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이 보여주는 우주적 공포 본문
[거대 괴수는 돌아다니고, 건물들은 무너지고, 잔재들은 몰려오고, 인간은 그저 도망칠 뿐입니다.]
게임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2014년 <고지라>의 공식 게임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미군 병사가 되고 고지라와 무토 부부가 싸우는 도시로 하강해야 합니다. 하강한 이후, 게임 플레이어는 무너진 도시를 돌아다니고 다른 시민들을 구출해야 합니다. 당연히 도시는 안전하지 않고, 사방에는 숱한 위험들이 있습니다. 도로가 깨졌기 때문에, 건물들이 무너지기 때문에, 차량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잔재들이 낙하하기 때문에, 먼지 구름과 돌덩이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숱한 난관들을 지나가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미로를 헤쳐나가는 1인칭 시점 게임입니다. 겉모습은 1인칭 사격 게임 같으나, 사격은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사격은 그저 몇몇 장애물을 치울 뿐이죠. 1인칭 시점으로 게임 플레이어는 위험한 미궁 같은 무너진 도시를 방황해야 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부서진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무너지는 건물 옥상에서 다른 옥상으로 뛰어내리고, 잔재들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달리고, 어떻게 구덩이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고민해고, 전기가 흐르는 웅덩이를 우회하기 위해 다른 경로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는 어떻게 거대 괴수들이 도시를 파괴했는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무너진 도시를 방황하는 병사를 보여주고 병사의 시점을 이용해 재앙을 늘어놓습니다. 당연히 고지라와 무토 부부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아득한 곳에서 그들은 요란하게 포효하나, 직접 모습들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가끔 병사는 거대 괴수의 부분적인 모습(얼굴이나 상체, 다리, 꼬리 등)을 목격하나, 그런 목격은 순간적입니다. 고지라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병사는 고지라의 전반적인 모습을 제대로 목격하지 못합니다.
병사는 직접 고지라 및 무토 부부와 맞닥뜨리지 않고 거대 괴수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사실 고지라는 함재 미사일조차 씹어먹습니다. 어떻게 일개 보병이 개인 화기를 이용해 고지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습니까. 고지라가 나타날 때마다, 병사는 그저 거대 괴수가 내뿜는 위용에 놀랄 뿐입니다. 게다가 고지라 역시 일개 병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게임은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나, 고지라는 무토 부부를 처치하느라 바쁠 겁니다. 고지라는 무토 부부에게 관심을 기울이느라 일개 병사에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설사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고지라가 병사를 바라본다고 해도, 고지라는 병사를 무시하고 다시 무토 부부를 상대합니다.
하지만 고지라가 병사를 무시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서 고지라는 거대한 재앙입니다. 고지라는 사람들을 해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고지라는 병사를 무시합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고지라는 재앙들을 일으킵니다. 고지라가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건물들은 무너지고, 도로는 깨지고, 자동차들은 사방으로 날아가고, 거대한 먼지 구름은 거리를 뒤덮습니다. 무너지는 건물들은 숱한 잔재들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는 동안 목숨을 건지기 위해 병사는 사방으로 도망쳐야 합니다.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방황하는 병사와 1인칭 시점으로 어떻게 거대 괴수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지 묘사합니다.
가끔 고지라가 거대한 신체를 불쑥 드러낼 때마다,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우주적 공포가 무엇인지 증명합니다. 일개 인간이 거대 괴수를 바라볼 때, 거대 괴수가 아무 적대감 없이 도시를 파괴할 때, 거기에서 인간이 죽어라 도망쳐야 할 때, 이 게임은 우주적 공포를 이야기합니다. 네, 우주적 공포는 이런 것들이겠죠.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그저 목격할 뿐이고 그저 살아남을 뿐입니다. 거대한 실체는 계속 세상을 파괴하고, 인간은 거기에 절대 저항하지 못합니다. 인간이 뭐라고 저항하든, 거대한 실체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뿐입니다.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간단한 휴대폰 게임이고 별다른 깊이는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그저 2014년 영화 <고지라>에 편승하는 깊이 없는 게임에 불과합니다. 이런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어가 뭔가 대단한 감성이나 주제를 기대한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이겠죠. 하지만 몇몇 장면은 우주적 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몇몇 장면은 2014년 영화 <고지라>보다 낫습니다.
사실 2014년 <고지라>는 재앙을 별로 강조하지 않았죠. 이 영화는 폐허를 보여줬으나 재앙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영화 주인공 조 브로디는 적극적으로 거대 괴수에게서 도망치지 않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조 브로디는 거대 괴수들과 마주치나 조 브로디는 거대 괴수와 직접 싸우거나 거대 괴수를 적극적으로 쫓아다니지 않죠. 중요한 사건이 흘러가는 동안 조 브로디는 거대 괴수에게서 거리를 둡니다. 영화 주인공이 커다란 위협에 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2014년 <고지라>가 수많은 폐허들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들은 그저 병풍 속의 그림들에 불과했죠. 반면,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은 다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정말 정신 없이 도망쳐야 합니다.
누군가는 2014년 <고지라>가 이런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비판할지 모릅니다. 영화 주인공이 별로 액션들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 괴수들이 도시를 파괴함에도, 2014년 <고지라>는 긴박하지 않았죠. 관객들은 2014년 <고지라>가 지루하거나 따분하다고 비판했어요. 그런 관객들은 <고지라: 스트라이크 존>이 2014년 <고지라>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2014년 <고지라>가 개봉했을 때, 어떤 관객들은 <우주 전쟁>이나 <클로버필드>를 언급했습니다. 양쪽 모두 영화 주인공이 죽어라 도망치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주 전쟁>과 <클로버필드>는 <고지라>보다 훨씬 긴박하죠. 관객들은 그런 긴박함에 만족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관객들은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2014년 <고지라>는 거대 괴수 생태계를 강조합니다. 2014년 <고지라> 안에는 거대 괴수들이 상호 작용하는 생태계가 있습니다. 생태계는 재앙이 아닙니다. 생태계는 아득하고 원대한 생명 현상, 생물 다양성이죠. 만약 2014년 <고지라>가 긴박한 액션들을 보여줬다면, 아득한 생물 다양성은 사라지고 거대 괴수 생태계는 재앙이 되었을 겁니다. 생태계를 다루는 영화로서 <고지라>는 <우주 전쟁> 및 <클로버필드>와 달라야 합니다.
분명히 2014년 <고지라>는 긴박하지 않고, 어떤 관객들은 이게 지루하거나 따분하다고 불평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긴박한 액션 영화들은 넘쳐납니다. 반면, 거대한 생물 다양성을 묘사하는 영화들은 아주 드물죠. 이런 관점에서 2014년 <고지라>는 탁월한 선택을 내렸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긴박한 액션을 원한다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14년 <고지라>보다 훨씬 낫겠죠. 이 게임은 정말 사방팔방에서 터지고 죽이고 짓밟고 부수고 난리법석을 칩니다. 생물 다양성은 그런 난리법석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