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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파올로 바치갈루피가 쓴 디스토피아입니다. 아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까요. 무지막지한 질병이 전세계를 휩쓸었고, 그래서 소설 속의 세계는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이 질병은 수많은 작물과 가축을 죽였고, 인류는 새로운 작물과 가축을 만들어야 했어요. 유전자 조작 기술 덕분에 인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종자를 만들었으나,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류는 질병을 추방하지 못했고, 게다가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이게 노다지가 된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유전자 해커를 고용하고, 다른 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해킹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자에 저작권을 걸었죠. 따라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식량 기업들이 조작한 작물과 ..
여러 사람들이 기후 변화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위험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기후 변화는 얼마나 많이 위험할까요. 정말 기후 변화는 인류가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한 거대하고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할까요. 어떤 학술지는 21세기 말미에 유럽인들이 매년 15만 명 사망할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진단이 옳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사회 과학이나 자연 과학이나 양쪽 모두에게 어렵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많은 것들이 21세기 말미에는 전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날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의 의견이 언제나 옳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그런 의견이 맞는다면, 정말 매년 15만 명이 사망한다면, 결코 그 숫자를..
8월 10일,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우리나라의 최재천 교수가 만났다고 합니다. 두 학자는 에코 토크 콘서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군요. 저는 그 대화를 직접 듣지 못했으나, 그 대화를 다루는 과학 기사를 몇 편 읽었습니다. 제인 구달은 현재의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크게 우려하고, 인류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포기하지만, 구달은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달도 나이가 상당히 많죠. 어쩌면 언젠가 구달의 부고를 들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학자이자 환경 보호론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인물이 좀 더 많아야 사람들도 좀 더 자연 환경에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소설 은 거대 기업의 횡포와 오염, 수탈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거대 기업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모든 것들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요. 거대 기업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의원들을 배정하고, 대통령은 허수아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생산과 대규모 소비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지배하고, 특히 광고는 이런 사고 방식을 더욱 부추깁니다. 상품이 자본주의 체계의 혈액이라면, 광고는 자본주의 체계의 꽃이고 윤활유입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사고, 그 몫은 모두 기업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요. 소설 주인공은 광고 회사의 직원이죠. 현대 자본주의 체계와 광고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사람들은 같은 책에서 자본의 작동 구조를 배우곤 하나, 19세기는 오..
[게임 는 묻습니다. 도시는 생태계가 될 수 있는가? 문명과 자연이 적대적일까요?] 데이빗 하비는 에서 환경 오염과 사회학을 논의합니다. 이 책은 데이빗 하비의 여러 논제를 담았고, 그 중에 환경 사회학도 들어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었을 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인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연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과 "문명과 자연을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우선 첫째 물음부터 살펴볼까요. 많은 사람들은 자연 환경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연 환경이 소중할까요? 이는 대답하기에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자연 환경이 오염된다면, 인간들도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숲이 사라진다면, 홍수가 마을을 덮칠 겁니다. 쓰레기를 강물에 버린다면, 우리는 썩은 물을 마셔야..
지리학자 데이빗 하비는 현대 산업 문명이 어떻게 도시를 재편하는지 이야기하곤 합니다. 데이빗 하비는 상당히 좌파적인 학자이고 그래서 도시라는 공간을 빈부 격차와 환경 오염이라는 시각으로 관찰하죠. 하비에 따르면, 도시는 부자와 빈민의 터전을 가르고, 다양한 생산물을 빨아들이고, 엄청난 폐기물을 쏟아놓는 공간입니다. (당연히 그 배후에는 자본주의 체계가 존재합니다.) 도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대 문명의 빈곤 문제와 환경 문제를 절대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죠. 그래서 삼림 도시처럼 도시의 해악을 줄이려는 시도들이 많고요. 그렇다면 이런 빈부 격차나 환경 오염과 함께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요. 사실 수많은 SF 소설들이 미래 도시라는 공간적/문화적/사회적 요소에 주목합니다. 그걸 집중적으로 살피는 작품..
여름철을 맞이하여 여러 뉴스 사이트들은 폭염 기사를 선보입니다. 포털 사이트들은 그런 기사들을 전시하고, 수많은 유저들이 댓글을 달아요. 그런 댓글들을 둘러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사람들은 폭염에 주의해야 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온실 가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온실 가스를 되도록 줄여야 합니다. 어떤 유저는 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줄줄 나열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폭염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지만, 그 중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댓글은 거의 없습니다. 마치 다들 자본주의와 기후 변화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처럼 떠듭니다. 물론 인터넷의 댓글들에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인터넷의 댓글란에서 사람들은 가..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이런 '기술적 자연'은 광활한 생물 다양성을 제시합니다.] 예전에 생태계 비디오 게임과 자연 환경의 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비디오 게임은 자연 생태계의 정수나 근본을 묘사하고, 플레이어는 그런 게임을 통해 생태적인 감수성을 맛보곤 합니다. 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얕은 해안과 깊고 어두운 해저와 하늘거리는 바닷말들과 화려한 산호초와 원시적인 해양 파충류와 조우합니다. 사방에서 온갖 생명들이 돌아다니고, 주인공 잠수부는 그런 충만한 생명력 속에서 헤엄칩니다. 이 게임은 뚜렷한 줄거리나 규칙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해양 생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했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웠기 때문일 겁니다. 비단 만 ..
영웅은 상당히 강렬한 요소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지에서 수많은 영웅 신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영웅의 업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대에 따라, 어떤 영웅은 거대 괴수를 죽이고, 어떤 영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떤 영웅은 어마어마한 경제 발전을 약속합니다. 아마 현대의 영웅 신화는 경제 발전을 업적으로 삼을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사회 구조를 뒷받침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확장(성장)하고 싶어합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하고, 생산을 멈추는 것은 자본주의에게 죽음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유 시장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이 팔기 원하고, 그렇다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죠. 경제가 발전하..
외계 행성 개척은 SF 소설의 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19세기부터 SF 소설은 머나먼 우주를 바라봤고, 어떻게 인류가 그 우주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아니, 19세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문명을 꿈구곤 했죠. 19세기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은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SF 소설들은 외계 행성과 인류 개척자들을 묘사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을 살펴보면, 개척자들이 낯선 세상에서 안락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은 외계 개척자들을 통해 문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여물어가고 쇠락하는지 보여줍니다. 처럼 SF 소설은 구태여 외계 행성으로 진출하지 않아도 이런 문명의 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