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본 소득 (29)
SF 생태주의
소설 는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받는 세상을 그립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기본 소득은 21세기 좌파들이 생각하는 기본 소득과 많이 다릅니다. 가 상정하는 노동이 21세기 좌파들이 상정하는 노동과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이 제시하는 노동 조건은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엄청나게 부여하고, 사람들은 수많은 기회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할 때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얼마든지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작업들을 체험할 수 있고, 온갖 경험들을 쌓을 수 있어요. 게다가 노동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 소득은 인간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접시를 닦..
[자본주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다면, SF 창작물은 임금 노예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까요.] 롤플레잉 게임 은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와 검마 판타지를 종합한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배경 설정은 흔한 사이버펑크와 비슷하나, 이 게임에는 엘프들이나 트롤들이 있고, 오래된 드래곤들이 있고,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 기업들이 지배하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엘프나 트롤이 기관단총이나 돌격 소총을 들고 로봇들이나 정령들과 싸울 수 있죠. 아마 누군가는 이런 설정이 독특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어요. 아마 누군가는 사이버펑크 장르를 검마 판타지에 억지로 집어넣었다고 비판할지 모르고요. 의 절반은 사이버펑크이나, 절반은 와 비슷한 검마 판타지죠. SF 세상에서 이렇게 과학과 마법을 결합하는 ..
"무슨 권리로 한 개인이 자기 몫을 주장합니까?""인간성이죠. 자기 몫을 주장할 권리는 그 사람이 인간이라는 데 있습니다.""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몫을 가져간다는 뜻입니까?""물론이죠." 위 대화는 소설 에 등장합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아고라 출판사는 책 띠지에 저 대화를 실었고요. 왜 출판사는 수많은 대화들 중 저걸 골랐을까요. 왜 저걸 띠지에 실었을까요. 아마 저 대화가 소설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 대표성이 있는 대화이기 때문이겠죠. 는 사회주의 국가를 묘사하는 소설이고, 소설 주인공은 시간을 거슬러 미래 사회주의 국가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시간 여행자가 제일 먼저 제기한 물음은 임금 방식이었습니다. 시간 여행자는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습니..
"왜 인간들이 정신적이고 자각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증거는 없습니다. 인간들은 절대 스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너무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종의 구성원들은 단지 들은 것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인간 특질은 자각이 아니라 신봉이며, 그 특징적인 결과는 종교적 전쟁입니다. 독특하게도 인간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위해 싸웁니다. 나는 우리가 어떤 자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고집스럽고 자기 파괴적인 신봉자들입니다. 우리 종에 관한 다른 관점은 단지 자족적인 미혹일 뿐입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는 아이언 말콤이 강연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아이언 말콤은 세계적인 석학들 앞에서 멸종과 동물들의 행동 원리라는 주제로 강연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어떤 청중..
[여기는 중국이 아닙니다. 환경 오염의 원인은 중국이 아니라 무분별한 자본주의 산업 개발입니다.] 중국의 미세 먼지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 피해를 불만 없이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행동을 욕하고 비난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중국은 고도의 산업 발전을 이루고, 과다한 미세 먼지를 뿜지 않을지 모릅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해치기 위해 미세 먼지를 뿜지 않습니다. 만약 중국이 그랬다면, 미세 먼지 사태를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중국은 그저 산업을 발전시키기 원할 뿐이고, 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닦을 뿐입니다. 현재의 유럽이나 미국, 일본..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초기 사회주의 SF 소설들, 가령, , , 등은 전부 사회적 소유와 생산 토론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사회주의의 진짜 골자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주의가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공유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는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서로 토의해야 합니다. 생산 수단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토의는 당연히 원탁 토의여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평등하게 토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런 사회적 공유나 생산 토론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재나 비밀 경찰 등이 사회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기득권이 아주..
기후학자와 생태학자, 환경 사회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 역사상 제일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런 경고는 과장일 수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기후 변화의 피해가 언제 닥치고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이 경고하는 중이고, 만약 학자들이 옳다면, 전세계는 지금 당장 거기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온실 가스를 줄이고, 생산량을 줄이고, 해안선에 방파제를 쌓고, 생물 다양성을 살피고, 빈민들을 지원하고…. 전세계는 이런 작업에 매달려야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전혀 실행되지 않습니다. 세계 정상들은 고작 기후 협약을 맺었고,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 정의를 요구하지만 북반구 강대국들은 귓등으로 그걸 흘립니다. 무엇보다 사람들도 기후 변화에..
기본 소득을 논의하는 책들은 기본 소득이 누군의 발상인지 논의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파와 좌파는 모두 기본 소득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우파와 좌파 모두 기본 소득에 찬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비난합니다. 우파는 기본 소득이 빨갱이들의 공상이라고 힐난합니다. 만약 정부가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면, 사람들이 전부 못 먹고 못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좌파 역시 기본 소득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사람들을 더 많은 소비로 몰아갈 테고, 더 많은 소비는 사람들을 거대 자본과 자유 시장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좌파는 이런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저항을 둔감하게 만들 거라고 걱정합니다. 또한 우파와 좌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할 때, 양쪽의 취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