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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 소설은 첨단 과학 기술과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나 , 처럼 유명한 초기 SF 소설들은 자연 과학자를 소설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위대한 연금술사이고, 네모 선장은 해양 과학자이자 만능 공학자입니다. 시간 여행자는 직접 시간 여행 장치를 뚝딱뚝딱 만들었죠. 이런 특징은 20세기와 21세기로 이어지고, 여전히 많은 SF 작가들은 과학자들, 발명가들, 우주선 승무원들을 소설 주인공으로 내세워요. 심지어 사이언스 판타지 역시 과학자를 사랑하죠. 사회 과학적인 SF 소설 역시 그렇고요. 모든 SF 작가가 과학자들을 편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SF 세상에서 과학자는 상징적인 등장인물이고, 이는 SF 소설이 첨단 과학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었는지 반증하죠. 하지만 어떤 SF ..
근대 이후 과학은 인류에게 새로운 이성과 계몽의 길을 열었습니다. (자연) 과학을 통해 사람들은 눈을 떴고, 과거의 구태의연하고 케케묵은 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건 과학의 장점이나, 덕분에 사람들은 모든 것에 과학을 뒤집어 씌우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다들 과학으로 포장합니다. 흠, 이것 역시 과학 만능주의라고 할까요. 다들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분명히 사회 과학적인 내용에 자연 과학의 포장지를 씌우곤 하죠. 는 진화 심리학과 성 차별을 논하는 책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성 차별을 진화적이고 유전적이고 태생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나, 이 책은 거기에 반박합니다. 오히려 이 책은 "성 차별이 문화적이고 후천적이고 사회적인 요소"라고 주장해요. 가령,..
르네 바르자벨이 쓴 은 소설 내용이 무엇인지 제목으로 드러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죠. 엄청난 재난은 문명을 덮치고, 쓰러지는 문명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문명이라는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원하나, 엄청난 재난은 그들을 계속 문명 밖으로 몰아갑니다. 사람들은 결국 안락한 울타리에서 쫓겨나고, 온갖 가혹한 상황들에 직면합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뒤집어썼던) 가면과 위선과 형식을 벗어던지고 본모습을 드러내죠.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보여주는 여러 특징들 중 하나는 이겁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인류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가면과 위선과 형식을 벗길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른바 문명인을 순식간에 야만인으로 몰..
[고생물학자는 여기에 놀라기보다 이걸 비판해야 했을 겁니다. 아주 강하게.] 공룡 소설에서 누가 주인공을 맡아야 할까요. SF 작가가 공룡 소설을 쓴다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야 할까요. 아마 해답은 공룡 학자, 그러니까 고생물학자일지 모릅니다. 사실 여러 SF 소설들은 고생물학자를 비롯해 동물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소설 에서 챌린저 교수는 동물들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소설 에서 조나스 테일러는 잠수부이자 메그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소설 에서 선사 시대로 돌아간 브랜든 새커리 역시 고생물학자이고 박물관 큐레이터입니다. 이들은 모두 주인공이고, 주인공답게 고생물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챌린저는 스테고사우루스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에 관해 열심히 뻐꾸기를 날립니다. 에서 주인공 조나스 테일러는 ..
종종 SF 소설들은 과학 만능주의를 경고하곤 합니다.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과학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모든 것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런 과학 만능주의는 비단 SF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에서 과학 만능주의자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합니다. 통섭을 주장하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그런 부류에 속할 겁니다. 최재천은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고 환경 보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환경 보호론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환경 오염이 심각한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지식인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을 등한시하고 자연 과학에만 비중을 둔다는 점입니다. 우리 인류는 문..
8월 10일,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우리나라의 최재천 교수가 만났다고 합니다. 두 학자는 에코 토크 콘서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군요. 저는 그 대화를 직접 듣지 못했으나, 그 대화를 다루는 과학 기사를 몇 편 읽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현재의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크게 우려하고, 인류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포기하지만, 구달은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달도 나이가 상당히 많죠. 어쩌면 언젠가 구달의 부고를 들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학자이자 환경 보호론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인물이 좀 더 많아야 사람들도 좀 더 자연 환경에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생물 다양성은 육식동물들이 투쟁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어요.] 영화 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벨로시랩터를 길들입니다. 군대 관계자는 벨로시랩터들을 생체 병기로 사용하기 원하죠. 남자 주인공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나, 그 군대 관계자는 벨로시랩터가 훌륭한 병기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자연계의 동물들은 경쟁하고 죽이는 것밖에 모르고 자연계가 투쟁의 장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벨로시랩터 역시 자연이 마련해준 병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딱히 반박하지 못해요. 솔직히 이런 사상은 그리 낯설거나 드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연계를 잔혹한 전장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죽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빨과 발톱, 피에 젖은 송곳니 따위는 자..
은 찰스 다윈과 그 업적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을 중심으로 찰스 다윈의 이론을 살펴봅니다. 저자는 을 시시콜콜 뜯어보는 동시에 찰스 다윈의 이론과 다윈의 시대와 진화론의 전개 양상,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 성직자들이나 다른 과학자들의 반응,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살펴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을 아주 자세하게 독파한다고 할 수 있겠죠. 저자는 현대인들이 을 다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은 굉장히 유명한 책이지만,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 듯합니다. 진화론은 사실입니다. 수많은 과학자들, 특히 생물학자들과 생태학자들은 진화론을 필수적으로 배웁니다. 종교 광신도들은 거품을 물고 떠들지만, 진화론은 이미 사실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구닥다리..
[소설 시리즈는 개조 생체 동력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력원이 진보의 전부일까요.] 스팀펑크 소설은 19세기 유럽에 마법과 첨단 과학을 짬뽕한 문학입니다. 시대 배경은 반드시 19세기일 필요가 없으나, 수많은 소설들은 19세기 유럽 분위기를 자주 차용하죠. 19세기 배경을 차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적인 기술보다 고전적인 증기 기관을 주로 선보입니다. 가령, 같은 소설은 표지 그림에 증기 기관 차량을 내보였습니다. 소설의 첫머리도 증기 기관 차량의 금속성과 매연과 강력한 힘을 이야기하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스팀펑크 소설들이 증기 기관 묘사에 매달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팀펑크 소설들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처럼 증기 기관 따위에 아예 관심이 없는 도심 판타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팀펑크 소설은 제목처..
※ 이 글은 의 세 번째 소감문입니다. ※ 첫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68 ※ 두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72 소설 은 과 비슷합니다. 연작 단편 소설이고, 독자가 아서 클라크에게 기대하는 과학적 고증과 장엄한 시각이 담겼습니다. 주인공은 우주 정거장에 근무하는 과학자이고, 우주 정거장의 여러 일상을 들려줍니다. 사실 그런 일상들은 말 그대로 일상에 불과하지만, 소설 배경은 다름아닌 우주 정거장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사고도 흥미로운 과학적 화제가 될 수 있죠. 여러 연작 중에서 '깃털 달린 친구'는 제목처럼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애완동물은 카나리아죠. 폐쇄적인 우주 정거장과 카나리아. 뭔가 딱 떠오르지 않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