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사회적 공유와 사회주의적 상상력 본문
초기 사회주의 SF 소설들, 가령, <뒤 돌아보며>, <붉은 별>, <에코토피아 뉴스> 등은 전부 사회적 소유와 생산 토론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사회주의의 진짜 골자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주의가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공유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는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서로 토의해야 합니다. 생산 수단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토의는 당연히 원탁 토의여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평등하게 토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런 사회적 공유나 생산 토론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재나 비밀 경찰 등이 사회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기득권이 아주 좋아하는 논리이고, 사람들은 이런 논리에서 좀처럼 더 나가지 못하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사회주의를 둘러싼 오해는 정말 뻥튀기될 때가 많습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수많은 오해와 착각과 편향적인 시선을 이루 말할 수 없죠. 아마 사회주의가 현재 체계(자본주의 체계)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오해를 받는 듯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기득권들은 어떻게든 사회주의를 깔아뭉개고 매도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가리지 않았죠. 게다가 소련이 자신들을 사회주의의 맡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기득권들은 소련의 악덕을 사회주의에 곧잘 뒤집어 씌웁니다. 소련이 사회주의냐 아니냐는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말 소련이 사회적 공유와 노동자 통제, 계획 경제를 제대로 실천했느냐는 점입니다. 그리고 소련이 그것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사회주의 연방이라고 불릴 수 없겠죠. 국유화나 일당 독재가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했다고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유화나 일당 독재는 사회적 소유의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만, 전부가 아닙니다. 게다가 아주 기초적인 방법일 뿐이죠.
사실 (다른 사회주의 이론을 제외하더라도) 카를 마르크스의 이론이 무조건 국유화는 아닙니다. 또한 초기 러시아 소비에트는 사회적 공유와 노동자 통제를 실시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자본 세력들이 반혁명을 부추겼기 때문에 초기 러시아 소비에트는 변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괴적인 전쟁은 당연히 사회 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죠. 희한하게도 소련을 욕하는 사람들은 자본 세력의 이런 공격을 별로 언급하지 않더군요. 고전적인 디거스부터 바르셀로나 노동자 도시와 쿠바 혁명을 거쳐 작금의 무토지 농민 운동까지, 고립과 포위는 언제나 사회주의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어쨌든 <뒤 돌아보며>와 <붉은 별>과 <에코토피아 뉴스> 모두 어설픈 국유화나 일당 독재를 별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런 SF 소설들은 사회주의의 진짜 정수, 사회적 공유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훨씬 자연 생태계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이런 사회적 공유와 생산 토론 덕분입니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떻게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정교한 전산망으로 생산 계획을 예측하거나 계산할 수 있어요.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에는 이런 것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전산망이 굉장히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계산이 불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면, 사회주의적 계획 경제 역시 탄력을 받을지 모릅니다. 인공 지능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생산량을 계획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기술적 특이점은 머나먼 이야기입니다. 과연 언제 인공 지능이 그렇게 발달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사회적 공유는 사회적 분배를 위한 디딤돌입니다. 따라서 당장 계획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면, 사회적 분배를 실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기본 소득이나 쿠폰 선거 자금이나 추첨 민주주의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것들은 계획 경제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사회적 분배를 실현하는 방법들입니다. 이런 정책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권력을 나눠주고, 권력이 최대한 낱낱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합니다. 허버트 웰즈 같은 사회주의자는 엘리트 정치가 최선이라고 말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죠. 장 자크 루소의 말처럼 권력은 최대한 분배되어야 합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이 모두 기본 소득이나 추첨 민주주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본 소득이 친자본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어떤 사람들은 추첨 민주주의가 사회적 분배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런 정책들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권력을 나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반쪽짜리 기본 소득은 자본의 도구일 수 있으나,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은 사회적 분배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회주의자들이 저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인 사회주의 혁명과 계획 경제는 사회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에릭 라이트가 지적했듯 사회주의자들은 저런 정책들을 함께 추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소련이 사회주의의 전부라고 말하는 고정 관념에서 많이들 벗어났으면 싶습니다. 이게 <스타 트렉>만 사이언스 픽션의 전부라고 우기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