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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2014년 영화 에서 어떤 꼬마는 고지라가 공룡이라고 말합니다. 텔레비전이 고지라를 보여줄 때, 꼬마는 텔레비전을 보고 공룡이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텔레비전 앞에는 티라노사우루스 장난감과 스테고사우루스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꼬마는 고지라가 공룡이라고 착각했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꼬마가 공룡 장난감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꼬마는 고지라가 공룡이라고 착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꼬마가 고지라를 공룡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이게 정말 착각인가요? 정말 꼬마가 착각했나요? 오직 영화 속의 (어리고 순진한) 등장인물만 고지라가 공룡이라고 오해하나요? 사실 현실 속에서 공룡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혼다 이시로를 비롯해 영화 제작자들은 1954년 영화 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고지라를 디자인하기 위해 영화 제작자..
[선사 시대 상어는 정말 거대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거대 괴수가 문자 그대로 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와 은 모두 상어 이야기입니다. 양쪽 모두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재, 분위기, 연출, 액션은 서로 대조적입니다. 는 상어가 고립된 서퍼를 공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는 자주 상어를 보여주지 않고, 과장된 액션을 자제하고, 긴장과 공포를 강조합니다. 고립과 고독과 공포와 싸우는 주연 배우의 연기는 드라마를 이끕니다. 이야기 규모는 별로 크지 않으나, 섬찟한 긴장은 관객들을 압도할 겁니다. 반면, 거대한 상어 메갈로돈이 나오는 영화로서 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은 엄청난 제작 비용을 쏟아부었고 당연히 폭넓은 관객 계층을 노립니다. 은 거대한 상어를 강조하느라 애쓰..
[아무르 호랑이 산군은 문자 그대로 포스가 가득한 영물입니다. 이런 영물이 괴수가 될 수 있을까요?] 영화 는 일제 식민지 조선과 조선 포수들과 아무르 호랑이를 이야기합니다. 조선에서 일본 제국 군대는 온갖 야생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이른바 '지리산 산군' 역시 사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문제는 산군이 아주 영특하고 민첩하고 강력한 호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산군을 잡기 위해 일본 군대는 조선 포수들을 고용하나, 조선 포수들 역시 산군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일본 군대는 여러 병사들과 몰이꾼들을 지리산에 보냈으나, 그들을 물어뜯은 이후 산군은 유유히 사라집니다. 산군 사냥 작전을 지휘하는 포수 대장은 왕년에 이름을 날린 늙은 포수 만덕을 찾아갑니다. 만덕이 추적을 맡는다면, 조선 포수들은..
[이런 처럼,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지옥을 연출하고 야만을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기를 좋아합니다. 인류 문명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야만적인 본성들을 드러냅니다. 그런 야만적인 본성들은 지옥을 연출하죠. 그런 지옥을 바라보는 동안 독자들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할 겁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창작물들에서 이런 주제는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이런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흔한 인터넷 소설들이나 인터넷 만화들 역시 다르지 않겠죠. 네빌 슈트나 레이 브래드버리 같은 작가들은 이런 통념을 거꾸로 적용합니다. 는 지옥을 연출하지 않죠. 묵시적인 종말이 다가옴에도, 사람들은 야만적인 본성들을 드러내지 않고 인생을 신나게 즐깁니다. 그들..
[해골섬 생태계를 위해 킹콩은 수많은 살육들을 저지릅니다. 이런 살육들이 정말 '폭력'에 속할까요.] 영화 에는 여러 갈등 관계들이 있습니다. 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괴수들을 보여주고, 그들은 서로 갈등 관계들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세 갈등 관계들은 킹콩-스컬크롤러 알파, 킹콩-패커드, 패커드-위버일 겁니다. 킹콩과 스컬크롤러는 천적 관계입니다. 스컬크롤러는 킹콩 일족을 없애야 하고, 킹콩 일족은 스컬크롤러들을 없애야 하죠. 패커드는 킹콩을 죽이기 바랍니다. 패커드에게 킹콩은 불구대천의 원수이고, 인간 중심주의를 위협하는 야생이고, 부하들을 학살한 적입니다. 게다가 패커드가 패전을 겪었기 때문에 패커드는 분풀이를 원하죠. 킹콩 같은 거대 괴수는 좋은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패커드..
