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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해골섬>이 이야기하는 파생적인 폭력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콩: 해골섬>이 이야기하는 파생적인 폭력

OneTiger 2018. 10. 30. 18:49

[해골섬 생태계를 위해 킹콩은 수많은 살육들을 저지릅니다. 이런 살육들이 정말 '폭력'에 속할까요.]

 

 

영화 <콩: 해골섬>에는 여러 갈등 관계들이 있습니다. <콩: 해골섬>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괴수들을 보여주고, 그들은 서로 갈등 관계들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세 갈등 관계들은 킹콩-스컬크롤러 알파, 킹콩-패커드, 패커드-위버일 겁니다. 킹콩과 스컬크롤러는 천적 관계입니다. 스컬크롤러는 킹콩 일족을 없애야 하고, 킹콩 일족은 스컬크롤러들을 없애야 하죠. 패커드는 킹콩을 죽이기 바랍니다. 패커드에게 킹콩은 불구대천의 원수이고, 인간 중심주의를 위협하는 야생이고, 부하들을 학살한 적입니다.

 

게다가 패커드가 패전을 겪었기 때문에 패커드는 분풀이를 원하죠. 킹콩 같은 거대 괴수는 좋은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패커드와 달리, 위버를 비롯해 민간인들은 킹콩을 죽이기 원하지 않습니다. 킹콩은 해골섬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야수입니다. 킹콩이 사라진다면, 스컬크롤러들은 미쳐 날뛰고 다른 야생 동물들을 학살할 겁니다. 스컬크롤러들은 비단 야생 동물들만 아니라 해골섬 주민들까지 학살하겠죠. 이런 학살을 막기 위해 위버를 비롯해 민간인들은 킹콩을 보호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민간인들과 패커드는 대립하고, 이건 다른 병사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죠. 영화 <콩: 해골섬>은 이런 세 갈등 관계들을 이용해 사건들을 전개합니다.

 

 

<콩: 해골섬>의 시대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은 이런 세 갈등 관계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시간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과 거대 괴수들은 갈등 관계들을 형성했습니다. 이 영화의 시간적인 배경은 베트남 침략입니다. 특히, 미국 군대는 베트남에서 후퇴한다고 결정했어요. 패커드는 베트남 침략에 참가했으나, 후퇴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패커드는 자신이 군인이고 군인이 적을 없애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미국 군대는 적(베트남 인민 군대)를 없애지 못했고 치졸하게 후퇴할 예정이죠. 패커드는 이걸 받아들이지 못했고 심기는 꽤나 뒤틀렸습니다.

 

얼마 후 해골섬에서 패커드 부대는 킹콩을 만납니다. 해골섬 지형을 연구하기 위해 모나크 과학자들이 폭탄들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킹콩은 매우 분노했고 패커드 부대를 공격했죠. 패커드는 부하들을 잃었습니다. 패커드는 자신의 두 눈 앞에서 부하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장면들을 목격했습니다. 패커드 앞에서 킹콩은 헬기들을 집어던지고 부하들을 짓밟았습니다. 심기가 뒤틀린 패커드에게 이건 아주 강력한 행동 동기가 됩니다. 베트남에서 패커드는 적을 찾고 적을 파괴하기 원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패커드는 물러나야 했죠. 패커드는 그런 후퇴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킹콩은 적이 됩니다.

 

 

적을 규정했다면, 군인은 적을 무찔러야 할 겁니다. 킹콩이 헬기들을 집어던지고 부하들을 짓밟았기 때문에 패커드는 킹콩이 적이라고 간주합니다. 적이 나타났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패커드는 킹콩을 죽이기 원하죠. 하지만 이런 논리에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말로우 조종사를 비롯해 여러 등장인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킹콩은 학살자가 아닙니다. 분명히 킹콩은 폭력을 저질렀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킹콩이 아주 끔찍하게 헬기들을 부쉈고 미국 병사들을 짓밟았기 때문에 패커드는 킹콩이 학살자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우는 해골섬이 킹콩의 영토라고 말합니다. 패커드 부대와 모나크 과학자들은 킹콩의 영토를 침범했고 함부로 폭탄들을 뿌렸습니다. 이건 침략 행위입니다. 킹콩에게 이건 침략 행위입니다. 게다가 폭탄들은 스컬크롤러 알파를 자극할지 모릅니다. 스컬크롤러 알파가 나타난다면, 스컬크롤러 알파와 싸우기 위해 킹콩은 목숨을 걸어야 할지 모르죠. 따라서 킹콩이 패커드 부대를 짓밟았다고 해도, 이건 방어적인 행동입니다. 이건 파생적인 폭력이죠. 패커드 부대와 모나크 과학자들이 사방팔방에 폭탄들을 뿌리지 않았다면, 킹콩은 구태여 헬기들을 집어던지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 킹콩은 무조건 인간들을 적대하지 않고 인간들과 공존하기 원하죠.

