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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국내에서 거대 괴수 영화들은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토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국내에서 거대 괴수 팬들은 가 정식 개봉한다고 기대한 적이 있습니다. 토호는 가 마지막 고지라 영화라고 발표했어요. 솔직히 거대 괴수 팬들은 그걸 믿지 않았을 겁니다. 거대 괴수 팬들은 토호가 또 다시 꼼수를 부린다고 여겼고 언젠가 고지라 영화가 다시 나올 거라고 짐작했죠. 그런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2014년 가 개봉한 이후, 연이어 와 이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서 고지라는 (아주 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은 2019년 개봉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런 영화들을 바라보는 동안, 거대 괴수 팬들은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고개들을 끄덕일지 모릅니다. 뭐, 이 실패하거나 다른 고..
[거대 괴수는 돌아다니고, 건물들은 무너지고, 잔재들은 몰려오고, 인간은 그저 도망칠 뿐입니다.] 게임 은 2014년 의 공식 게임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미군 병사가 되고 고지라와 무토 부부가 싸우는 도시로 하강해야 합니다. 하강한 이후, 게임 플레이어는 무너진 도시를 돌아다니고 다른 시민들을 구출해야 합니다. 당연히 도시는 안전하지 않고, 사방에는 숱한 위험들이 있습니다. 도로가 깨졌기 때문에, 건물들이 무너지기 때문에, 차량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잔재들이 낙하하기 때문에, 먼지 구름과 돌덩이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숱한 난관들을 지나가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은 미로를 헤쳐나가는 1인칭 시점 게임입니다. 겉모습은 1인칭 사격 게임 같으나, 사격은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
[2005년 컨셉 아트. 이런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생물 다양성'입니다. 생물 다양성.] 몬스터버스는 와 과 기타 괴수 시리즈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건 고지라와 킹콩과 모스라와 라돈 같은 괴수들을 함께 엮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용어죠. 몬스터버스는 몬스터 유니버스를 줄인 말이고, 여기에서 몬스터는 고지라나 킹콩이나 모스라 같은 괴수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몬스터는 괴수입니다. 하지만 정말 괴수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몬스터가 적절한 단어일까요? 몬스터가 괴수를 제대로 가리킬 수 있을까요? 몬스터와 괴수는 다릅니다. 몬스터버스가 주목하는 괴수들, 고지라, 뮤토, 스컬크롤러, 킹콩, 모스라, 라돈 등은 야생 동물이나 공룡처럼 생겼습니다. 시리즈를 지탱하는 가장 큰 주역인 킹콩은 진짜 야생 동물입니다. 원작 ..
※ 이 게시글에는 2014년 영화 의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웅장하게 승리를 포효하는 고지라. 하지만 오직 고지라만 '자연의 힘'일까요.] 영화 에는 (제목처럼) 고지라가 나옵니다. 하지만 고지라는 유일무이한 거대 괴수가 아닙니다. 는 고대 지구에 수많은 거대 괴수들이 존재했다고 이야기하고, 그들이 여전히 건장하게 살아있다고 보여줍니다. 만화 은 이런 설정을 좀 더 확대하고, 이른바 거대 괴수 생태계를 묘사합니다. 그 덕분에 에서 고지라는 그저 도시를 때려부수는 재앙이 아닙니다. 고지라는 장대하고 경외적인 자연 생태계에 속하고,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생물 다양성과 먹이 그물망이고, 먹이 그물망은 고지라 이외에 다른 거대 괴수들을 보여줘야 합니다. 만화 은 시노무라를 보여주고,..
[이렇게 멋진 거대 괴수가 얻어터진다면…. 거대 괴수 팬들에게 그게 재미가 될 수 있을까요.] 영화 에 등장하는 나이프헤드는 꽤나 멋진 괴수입니다. 나이프헤드는 도입부를 장식하죠. 왜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나이프헤드를 가장 처음에 배치했을까요? 물론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괴수는 트레스패서이나, 트레스패서는 예거와 씨우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이프헤드는 본격적으로 카이주와 예거가 싸우는 이야기를 열어젖히죠. 첫인상은 중요합니다. 나이프헤드를 목격한 이후, 관객은 나이프헤드가 카이주라는 전형을 대표한다고 해석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감독은 카이주라는 전형성을 드러낼 수 있는 괴수를 선택해야 했을 테고, 나이프헤드는 그런 괴수가 되었겠죠. 이는 그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나, 아예 망상이 아닐 겁니다. 나이프..
