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회주의/형이상학 비판 (66)
SF 생태주의
사이언스 판타지는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리기 쉬운 장르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하고, 어떤 종족은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검마 판타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죠. 가령, 백인 우주 탐사대가 어떤 외계 행성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죠. 그 행성에는 마치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이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은 성깔이 드럽고 못되처먹었기 때문에 선하고 정의로운 백인 탐사대를 공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면, 아마 그 소설은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릴 겁니다. 흑인 원주민을 차별하는 소설이라고 비판을 받겠죠. 그리고 정말 19세기부터 장르 소설가들은 그런 이야기를 썼습니다. 헨리 라이더 해거드부터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존 로널드 톨..
[외계 식생과 새로운 문명은 공상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이 아닌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죠.]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SF 장르를 꽤나 많이 무시합니다. SF 소설을 유치하다고 모욕하거나, SF 소설이 뜬구름만 잡는다고 괄시하거나, SF 영화는 돈을 잘 버는 블록버스터라거나, 기타 등등. 아마 그 중에서 제일 흔하고 기초적인 오해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일 겁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지식인들마저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김보영, 듀나, 박상준, 홍인기, 고장원, 미러 창작 사이트, 알트 SF, 조이 SF…. 이런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이나 동호회들은 공상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라는 뜻이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듯합니다. 수구 세력들은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욕하나, 뭐, 언제 수구 세력들이 논리적으로 떠든 적이 있나요. 수구 세력들이 뭐라고 떠들든, 거기에 신경을 쓰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보다 논리적인 사람들 역시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흠, 진보는 무슨 뜻일까요. 정말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다른 분야들처럼 진보와 보수를 명확히 가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회주의자들이 활개를 친다면,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우..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뭘까요. 저는 대답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밑바닥 계급을 살피고 밑바닥 계급을 살리기 위해 구조를 바꾼다면, 그 사람은 좌파입니다. 사회주의든 무정부주의든 페미니즘이든 직접 민주주의든 전환 마을이든 뭐든 간에 좌파는 우선 밑바닥 계급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밑바닥 계급은 힘이 약하고 수탈을 당하는 생명들을 가리킵니다. 부족민들, 빈민들, 여자들, 야생 동물들. 현대 문명은 성장하기 위해 이런 밑바닥 계급을 수탈했고, 지금도 엄청나게 수탈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우파는 절대 이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인정하더라도 슬쩍 회피합니다. 우파는 이런 사항을 절대 논의의 중점에 두지 않습니다. 환경 오염이 화두에 오르면, 우파는 논점을 경제 성장으로 돌리려고 애씁니다. ..
종종 SF 소설들은 과학 만능주의를 경고하곤 합니다.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과학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모든 것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런 과학 만능주의는 비단 SF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에서 과학 만능주의자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합니다. 통섭을 주장하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그런 부류에 속할 겁니다. 최재천은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고 환경 보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환경 보호론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환경 오염이 심각한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지식인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을 등한시하고 자연 과학에만 비중을 둔다는 점입니다. 우리 인류는 문..
8월 10일,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우리나라의 최재천 교수가 만났다고 합니다. 두 학자는 에코 토크 콘서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군요. 저는 그 대화를 직접 듣지 못했으나, 그 대화를 다루는 과학 기사를 몇 편 읽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현재의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크게 우려하고, 인류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포기하지만, 구달은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달도 나이가 상당히 많죠. 어쩌면 언젠가 구달의 부고를 들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학자이자 환경 보호론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인물이 좀 더 많아야 사람들도 좀 더 자연 환경에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예전에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떨어졌을 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타까워 하더군요. 아마 그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그게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사람은 미국 남자들이 여자들을 인정하기 원했고, 힐러리 클린턴을 그런 상징으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좀 의문이었습니다. 만약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해도 그게 여자들의 지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미국 남자들이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건 분명히 진보이고 커다란 변화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변화를 바라겠죠. 하지만 좀 더 따지고 본다면, (여전히 미국 대통령은 남자..
예전에 듀나가 을 소개할 때, '빨갱이 SF'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빨갱이. 꽤나 향수 어린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말을 그리 자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수구 세력들 역시 이 말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빨갱이라는 말은 과거의 잔재입니다. 영화 에서 '사회주의 빨갱이들' 같은 자막이 나오더군요. 이런 시대극에 어울리는 단어죠. 빨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졌기 때문일 겁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자타공인 사회주의의 큰 형님이었고, 사회주의는 곧 소련이었습니다. 수많은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생태주의는 이에 반발했으나, 소련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저런 반발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죠. 사실 우파들도 소련을 사회주의의 전부..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들은 천문학이 겸손함을 가르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령, 크리스티안 하위언스는 수많은 정복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복자들은 엄청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지구는 수많은 행성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류도 우주의 중심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복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아무리 많을 땅을 차지해도 우주 전체로 따진다면, 그들의 영토는 지극히 미미합니다. 이 우주는 얼마나 광대합니까. 우리는 우주의 한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주변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정복자들이 엄청난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설사 정복자들이 지구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구는 그저 일부분, 아니, 모래알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
"마르크스주의는 1990년대에 멸망했으나, 페미니즘은 아직 살아있고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주의보다 위대하다." 어떤 페미니스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우선 마르크스주의가 1990년대에 정말 멸망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인 목적은 자본주의 착취를 무너뜨리는 겁니다. 사회주의 철학 중에서 특히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비판에 특화했습니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의 최고 대작은 이고, 마르크스나 엥겔스는 항상 어떻게 자본주의가 작동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좌파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그들 모두가 마르스크스주의자는 아니지만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경제학적이든 철학적이든) 학문적 성과를 응용하곤 합니다. 마르크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