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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레골라스는 금발인가?" 오랜 동안 소설 독자들은 이걸 토론했습니다. 독자들은 레골라스가 금발이거나 흑발일 거라고 추정합니다. 레골라스가 속한 가계는 흑발입니다. 따라서 레골라스 역시 흑발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레골라스가 금발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남깁니다. 이 암시 때문에 어떤 독자들은 레골라스가 금발일 거라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소설 작가와 소설 모두 레골라스가 금발이라고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저 추측할 뿐이고 레골라스가 정말 금발인지 확신하지 못하죠. 어떤 사람들은 레골라스가 금발이라고 확신할지 모릅니다. 영화 가 금발 레골라스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소설은 레골라스가 금발이라고 확실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사실 소설 속의 레골라스와 영화 속의 레골라스가 ..
[해골섬 생태계를 위해 킹콩은 수많은 살육들을 저지릅니다. 이런 살육들이 정말 '폭력'에 속할까요.] 영화 에는 여러 갈등 관계들이 있습니다. 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괴수들을 보여주고, 그들은 서로 갈등 관계들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세 갈등 관계들은 킹콩-스컬크롤러 알파, 킹콩-패커드, 패커드-위버일 겁니다. 킹콩과 스컬크롤러는 천적 관계입니다. 스컬크롤러는 킹콩 일족을 없애야 하고, 킹콩 일족은 스컬크롤러들을 없애야 하죠. 패커드는 킹콩을 죽이기 바랍니다. 패커드에게 킹콩은 불구대천의 원수이고, 인간 중심주의를 위협하는 야생이고, 부하들을 학살한 적입니다. 게다가 패커드가 패전을 겪었기 때문에 패커드는 분풀이를 원하죠. 킹콩 같은 거대 괴수는 좋은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패커드..
※ 이 게시글에는 영화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젖과 꿀을 보여줍니다. 이게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생명력이 될 수 있을까요.] 영화 에는 여러 주제들이 있습니다. 가장 커다란 주제는 진짜와 가짜일 겁니다. 그건 정체성 문제로 이어지겠죠. "내가 진짜인가? 내가 가짜인가? 어떤 부분이 진짜이고, 어떤 부분이 가짜인가? 내 안에 진짜와 가짜가 공존한다면, 어떻게 내가 가짜를 버릴 수 있는가? 나는 나를 나라고 생각하나, 정말 내가 나인가? 나는 무조건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는가? 나는 무조건 지배적인 관념을 따르지 않는가?" 를 관람한 이후, 관객들은 이런 물음들을 밑도 끝도 없이 퍼부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는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입니다. 자본주의 디스토피아는 수많은 문제들..
※ 이 게시글은 소설 의 내용 누설을 담았습니다. 소설 은 괴물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사람들이 괴물을 때려잡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괴물이나 괴수를 이야기할 때, 작가들은 괴물과 괴수에게 너무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그들은 누군가가 괴물과 싸운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작가가 너무 괴물을 부각한다면,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은 사라지겠죠. 이건 균형을 깨뜨리고, 소설은 구심점을 잃을 겁니다. 독자가 인간이기 때문에, 소설이 괴물보다 인간을 더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은 괴물보다 훨씬 중요할지 모릅니다. 작가가 이런 함정을 피하지 못한다면, 나 처럼 작가는 얄팍한 종이짝 이야기를 쓰겠죠. 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온갖 등장인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아니, 이 소설이 ..
"원시 생명이 부르는 그릇된 현대 문명의 장송곡.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야심에 찬 자본가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억 년 전 쥬라기 시대의 공룡들을 재현해 낸다. 은 상업주의와 결탁한 과학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독자의 피를 원시의 빛깔로 물들이는 과학 스릴러!" 위 문구들은 소설 을 홍보합니다. 김영사 출판사 판본에는 저런 홍부 문구들이 있죠. 이 정말 독자의 피를 원시의 빛깔로 물들일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이게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고 여길지 모르죠. 하지만 은 공룡들을 꽤난 능숙하게 활용하고 정말 독자가 고대 생태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아쉽게도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룡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나 로버트 소여 같은 작가들과 달리,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룡 팬이 아닌..