[거대 괴수 이야기에서 괴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괴수보다 훨씬 중요할지 모릅니다.] 평론가들이 소설 을 비평한다고 가정하죠. 평론가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늘어놓을까요? 제목과 표지 그림이 시사하는 것처럼, 은 고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고래들이 나오고, 특히, 향유 고래는 위험한 적수입니다. 소설 후반부에 하얀 향유 고래 모비 딕은 포경선 피쿼드를 들이받고 바닷속으로 수장시킵니다. 소설 속에서 향유 고래는 바다뱀이나 드래곤이나 레비아탄 같은 바다 괴수들과 비슷한 위상입니다. 은 향유 고래를 단순한 해양 동물이 아니라 바다 괴수라고 추켜세웁니다. 바다 괴수들 중 모비 딕은 절정에 다다른 존재이고, 아무도 모비 딕을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어떤 포경선도 모비 딕의 숨통을 끊지 못합니다. 모비 딕에게..
[이른바 3부작은 인간과 말과 늑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말과 달리, 늑대는 야생이죠.] 코맥 매카시가 쓴 소설 은 미국 서부 소설입니다. 이건 카우보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부 소설이죠.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 존 그래디 콜은 카우보이가 아니라 호스보이라고 불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존 그래디 콜이 말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소설 제목이 '모두 예쁜 말들'인 까닭은 존 그래디가 말들에 죽고 못 사는 성격이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 첫머리에서 존 그래디는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립니다. 존은 말에게서 육중하고 옹골차게 움직이는 근육들과 뜨겁고 벌떡거리는 심장을 느낍니다. 코맥 매카시는 존이 말을 사랑하는 이유가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작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저는 잘 모르..
[거대 괴수 다양성(?)을 상상하는 만화 의 한 장면입니다.] 이나 연대기, 나 , 나 , 나 , 나 , 기타 등등. 이런 SF 소설들, 영화들, 비디오 게임들은 인공 생태계나 행성 공학이나 생체 개조 설정을 보여줍니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이런 설정이 생태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개 개조 동물부터 생체 비행선, 우주 정거장의 수경 농장, 거대 괴수, 지구화되는 외계 행성까지, SF 창작물들 속에서 인류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생태계들을 이용하고 연구하고 조작합니다. 저는 이런 생태적인 상상력이 다른 흔한 설정들보다 훨씬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제가 가리키는 흔한 설정들은 인공 지능이나 로봇이나 강화복이나 우주선 같은 기계 공학을 뜻합니다. 사실 이런 흔한 설정들, 인공 지능..
[게임 의 엘라스모사우루스. 왜 살육이라는 관점에서 이런 거대 동물을 바라봐야 할까요.] 2014년 영화 에서 고지라는 알파 프레데터, 최상위 포식자로서 등장합니다. 세리자와 박사는 계속 고지라를 프레데터라고 부르고, 정말 고지라는 다른 괴수들을 사냥하는 포식자 같습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는 포식자 이외에 초식동물들 역시 있습니다. 영화 속 고대 괴수 생태계에 초식동물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 고대 괴수 생태계를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수는 오직 고지라와 무토 부부입니다. 영화는 다른 괴수들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들은 무슨 괴수들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만화 은 시노무라라는 괴수를 보여주나, 이 만화 역시 많은 정보들을 담지 않았어요. 를 봤을..
[거대 괴수와 생태계 변화와 자본주의 비판이 맞아떨어진다면, 그건 정말 멋진 상상력이 될 겁니다.] 새시 로이드가 쓴 은 환경 아포칼립스입니다. 영어 제목은 카본 다이어리이고, 제목처럼 이 소설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죠. 비단 기후 변화만 아니라 자원 고갈이나 질병 역시 중요한 문제이고, 이런 환경 오염은 대대적인 난민이나 억압이나 내전을 부릅니다. 다시 이런 것들은 좌파적인 투쟁으로 이어지고, 사람들은 정부를 갈아엎기 원해요. 기후 변화를 비판하기 위해 새시 로이드는 여러 상상력들을 추가했으나, 은 별로 사이언스 픽션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소설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 같은 문제를 체험했고, 그걸 머나먼 미래나 다른 차원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마가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