 

 

여기에서 영화는 위버를 비롯해 민간들인과 킹콩을 두둔하고 패커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영화를 관람한 이후, 관객들은 다양한 평가들을 내릴 수 있겠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위버와 킹콩에게 훨씬 호의적이죠. 킹콩과 위버가 침략에 저항하고 침략을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킹콩이 패커드 부대를 짓밟았다고 해도, 킹콩이 학살들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선천적인 학살이 아니고 선천적인 폭력이 아닙니다. 패커드 부대가 먼저 폭탄들을 뿌렸기 때문에 킹콩은 폭력적으로 반응해야 했습니다. 이건 파생적이고 방어적인 폭력입니다. 설사 킹콩이 훨씬 끔찍한 학살들을 저질렀다고 해도, 결국 그건 파생적인 폭력이 될 겁니다.

 

말로우는 패커드 부대가 함부로 폭탄들을 뿌렸다고 빈정거렸죠. 그런 빈정거림처럼, 패커드 부대와 모나크 과학자들은 침략을 저질렀습니다. 만약 모나크가 이걸 미국 정부에게 알리고, 미국 정부가 킹콩을 없애기 원한다면, 미국 정부는 대규모 부대를 파견할지 모릅니다. 대규모 부대가 해골섬에 상륙한다면, 킹콩은 훨씬 압도적인 폭력들을 저지르겠죠. 현대 병기들을 씹어먹은 고지라와 달리, 영화 속에서 킹콩이 성장기이기 때문에 대규모 부대는 킹콩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킹콩이 성장기라고 해도, 쓰러지기 전까지 킹콩은 미군 부대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겠죠.

 

 

어쩌면 킹콩은 정말 끔찍한 학살자가 될지 모릅니다. 킹콩의 스펙을 감안한다면, 관객들은 킹콩이 무시무시하고 피에 젖은 학살자가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학살이 폭력일까요. 우리가 말하는 폭력이 이런 학살을 가리킬 수 있을까요. 킹콩이 대규모 부대를 짓밟을 때, 그건 문자 그대로 폭력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폭력이 똑같을까요? 킹콩이 무조건 학살자가 되고 악당이 될까요? <콩: 해골섬>은 거기에 반박합니다. 모든 폭력은 똑같지 않습니다. 킹콩은 파생적인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구태여 영화를 관람하지 않는다고 해도, 영화 예고편에서 관객들은 그런 주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 예고편에서 말로우는 왜 패커드 부대가 폭탄들을 뿌리는지 빈정거리죠. 패커드는 군인이 적을 무찔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패커드는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빠뜨렸습니다. 패커드 부대는 먼저 침략했습니다. 패커드 부대는 먼저 폭탄들을 뿌렸습니다. 패커드 부대는 해골섬에 누가 있는지 파악하지 않았고 폭탄들을 뿌렸죠. 패커드는 침략자입니다. 적어도 킹콩에게 패커드는 침략자입니다. 하지만 패커드는 그런 사실을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패커드는 가해자이나 오히려 패커드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꽤나 중대한 착각이죠. 영화는 패커드를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이 베트남 침략이기 때문에 이런 파생적인 폭력은 베트남 침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어떤 미국 군인은 이야기합니다. "왜 내가 M16 대신 이것(AKM)을 들고 다닐까요? 저는 이걸 베트남 농민에게서 얻었습니다. 베트남 인민 군대를 위해 베트남 농민은 싸웠죠. 하지만 우리가 마을에 들어가기 전까지, 50년 동안 그 농민은 소총을 구경한 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적을 규정하지 않는다면, 적은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요." 침략과 방어라는 관점에서, 이 대사는 패커드를 비판하고 킹콩을 두둔할 수 있죠. 패커드 부대가 폭탄들을 뿌리기 전까지, 킹콩은 인간들을 학살한 적이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침략은 상황을 바꿨고 또 다른 폭력을 불렀죠.

 

베트남 침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논리 속에서 미국 군대는 침략이 되고, 베트남 인민 군대는 파생적인 폭력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가 폭력을 바라볼 때, 우리는 무엇이 선천적인 폭력이고 무엇이 파생적인 폭력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이건 파생적인 폭력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파생적인 폭력 역시 폭력이고, 어쨌든 폭력은 옳지 않아요. 하지만 파생적인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침략에 저항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파생적인 폭력은 중요하겠죠. <콩: 해골섬> 같은 거대 괴수 이야기는 자연과 문명을 이용해 이런 파생적인 폭력을 비유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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