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과학적 상상력 (92)
SF 생태주의
[이런 소설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이언스 픽션에게는 미래, 과학 그리고 변혁이 어울립니다.] 과학, 미래, 변혁. 이런 단어들은 사이언스 픽션을 규정합니다. 이런 단어들 없이 사이언스 픽션은 존재하지 못할 겁니다. 이 세 단어들 중 사이언스 픽션과 제일 잘 어울리는 단어가 뭘까요? 세 단어 모두 사이언스 픽션과 필수적인 관계를 맺었을 겁니다. 이것들 중 구태여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이 사이언스 픽션과 제일 잘 어울릴까요? 저는 변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변혁을 말하는 장르이고, 변혁은 사이언스 픽션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사이언스 픽션은 인류 문명과 자연 생태계와 심지어 우주가 끊임없이 바뀐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류 문명이 바뀌는 과정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드 SF 소설은 과학적으로 엄중하게 상상한 소설을 뜻합니다. 하드 SF 소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겠으나, 대충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정의에 반대하겠으나, 이는 완전히 틀린 정의가 아닐 겁니다. 여기에서 엄중한 상상력이 무엇을 뜻할까요? 아마 엄중한 상상력은 SF 작가가 자연 과학 지식에 좀 더 공을 들인다는 뜻일 겁니다. 똑같이 우주 항해를 다룬다고 해도, 작가가 천문학 지식과 우주 비행 지식을 최대한 반영한다면, 그 소설은 하드 SF 소설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작가가 초공간 도약이나 초능력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넣는다면, 그 소설은 하드 SF가 아니라 스페이스 오페라가 되겠죠. 만약 작가가 19세기 증기선이 우주로 나갈 수 있다고 쓴다면, 그 소..
[게임 의 드워프 증기 함선. 중세 판타지 역시 스팀펑크를 이야기할 수 있죠.] 시대 배경별로 스팀펑크 장르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팀펑크 장르가 크게 세 가지 시대 배경들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스팀펑크는 장르는 크게 중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미래로 나뉠 수 있을 겁니다. 창작가들이 스팀펑크 장르를 만들 때, 창작가들은 저 세 가지 시대 배경들 중 하나를 고르는 것 같습니다. 저것들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시대는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일 겁니다. 대략 이 시대는 산업 혁명부터 1차 세계 대전을 아우릅니다. 이 시대는 1870년대 안팎부터 1920년대까지 뻗은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시대는 정말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자본주의는 산업 혁명과 함께 산업 자본주의로..
[중세 판타지와 달리, 여기에는 변화와 진화가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의 매력은 그것이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속담이 SF 소설과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SF 소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어리석은 이유는 단기적인 시각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아주 넓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물은 넓은 하늘을 좁게 가리고, 개구리는 좁은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판단합니다. 그건 편협한 판단이죠. 그래서 누군가가 편협하고 단기적으로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하죠. 이게 SF 소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SF 소설은 근본적으로 거시적인 전망..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꽤나 유명한 문학 기법입니다. 이는 특별히 부정적인 기법으로서 유명합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모든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는 인위적인 장치를 뜻합니다. 소설, 만화, 연극, 애니매이션, 영화, 게임 등에는 수많은 갈등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갈등들은 긴장감을 형성하고, 격렬한 싸움이나 전투를 부르고, 비극이나 비장미를 연출합니다. 크고 복잡한 갈등을 이야기하는 창작물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을 겁니다. 그래서 창작가는 뭔가 압도적이고 복잡한 갈등을 집어넣고 싶어하죠. 문제는 그런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복잡하게 갈등 관계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어떻게 이런 복잡한 관계들을 깔끔하게 풀 수 있을까요? 어디에서 어떻게 갈등을 풀..
