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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구글링 이미지에서 을 검색하면,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뉴크로부존을 묘사했으나, 풍경들은 각자 다릅니다. 어떤 그림은 19세기 런던의 전형적인 한 장면을 뻥튀기하고, 뉴크로부존에 덧붙입니다. 이런 그림 속에서 건물들이나 구조물들이나 다리들은 훨씬 웅장하나, 기본적인 분위기는 19세기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뉴크로부존이 이렇게 생겼다고 상상했습니다. 차이나 미에빌이 영국 작가이고 런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는 뉴크로부존이 비틀리고 과장된 19세기라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어떤 그림은 19세기보다 20세기 초기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규모는 웅장하나, 너무 삭막하고, 사이언스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어떤 그림은 높은 탑들과 아파트들을 하늘로 쭉쭉 세우고, 좀 더..
SF 장르를 논의할 때 SF 우월주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SF 소설은 다른 환상 소설이나 주류 문학보다 우월한가?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할지 모릅니다. 어떤 SF 독자는 SF 작가가 거시적인 세계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SF 소설이 다른 환상 소설이나 주류 문학보다 우월하다고 자랑할지 모릅니다. SF 소설이 환상 소설이나 공포 소설과 이웃이라고 해도, 장르 작가들과 평론가들과 독자들은 서로 비판하곤 합니다. (SF 울타리 안에서) 하드 SF 독자와 스페이스 오페라 독자가 싸울 수 있고, 서사 판타지 평론가가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을 비난할 수 있고, 하드 SF 독자가 공포 소설을 무시할 수 있죠. 그런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하드 SF 소설들이나 모던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이 거창..
비디오 게임 는 해저 기지를 돌아다니는 생존 공포물입니다. 201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게임 주인공은 뇌 실험에 참가했으나, 잠시 정신을 잃은 후, 기이한 해저 기지에서 깨어납니다. 멀쩡한 대도시에서 갑자기 폐허가 된 해저 기지로 이동했죠. 게임 주인공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사방을 돌아다니고, 괴상한 로봇들과 대면합니다. 뇌 실험, 자아 분열, 괴이한 해저 기지, 괴상한 로봇들. 는 필립 딕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고, 그런 게임답게 서두에서 필립 딕을 언급합니다. "현실은 당신이 그것을 믿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게임 는 이런 문구에 충실한 사건들을 전개하고,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적이 없습니다. 게임 설정이 전형적으로 보였고, ..
예전에 를 읽었을 때, 망치가 뒷통수를 가격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었으나, 그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최신 SF 소설을 읽는다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SF 소설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적인 19세기 소설과 1950년대 소설과 21세기 이후의 소설은 서로 다를 겁니다. 게다가 최신 하드 SF 소설은 훨씬 다르겠죠. 저는 자연 과학계가 얼마나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수많은 논문들을 쏟아내는 중일 겁니다. 그 논문들은 저 같은 21세기 원시인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을 담았겠죠. 저는 대중적인 과학 잡지조차 힘들게 따라갑니다. 나 같은 잡지는 저에게 다소 버겁습니다. 가끔 같..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게임 에 절망하죠. SF 소설들은 그런 '추상적인 사고'를 그려야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를 썼을 때부터 이 인기를 끄는 지금까지, 공룡은 언제나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SF 작가들 역시 공룡에 주목했고요. 하지만 공룡을 규정하는 고증은 수시로 변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생물학자들은 더 많은 사실들을 밝혔고, 그런 사실들은 SF 소설에 영향을 미쳤죠. 가령, 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표지 그림으로 삼았습니다. 의 표지 그림은 깃털이 달리지 않은 티-렉스를 보여주죠. 하지만 요즘 많은 창작물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을 달았다고 묘사합니다. 같은 영화는 과거의 관습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깃털이 달리지 않은 티-렉스를 내보냅니다. 반면, 숱한 자연 다큐멘터리들과 창작물들은..
흔히 사이언스 픽션은 공상 과학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상 과학이 올바른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공상은 논리적이지 않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풍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SF 소설을 '사변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고, 적어도 사이언스 픽션에서 핵심은 공상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가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부터 지식인들까지, 다들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거리끼지 않고 사용합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SF 소설들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허버트 웰즈나 쥘 베른이나 조지 오웰을 대충 읽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나 비디오 게임들만 보고, 대충 사..
[C-3PO와 R2-D2 피규어. 이런 것이 유치할까요? 문화 취향에 유치함과 고급스러움이 있겠어요.] 흔히 사람들은 SF 장르가 황당무개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이언스 픽션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주된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사이언스 픽션은 언뜻 황당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일상적인 요소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외계 생명체들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들 진보적인 외계 문명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인류는 진보적인 외계 문명은 고사하고, 외계 미생물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지 못했고, 인공 지능이나 로봇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게다가 온갖 사이언스 ..
전복과 혁신과 파격. 흔히 SF 소설들은 이런 수식어들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식어들은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SF 소설들은 정말 전복적이고 혁신적이고 파격적이죠. 우선 SF 소설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뒤집습니다. 기존의 세계는 뒤집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인류와 동물들이 사라진 세상을 목격합니다. 그 세계조차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언젠가 다른 세계가 도래하고, 지구 자체가 멸망에 이를 것처럼 보입니다. 쥘 베른은 어느 단편 소설에서 세계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영원히 반복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포스트-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폴 앤더슨은 어떤 방사능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인류가 돌연변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바람직하지 않은 SF 작가로 불리곤 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분명히 유명한 SF 작가이나, 어떤 사람들은 크라이튼이 SF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죠. 우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상 과학보다 스릴러에 흥미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크라이튼이 쓴 유명한 SF 소설들은 대부분 스릴이나 액션을 강조합니다. , , , , , , , (악명이 높은) 등등. 이런 소설들은 스릴이나 액션을 부각하죠. 크라이튼은 나 나 같은 차분하고 정적인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페이지들이 휙휙 넘어가는 필력은 확실히 발군이나, 과학자들이 차분하게 토의하는 내용은 어쩐지 크라이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쓸 수 있는 필력이 있다고 해도 일부러 안 쓰는 듯해요. 게다가 누군가는 크라이튼이 SF 특유의 전복을 보..
종종 독서 동호회들나 SF 평론가들이나 언론들은 SF 소설 순위를 조사합니다. 최고의 SF 소설 100가지, 최고의 스페이스 오페라들, 올해 최고의 SF 소설들 등등. 여러 도서 커뮤니티들과 인터넷 언론들에서 그런 목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가끔 그런 설문 조사들은 왜 독자들이 SF 소설들을 읽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어떤 독자들은 SF 소설들이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독자들은 엄중한 고증과 치밀한 과학적 상상력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이나 빅 데이터 인공 지능 같은 용어들이 범람한 이후,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SF 소설들을 찾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령, 안철수가 를 언급했을 때, 사람들이 윌리엄 깁슨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