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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태계 보존과 기본 소득 본문

사회주의/사회 공학

자연 생태계 보존과 기본 소득

OneTiger 2017. 6. 16. 20:00

기후학자와 생태학자, 환경 사회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 역사상 제일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런 경고는 과장일 수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기후 변화의 피해가 언제 닥치고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이 경고하는 중이고, 만약 학자들이 옳다면, 전세계는 지금 당장 거기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온실 가스를 줄이고, 생산량을 줄이고, 해안선에 방파제를 쌓고, 생물 다양성을 살피고, 빈민들을 지원하고…. 전세계는 이런 작업에 매달려야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전혀 실행되지 않습니다.


세계 정상들은 고작 기후 협약을 맺었고,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 정의를 요구하지만 북반구 강대국들은 귓등으로 그걸 흘립니다. 무엇보다 사람들도 기후 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무분별한 생산과 대규모 소비는 분명히 잘못되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생산량 증대와 경제 발전만을 외칩니다. 왜 경제가 발전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해요. 엄밀히 따지면, (강대국들의)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저 생산량 증대에만 매달립니다. 어떻게 뭐가 돌아가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전망하지 못하죠.



하지만 이게 전부 사람들만의 잘못일까요. 왜 사람들은 여전히 생산량 증대에만 매달릴까요. 저는 그게 먹고 살기 고달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먹고 사는 문제가 사람들의 사고 회로를 강력하게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세계적인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그것들은 제대로 분배되지 않습니다. 일부 자본가들이 막대한 생산 수단을 차지했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힘들게 먹고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논밭에서 수많은 작물이 생산되면 뭐 하겠습니까. 그게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면,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별로 소용이 없겠죠. 사람들은 매일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실 먹고 사는 문제야말로 그 어떤 문제보다 심각할 겁니다. 알베르 카뮈는 자살이야말로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자살보다 훨씬 심각할 겁니다. 아니, 먹고 사는 문제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을 선택했을 겁니다. 먹고 살 방법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합니다. 설사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합니다. "밥줄이 끓긴다."는 이 단순한 문구는 아주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덤빕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간단하면서 동시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기후 변화도 저런 고정 관념을 파고들 수 없습니다. 기후학자, 생태학자, 환경 사회학자들이 열심히 비판해도 그건 지식인의 경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지식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그리고 먹고 사는 논리가 머릿속에 고정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후 변화 같은 문제에 눈을 돌릴 수 없습니다. 만약 기후 변화의 피해가 당장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사람들은 뒤늦게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여길 겁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 난민들은 대기업들과 싸우는 중입니다. 환경 오염에 시달리는 빈민들, 원주민들, 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업들과 싸웁니다. 만약 그런 피해가 대규모로 확대된다면, 사람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겠죠.


하지만 그 전까지 사람들은 그저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고 생산량 증대에만 매달리고 경제 성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죠. 우리나라를 볼까요. 4대강 오염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숲을 밀어버리는 것에 찬성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연 생태계를 그냥 밀어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온건 보수 우파라고 해도 이런 생각은 다르지 않습니다. 왜? '경제 성장'이라는 마법의 단어 때문입니다. 이 마법의 단어는 곧 먹고 사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설사 기후 변화의 막대한 피해가 영향을 미쳐도 사람들은 그저 자기 눈 앞만 바라보고 더욱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주변 환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면, 사람들이 자연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면, 그 이전에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겁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손을 놓고,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기본 소득은 그런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계적으로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면, (기본 소득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사람들은 일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것에 집중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자연 생태계를 쳐다볼 수 있겠죠.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 깨달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게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전세계가 완전한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행동이 무조건 바뀔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기본 소득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여전히 생산량 증대와 무분별한 개발에만 매달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험적인 기본 소득 정책은 많은 것들을 바꿨고, 따라서 저는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어느 정도 바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기본 소득이 생물 다양성을 엄청나게 복원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후 변화 같은 거창한 문제를 막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좌파들이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강력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 소득이 자연 생태계를 더욱 오염시킬 거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좌파들 중에 기본 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고, 저 역시 사회 체계가 기본 소득을 넘어 더욱 먼 곳(사회주의적 계획 경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 소득은 디딤돌이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런 디딤돌이나 징검다리가 필수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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