이언스 픽션에 등장할 수 있다면, 좀비가 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죠. 좀비가 매력적인 이유는 좀비들이 사방팔방에서 무수히 출몰하기 때문일 겁니다. 종종 SF 소설들은 좀비를 전염병에 비유합니다. 아니, 검마 판타지 역시 좀비들을 비롯한 언데드들을 전염병에 비유하죠.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들 속에서 전염병은 엄청나게 퍼지고 아무도 그걸 막지 못합니다. 같은 고전적인 소설부터 최근 블록버스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은 인류가 막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입니다. 좀비들은 사방에서 쉬지 않고 튀어나오고, 덕분에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
유토피아 설정은 비단 유토피아 소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같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하위 장르들 역시 유토피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주 탐사물, 스페이스 오페라, 밀리터리 SF 소설들도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리곤 합니다. 물론 이런 소설 속의 문명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최대한 이상적으로 그렸으나, 어떤 독자는 (심지어 소설 주인공이) 거기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 인류 혹은 인류의 후손이 텔레파시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가정하죠.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개인의 행동을 공동체와 연결시키죠. 게다가 공감 능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적 재산을 소유하지 않아요. 서로의 ..
[기후 변화는 인류의 삶을 아주 부정적으로 바꿀지 모릅니다. 이건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겠죠.] 여러 학자들은 기술적 특이점과 가상 공간을 활발하게 논의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언젠가 다가오고, 인공 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할 겁니다. 일단 특이점을 넘는다면, 인공 지능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인공 지능을 통제한다면, 우리는 기계에 많은 영역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대신 기계가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기계를 통제하든 그렇지 않든 기계는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겁니다. 생산량은 더욱 높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생존을 걱..
[게임 의 언폴른 우주선은 살아있는 나무와 기계의 조합, 나무 사이보그 우주선입니다.] 사이보그는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이런 사이보그는 SF 소설의 주요 소재입니다. SF 작가들은 온갖 인공지능들과 로봇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런 기계들과 생명체의 결합은 진부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이보그는 내부적으로 기계이고 외부적으로 생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기계가 생체 표피를 뒤집어쓴다면, 그 사이보그는 내부적으로 기계이고 외부적으로 생체겠죠. 만약 누군가가 뇌를 기계로 바꾼다면, 그 사람도 사이보그로 불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사이보그는 신체 일부만 기계로 바꿉니다. 적어도 중요 부위는 여전히 생체입니다. 이런 사이보그 개념은 그저 인간에게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왜 인간만 ..
[인류를 비롯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하는 육체적인 변화와 전복, 블러드 뮤직.] 흔히 SF 소설들은 인류 이외에 다른 존재들을 바라봅니다. 외계인, 인공지능, 돌연변이 등은 그런 외부적인 존재로 유명하죠. 하지만 SF 소설에는 외부적인 존재이자 내부적인 존재도 등장합니다. 바로 우리 인류의 후손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후손이기 때문에 분명히 '내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비롯했어요. 하지만 인류의 후손은 현재 인류와 너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외부적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독자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어떤 이질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인류 이후 인류의 유지를 이어받은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지만, 그들은 인류와 너무 다르고 따라서 전혀 다른 세상을 이룩..
SF 작가들은 종종 인류 멸망을 이야기합니다. 네, 말 그대로 인류 전체가 사라집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외계인이 침입하거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거나,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거나, 환경이 급속도로 오염되거나, 기타 등등.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정적이거나 비관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모든 작가들이 인류 멸망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냥 덤덤하게 바라보는 작가도 있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이런 작가들은 인류가 사라지는 대신 좀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할 거라고 설정합니다. 그런 존재들은 사실 인류가 아니겠으나, 인류의 다음 세대이고 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죠. 어쨌든 인류 자체는 없어지기 때문에 인류 멸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어떤 작가들은 수많..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라는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은 로봇 3원칙, 특히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원칙을 어떻게 로봇이 해석할지 주로 이야기하죠.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아시모프 특유의 논리적 전개와 반전에 감탄했으나, 한편으로 교정 로봇이 참 부럽더군요. 이 로봇은 제목처럼 오탈자를 고칩니다. 어려운 물리학 책을 건네도 순식간에 오탈자를 고칩니다. 아마 단편 소설 정도는 순식간에 고칠 수 있겠죠.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로봇이 꽤나 유용할 겁니다. 성격이 덜렁거리는 글쓴이라면, 훨씬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덤벙거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오탈자를 많이 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벌써 수많은 오탈자를 냈군요. 분명히 퇴고할 때는 안 보였던 오탈자가 나중에..
스티븐 호킹이 세계 정부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급격히 성장한다면, 인간이 더 이상 그걸 통제하지 못할 수 있고, 따라서 호킹은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나라나 지방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규제와 표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국제 연합 같은 단체를 구성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세계 정부보다 효력이 약할 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솔직히 지금도 국제 연합은 세계 문제에 별반 관여하지 못하죠. 미국 같은 강대국은 국제 연합의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다국적 기업들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사무총장이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죠. 장 지글러가 코피 아난의 무력함을 한탄하..
작가들은 종종 자신의 사상을 작품에 집어넣습니다. 수많은 소설들은 그 소설가들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심지어 나 처럼 이게 소설인지 철학 서적인지 구분이 안 가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슐라 르 귄은 단편 소설 의 후기에서 무정부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철학 중에서 무정부주의에 끌리고, 그래서 을 썼다고 말했죠. 르 귄은 이 소설에서 무정부주의를 깊게 탐구하고, 요모조모 뜯어봅니다. 무정부주의 역시 인간의 사상이기 때문에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르 귄은 인류가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건 그저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르 귄은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거나 페미니스트 운동가들과 연합합니다. 르 귄은 후기에서 을 쓸 때 인칭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