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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흔히 사이언스 픽션은 공상 과학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상 과학이 올바른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공상은 논리적이지 않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풍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SF 소설을 '사변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고, 적어도 사이언스 픽션에서 핵심은 공상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가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부터 지식인들까지, 다들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거리끼지 않고 사용합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SF 소설들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허버트 웰즈나 쥘 베른이나 조지 오웰을 대충 읽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나 비디오 게임들만 보고, 대충 사..
[C-3PO와 R2-D2 피규어. 이런 것이 유치할까요? 문화 취향에 유치함과 고급스러움이 있겠어요.] 흔히 사람들은 SF 장르가 황당무개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이언스 픽션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주된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사이언스 픽션은 언뜻 황당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일상적인 요소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외계 생명체들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들 진보적인 외계 문명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인류는 진보적인 외계 문명은 고사하고, 외계 미생물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지 못했고, 인공 지능이나 로봇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게다가 온갖 사이언스 ..
전복과 혁신과 파격. 흔히 SF 소설들은 이런 수식어들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식어들은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SF 소설들은 정말 전복적이고 혁신적이고 파격적이죠. 우선 SF 소설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뒤집습니다. 기존의 세계는 뒤집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인류와 동물들이 사라진 세상을 목격합니다. 그 세계조차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언젠가 다른 세계가 도래하고, 지구 자체가 멸망에 이를 것처럼 보입니다. 쥘 베른은 어느 단편 소설에서 세계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영원히 반복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포스트-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폴 앤더슨은 어떤 방사능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인류가 돌연변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
SF 소설이 선사하는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요. 아니, 비단 SF 소설만 아니라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가 선사하는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인간 이외에 다른 생명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생물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 어느 생명체이든, 어쨌든 우리는 사이언스 픽션 속에서 여러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사실 우리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인간만 이야기하고 인간과 어울리고 인간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인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생명체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얼마든지 다른 생명체들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 문명만 떠받들 이유가..
[비디오 게임 벽지. 만약 이 이런 표지 그림을 장식한다면….] 소설은 텍스트 매체이고, 그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종종 저는 좋은 소설들이 멋진 표지 그림을 붙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표지 그림이 소설 내용과 동떨어졌다면, 오히려 표지 그림이 없는 편이 나을지 모르죠.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소설은 좀 엉뚱한 표지 그림을 붙인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그런 그림이 를 대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어려운 책을 번역한 출판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의 표지 그림은 좀…. 이 소설은 우주 탐사물입니다. 외계 생명체들이 우주 어딘가에 나타났고, 인류 탐사대는 우주선을 타고 외계 생명체들을 방문하고 조사하죠. 당연히 외계 생명체들의 서식지와 광..
펄프 사이언스 픽션에서 비니키 여자들을 구경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펄프 SF 잡지들은 아슬아슬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을 표지 그림으로 내세웠죠. 이유는 뻔합니다. 성적 환상을 꿈꾸는 남정네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죠. 온갖 우주 활극들은 남자들이 활약하는 전투적인 놀이터이고, 따라서 남자들이 꿈꾸는 성적 환상 역시 포함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른바 펄프 SF 소설을 읽은 적이 없고, 정말 펄프 SF 소설들이 성적 환상들을 질펀하게 떡칠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표지 그림들만 요란할지 모르죠. 하지만 앙가슴과 허벅지를 자랑하는 여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표지 그림을 장식하지 않았을 겁니다. 펄프 SF 소설에서 비단 성적 환상만 문제까요. 인종 차별 역시 심각한 문제일 테고, 전통적으로 사이언스 픽션을 비..
영화 는 수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비록 개봉 당시 불운한 시기를 거쳤다고 해도 결국 는 빛나는 SF 금자탑에 올라갔죠. 예전에 감독판 기념회였나, 박상준 평론가가 "명작 SF 영화들이 많다고 해도 이 영화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단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는군요. 아마 그 평가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비단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는 관객만 아니라 장르 영화에 흥미가 없는 관객들 역시 이 영화를 호의적으로 평가하죠. 좋은 장르 창작물은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솔직히 사람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나 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죠.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
마이클 크라이튼은 바람직하지 않은 SF 작가로 불리곤 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분명히 유명한 SF 작가이나, 어떤 사람들은 크라이튼이 SF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죠. 우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상 과학보다 스릴러에 흥미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크라이튼이 쓴 유명한 SF 소설들은 대부분 스릴이나 액션을 강조합니다. , , , , , , , (악명이 높은) 등등. 이런 소설들은 스릴이나 액션을 부각하죠. 크라이튼은 나 나 같은 차분하고 정적인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페이지들이 휙휙 넘어가는 필력은 확실히 발군이나, 과학자들이 차분하게 토의하는 내용은 어쩐지 크라이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쓸 수 있는 필력이 있다고 해도 일부러 안 쓰는 듯해요. 게다가 누군가는 크라이튼이 SF 특유의 전복을 보..
흔히 소설 는 SF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불립니다. 도 그렇고, 도 그렇고, 도 그렇죠. 사실 수많은 SF 전쟁 소설들은 SF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외딴 행성에 사는 민간인이 은하 제국 전쟁에 휘말린다고 해도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SF 밀리터리라고 부르지 않을 듯합니다. 군대가 등장한다고 해도 작가가 뭔가 군사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SF 밀리터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는 은하 제국과 우주 전쟁과 함선 군인들이 등장합니다. 아예 소설 주인공은 함선 인공 지능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장르를 정확히 규정하기는 어렵고, 아무도 무엇이 정확한 장르인지 정의하지 못하나, 저는 어느 정도 공통된 범주를..
종종 독서 동호회들나 SF 평론가들이나 언론들은 SF 소설 순위를 조사합니다. 최고의 SF 소설 100가지, 최고의 스페이스 오페라들, 올해 최고의 SF 소설들 등등. 여러 도서 커뮤니티들과 인터넷 언론들에서 그런 목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가끔 그런 설문 조사들은 왜 독자들이 SF 소설들을 읽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어떤 독자들은 SF 소설들이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독자들은 엄중한 고증과 치밀한 과학적 상상력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이나 빅 데이터 인공 지능 같은 용어들이 범람한 이후,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SF 소설들을 찾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령, 안철수가 를 언급했을 때, 사람들이 윌리엄 깁슨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