[진짜 볼거리는 흐느적거리는 외계 괴물이 아니라 이런 비일상적인 구조물일지 모릅니다.] "저 우주에는 다툼이나 편견이나 국가적인 분쟁이 아직 없습니다. 우주의 위험들은 우리 모두에게 적대적입니다. 우주를 정복하는 일은 인류에게 최선이고, 이렇게 평화적으로 협력하는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영화 예고편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 문구는 예고편 서두를 장식했습니다. 이는 존 케네디가 연설한, 이른바 의 일부일 겁니다. 인류가 평화롭게 우주로 진출한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아마 는 이런 문구를 집어넣었을지 모릅니다. 저는 영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편에 저 문구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는 인류가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와 만나고 한바탕 핏빛 소동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가 훨씬 ..
여러 대학들에는 경영학과가 존재합니다. 경영학과에서 대학생들은 이런저런 경영학 이론들을 배웁니다. 경영학이 뭘까요? 이름처럼 경영학은 기업을 경영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과 학생이 모두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몇몇 대학생은 경영자가 되겠죠.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노동자가 될 겁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자본가들은 소수이고 노동자들은 다수입니다. 게다가 중소 자본가들 역시 노동자들과 별로 다른 처지가 아니죠. 프랜차이즈 사장들은 사장이 아니라 본사를 떠받드는 노동자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경영자가 되지 못하고 노동자가 되겠죠. 하지만 왜 대학생들이 노동학이 아니라 경영학을 배울까요? 남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대표적인 명문 대학교입니다...
[이런 기계 장치와 전기 불빛들은 중세 판타지보다 스팀펑크에 가깝죠. 하지만 왜 스팀펑크일까요?] 비디오 게임 는 사악한 던전을 운영하는 내용입니다. 는 피터 몰리뉴가 만든 를 따라가는 전략 게임이죠.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들과 달리, 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악마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모험가 일행이 던전을 침략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악마들을 모으고 모험가 일행을 물리쳐야 합니다.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들이 모험가 일행을 조명한다면, 는 모험가 일행과 맞서는 던전 악당들을 조명합니다. 던전 건설은 독특한 게임 플레이로 이어지고, 덕분에 는 여러 정신적 후계작들을 양산했습니다. 는 그런 후계작들 중 하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다크 엘프 마법사가 되고, 사악한 던전을 확장하고, 악마 군대를 생산하고, 선한 세력..
소설 는 탐정 소설입니다. 꽤나 독특한 탐정 소설이죠. 제목처럼 소설 속에는 두 도시 베셀과 울코마가 등장합니다. 문제는 두 도시 시민들이 서로 무시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두 도시 시민들은 서로를 안 보고 안 듣느라 애씁니다. 만약 베셀 시민이 울코마 건물을 쳐다보거나 울코마 시민을 만난다면, 당장 침범국 요원들은 베셀 시민을 잡아갈 겁니다. 울코마 시민이 베셀 건물을 만지거나 베셀 시민과 대화한다면, 침범국은 그걸 범죄라고 규정할 겁니다. 이는 꽤나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규칙이죠. 하지만 어떤 사건이 두 도시에 걸친다면? 저쪽 도시에서 이쪽 시민이 죽는다면? 어떻게 담당 형사가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할까요. 담당 형사는 저쪽 도시 사람이고, 사건을 원활하게 수사하기 위해 이쪽 도시로 넘어가야 합니다. 하..
SF 소설은 등장인물을 등한시하는 소설로서 유명합니다. 소설을 이루는 3대 요소가 사건, 배경, 인물이라면, SF 소설은 인물보다 사건과 배경에 훨씬 치중합니다. 특히, SF 소설에서 배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정 놀음을 즐깁니다. 설정 놀음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레고 블록을 짜맞추는 것처럼 SF 팬들은 배경 설정을 짜맞추고, 가상의 세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살핍니다. 심지어 어떤 SF 작가 지망생들은 소설보다 설정 사전에 더 신경을 쏟습니다. 설정 사전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고, 그 자체로서 소설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SF 작가 지망생들은 열심히 설정 사전을 씁니다. 설정 사전을 열심히 쓰느라 그들은 기운을 소모하고,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