[소미인들은 많은 것들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제3세계. 식민지 원주민. 여자라는 약자.] 영화 에서 소미인은 꽤나 까다로운 설정일 겁니다. 에는 모스라가 나옵니다. 모스라와 소미인들은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일본 원작 시리즈에서 소미인들은 모스라와 교감할 수 있고 모스라를 부를 수 있죠. 소미인은 인간들과 모스라를 이어주는 존재입니다. 그 덕분에 시리즈와 시리즈는 소미인들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심지어 설정이 아주 극단적으로 바뀐 애니메이션 시리즈조차 소미인들을 빼놓지 않았죠. 문제는 소미인들이 SF 설정이 아니라 판타지 설정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시리즈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소미인들을 SF 설정에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그럴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은 ..
[2005년 컨셉 아트. 이런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생물 다양성'입니다. 생물 다양성.] 몬스터버스는 와 과 기타 괴수 시리즈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건 고지라와 킹콩과 모스라와 라돈 같은 괴수들을 함께 엮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용어죠. 몬스터버스는 몬스터 유니버스를 줄인 말이고, 여기에서 몬스터는 고지라나 킹콩이나 모스라 같은 괴수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몬스터는 괴수입니다. 하지만 정말 괴수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몬스터가 적절한 단어일까요? 몬스터가 괴수를 제대로 가리킬 수 있을까요? 몬스터와 괴수는 다릅니다. 몬스터버스가 주목하는 괴수들, 고지라, 뮤토, 스컬크롤러, 킹콩, 모스라, 라돈 등은 야생 동물이나 공룡처럼 생겼습니다. 시리즈를 지탱하는 가장 큰 주역인 킹콩은 진짜 야생 동물입니다. 원작 ..
[거대 괴수 이야기에서 괴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괴수보다 훨씬 중요할지 모릅니다.] 평론가들이 소설 을 비평한다고 가정하죠. 평론가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늘어놓을까요? 제목과 표지 그림이 시사하는 것처럼, 은 고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고래들이 나오고, 특히, 향유 고래는 위험한 적수입니다. 소설 후반부에 하얀 향유 고래 모비 딕은 포경선 피쿼드를 들이받고 바닷속으로 수장시킵니다. 소설 속에서 향유 고래는 바다뱀이나 드래곤이나 레비아탄 같은 바다 괴수들과 비슷한 위상입니다. 은 향유 고래를 단순한 해양 동물이 아니라 바다 괴수라고 추켜세웁니다. 바다 괴수들 중 모비 딕은 절정에 다다른 존재이고, 아무도 모비 딕을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어떤 포경선도 모비 딕의 숨통을 끊지 못합니다. 모비 딕에게..
베트남 침략은 수많은 사건들과 얽매였습니다. 당연히 SF 작가들 역시 베트남 침략과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을 침략했을 때, 어떤 작가들은 반전 성명을 내걸었고, 어떤 작가들은 그걸 찬성했습니다. 같은 소설은 베트남 전쟁에서 비롯했죠. 같은 SF 밀리터리 영화 역시 베트남 전쟁과 멀지 않을 겁니다. 에 등장하는 카타찬 행성은 베트남 밀림을 비유하는 설정입니다. 카타찬 행성의 카타찬 병사들은 람보를 오마쥬하는 설정이고요. 은 아예 노골적으로 베트남 침략을 이용하죠. 이렇게 베트남 침략은 SF 소설과 영화와 게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그저 옛날 사건을 이야기할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사실 영화 감독은 베트남 침략이 옛날 사건이기 때문에 쉽게 베트남 이야기를 에..
[이런 육식 파충류 괴수는 육식공룡과 비슷한 위상이 됩니다. 음, 이런 자연관이 괜찮을지….] 소설 에서 앨런 그랜트와 팀과 렉스는 몰래 호수를 건너려고 합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숫가 근방에서 쿨쿨 잠들었기 때문이죠. 그랜트는 조용히 보트를 띄웠으나, 렉스는 그만 재채기를 터뜨리고 맙니다. 총소리처럼 재채기는 호숫가를 시끄럽게 울렸고,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는 잠에서 깨고 보트를 쫓습니다. 팀은 (파충류가 다들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수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육식공룡은 머리와 등줄기, 꼬리의 윗부분을 드러내고 악어처럼 헤엄칩니다. 그랜트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헤엄치는 모습이 정말 악어 같다고 생각해요. 악어처럼 티라노사우루스는 물 속으로 들어가고 갑자기 보트를 습격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