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회주의/형이상학 비판 (66)
SF 생태주의
SF 세상에서 과학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SF 소설이 상상 (자연) 과학을 선보이기 때문에 과학자는 아주 핵심적인 등장인물입니다. 처럼 자연 과학보다 사회 괴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SF 소설들 역시 과학자를 활용하죠. 19세기에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나타났을 때부터 과학자는 핵심적인 등장인물이었고, 20세기에는 그런 성향이 훨씬 확장되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SF 세상에서 과학자들은 계속 중요한 역할을 맡겠죠. 하지만 과학자가 오직 SF 장르의 전유물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희곡 는 천문학자 갈릴레이를 다루나, 이는 시대극에 가깝고 사이언스 픽션과 아무 상관이 없죠. SF 세상에서 과학자는 그저 자연 과학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SF 세상에서 과학자는 자연 과학을 이..
예전에, 그러니까 대략 20년 전에 "로보캅과 터미네이터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물음이 유행했습니다. 사실 이런 서열 놀이는 별로 특이하지 않습니다. 싸움박질은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많은 사람들은 온갖 맞상대들을 언급했습니다. 대중적인 SF 영화들에서 로보캅과 터미네이터는 가장 인기가 많고, 따라서 사람들은 두 전투적인 사이보그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지 논의했겠죠. 당연히 이런 서열 싸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로보캅이 다소 굼뜨고 터미네이터가 재빠르기 때문에 터미네이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게다가 로보캅과 달리, 터미네이터는 완전한 기계이고 생체적인 약점이 없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로보캅이 좀 더 육중하기 때문에 로보캅이 터미네이터를 이길 거라고 주장할지 모..
이 블로그에서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속어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지금 모두 수정했으나, 분명히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얼굴 마담은 성 차별적인 말입니다. 원래 얼굴 마담은 술집을 대표하는 여자 주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주인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얼굴 마담이라고 부를까요. 사람들은 남자 술집 주인을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은 그냥 술집 사장입니다. 사람들이 여자 주인을 얼굴 마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자를 얕잡아보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사라져야 합니다. 얼굴 마담 같은 말은 국어 사전에서 빠져야 하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 차별 언어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여러 성 차별들을 비판했습니..
가끔 저는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이 진보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진보 지식인들이 소비에트 연방을 비난할 때, 저는 그런 지식인들이 지배적인 관념을 숭배하는지 의심부터 하게 되더군요. 진보 지식인들에게 소비에트 연방 조롱은 일종의 유행 같습니다. 자신이 진보적임을 강조하기 위해 다들 소비에트 연방을 비난합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정말 동네북 같습니다. 다들 소비에트 연방을 비난하고, 다들 블라디미르 레닌과 레프 트로츠키와 이오시프 스탈린을 조롱하죠. 문제는 그런 (자칭) 진보 지식인들이 절대 미국과 유럽과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칭) 진보 지식인들은 아주 지겹게 소비에트 연방과 레닌과 트로츠키와 스탈린을 비난하나, 자본주의나 미국이 나쁘다는 말을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
소설 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일반인이 아니라 특수 요원입니다. 위기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정예 요원이죠. 이런 인물을 여전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 인물이 정예 요원이라고 해도 전사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군요. 같은 소설은 어떨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제인 세이건은 분명히 여전사입니다. 정예 병사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외계인을 멋지게 해치우는 여전사입니다. 사실 SF 소설들에서 이런 여전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SF 소설들은 온갖 첨단 기술들을 제공하고, 여자들 역시 전장에서 화려하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근력이 부족하다고요? 괜찮습니다. SF 소설들은 태생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온갖 기술들을 늘어놓을 수 있..
자연 환경을 이야기하는 소설답게 는 어떤 생태주의 정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정당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생존자 정당이라고 불러요. 이 이름을 정하기 전에 정당 구성원들은 몇몇 다른 이름을 고려했습니다. 그것들 중 'People Party'가 있었죠. 피플 파티. 우리나라 번역본은 이걸 '인간의 정당'이라고 번역했더군요. 하지만 저는 '인민당'이 좀 더 올바른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People's Party라는 용어를 인민당이라고 부르는 중입니다. 아니면 민중당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이미 우리나라의 좌파 정당들 중 민중당이 존재하고요. 아마 우리나라 번역본이 인민당이라는 용어를 피한 이유는 인민이라는 단어가 빨갱이 냄새를 심하게 풍기기 때문일 겁니다. 북한 덕분에 남한 사람들은 인민이라는..
근대 이후 과학은 인류에게 새로운 이성과 계몽의 길을 열었습니다. (자연) 과학을 통해 사람들은 눈을 떴고, 과거의 구태의연하고 케케묵은 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건 과학의 장점이나, 덕분에 사람들은 모든 것에 과학을 뒤집어 씌우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다들 과학으로 포장합니다. 흠, 이것 역시 과학 만능주의라고 할까요. 다들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분명히 사회 과학적인 내용에 자연 과학의 포장지를 씌우곤 하죠. 는 진화 심리학과 성 차별을 논하는 책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성 차별을 진화적이고 유전적이고 태생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나, 이 책은 거기에 반박합니다. 오히려 이 책은 "성 차별이 문화적이고 후천적이고 사회적인 요소"라고 주장해요. 가령,..
펄프 사이언스 픽션에서 비니키 여자들을 구경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펄프 SF 잡지들은 아슬아슬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을 표지 그림으로 내세웠죠. 이유는 뻔합니다. 성적 환상을 꿈꾸는 남정네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죠. 온갖 우주 활극들은 남자들이 활약하는 전투적인 놀이터이고, 따라서 남자들이 꿈꾸는 성적 환상 역시 포함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른바 펄프 SF 소설을 읽은 적이 없고, 정말 펄프 SF 소설들이 성적 환상들을 질펀하게 떡칠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표지 그림들만 요란할지 모르죠. 하지만 앙가슴과 허벅지를 자랑하는 여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표지 그림을 장식하지 않았을 겁니다. 펄프 SF 소설에서 비단 성적 환상만 문제까요. 인종 차별 역시 심각한 문제일 테고, 전통적으로 사이언스 픽션을 비..
수많은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강조합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 좋은 말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은 무엇을 뜻할까요? 아마 사람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떠올릴 겁니다. 오른쪽과 왼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것. 양쪽을 똑같이 저울질하고 똑같이 비판하는 것. 사람들은 이런 자세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를 똑같이 비판하고,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좌파에 속하고 좌파를 두둔한다면, 이건 객관적이지 않고 당파적인 것처럼 보이죠. 저는 이런 시각이 꽤나 지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태도가 공정하다는 시각이..
야생을 연구하기 위해 종종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인적이 드문 장소로 떠납니다. 광할한 숲, 깊은 동굴, 검푸른 심해, 높은 산맥, 혹독한 극지 등등.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이런 장소에서 연구하고, 그래서 어떤 학자들이나 연구원들은 연구실보다 야생 현장을 좋아하죠. 물론 이런 장소에서 연구하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열대 밀림에서 기생충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조직 폭력배나 소규모 군벌과 만날지 모릅니다. 야생 동물을 조사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그 동물에게 공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야생은 인적이 드문 장소이고,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는 그런 장소들을 꾸준히 방문해야 하고, 그 과정은 위험하거나 기이한 체험이 될 수 있어요. SF 소설 속의 생물학자나 생태학자 역시 그런 기이한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