문학이 흥미로운 이유들 중에서 하나는 문학이 아주 커다란 비유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에는 여러 비유들과 상징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문학적인 표현은 각종 비유들이나 상징들을 가리킵니다. 문학 속에는 많은 비유들이 있고 작가들은 그런 비유들을 이용해 어떤 대상을 훨씬 강조할 수 있습니다. "그 아가씨의 젖가슴은 수밀도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어떻게 아가씨의 젖가슴이 복숭아일 수 있죠? 아가씨가 복숭아를 맺을 수 있나요? 인간 여자가 복숭아를 맺을 수 있나요?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 속의 식물 종족처럼, 이 아가씨가 식물 종족일까요? 그건 아니겠죠. 이 문장을 읽은 이후, 독자들은 아가씨가 복숭아처럼 탐스러운 젖가슴을 선보인다고 생각할 겁니다. 탐스러운 젖가슴은 아주 평범한 묘사이나, 작..
흔히 사람들은 소설이나 영화, 비디오 게임이 이야기를 담는다고 말합니다. 소설과 영화, 게임에서 이야기는 핵심적인 재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와 비디오 게임이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들은 서로 다릅니다. 소설 , 영화 , 비디오 게임 는 멸망한 인류 문명을 이야기합니다. 멸망한 인류 문명 속에서 어른 남자는 아이와 함께 머나먼 방랑을 떠납니다. 이런 관점에서 와 과 는 서로 비슷하죠. 사람들은 에서 남자와 소년을 이야기하고 에서 테오와 카를 이야기하고, 에서 조엘과 엘리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남자와 테오와 조엘과 소년과 카와 엘리를 서로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죠. 사실 이런 비평들은 아주 흔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평들은 오직 내용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여기에는 형식이 없죠..
에릭 올린 라이트는 세계적인 사회학자이고 계급 분석의 권위자입니다. 동시에 에릭 올린 라이트는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 중에서 마르크스주의자를 꼽는다면, 사람들은 열 손가락들 안에 에릭 올린 라이트를 집어넣어야 할지 모릅니다. 에릭 라이트 역시 자신이 유명한 사회학자이고 동시에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는 해방적인 사회 과학을 자세히 열거하고 파악하는 사회학 서적입니다. 이 서적의 서문에서, 특히, 남한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에릭 올린 라이트는 왜 자신이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인지 밝힙니다. 에릭 올린 라이트는 지식인이 안락하고 타성적인 특권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리고 에릭 라이트는 자신이 그런 지식인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여기에는 찬반 양론이 ..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성공하면 왜 운이 좋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발달 법칙의 불변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건축이 한없이 위로 솟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의 현명함이란 현재 순간에 너무 높은 수준이 무엇인지 때맞춰 인정하고 멈추어 서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경로를 변경하는 겁니다." 위 대사는 소설 에 나왔습니다. 그건 어떤 지도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논의하는 장면이었죠. 그 지도자는 자신이 인류를 훨씬 진보적인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도자는 그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판단은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도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도자는 너무 높은 수준을 파악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사를 읽었을 때, 어..
SF 세상에서 설정은 꽤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인 상황들을 묘사합니다. 비일상적인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SF 작가는 설정을 짜야 합니다. 주류 문학에게 이런 설정은 필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유람선 항해를 묘사하고 싶다면, 주류 문학 작가는 진짜 유람선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 작가가 장거리 세대 우주선을 묘사하고 싶다고 해도, 이 세상에는 진짜 장거리 세대 우주선이 없습니다. SF 작가는 그걸 상상해야 합니다. SF 작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요소, 비일상적인 요소를 상상해야 합니다. 판타지 작가나 공포 작가 역시 비일상적인 요소를 상상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판타지 작가나 공포 작가와 달리, SF 작가에게는 기준이 있습니다. SF 작가는 근대적인 진보를 의식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