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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는 꽤나 기이한 책입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를 내세우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으나, 이 소설에서 러브크래프트 같은 요소는 별로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사악한 외계인들은 그저 서두를 장식할 뿐이죠. 가 정말 기괴한 이유는 콜린 윌슨이 독특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콜린 윌슨은 오컬트 책들을 많이 썼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각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윌슨은 왜 인간이 소외나 절망, 분노를 느끼는지 주목했고, 정신적인 각성으로 그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윌슨은 인간이 자신을 진정으로 세상에 표현하기 원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기 원했고, 그게 정신적인 승천이나 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여겼죠. 인간의 의식에는 상당한 잠재력이 있고, 윌슨은 사람들이 그걸 끄집어내기 ..
"결론도 없고, 설명도 없고, 해답도 없고…. 누가 그런 소설을 읽나? 왜 그런 갑갑한 소설을 읽지?" SF 세상에는 이런 평가를 받는 소설들이 있을 겁니다. 솔직히 대부분 SF 소설들은 모든 설정에 명쾌한 설명을 붙이지 못해요. (그래서 SF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SF 소설이 황당하다고 비난하죠.) 요란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묵직한 하드 사이언스 픽션까지, SF 소설들에서 설정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에서 작가는 온갖 인공 지능, 로봇, 돌연변이 괴물, 개조 생명체, 외계인을 늘어놓을 수 있으나, 어떻게 그런 것들이 작동하거나 살아있는지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작동 원리가 궁금한 독자는 소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겠죠. 작가가 어떤 인조인간이나 돌연변이 괴물을 제시하면, 독자는..
요즘처럼 춥고 눈이 내릴 때, 읽기에 딱 알맞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는 그런 소설들 중 하나일 겁니다. 프랭클린 탐사대를 소재로 삼은 비경 탐험 이야기죠. 프랭클린 탐사대는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영국을 떠났으나, 결국 혹독한 극지방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넜습니다. 영국 해군과 다른 탐사대들은 플랭클린 탐사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했으나, 프랭클린 탐사대는 의문 속으로 사라졌고, 여전히 난파와 실종 사건은 전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여러 증거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전모가 조금 더 밝혀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가혹한 북극에서 사라진 의문의 탐사대는 매력적인 소재이고, 작가 댄 시몬스는 북극 탐사대를 이용해 처절하고 압도적인 탐사 이야기를 펼칩니다. 아니, 는 그저..
[비디오 게임 벽지. 만약 이 이런 표지 그림을 장식한다면….] 소설은 텍스트 매체이고, 그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종종 저는 좋은 소설들이 멋진 표지 그림을 붙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표지 그림이 소설 내용과 동떨어졌다면, 오히려 표지 그림이 없는 편이 나을지 모르죠.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소설은 좀 엉뚱한 표지 그림을 붙인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그런 그림이 를 대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어려운 책을 번역한 출판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의 표지 그림은 좀…. 이 소설은 우주 탐사물입니다. 외계 생명체들이 우주 어딘가에 나타났고, 인류 탐사대는 우주선을 타고 외계 생명체들을 방문하고 조사하죠. 당연히 외계 생명체들의 서식지와 광..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고, 맛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을 인식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인류는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눈과 코와 귀와 피부와 혀는 다양한 정보들을 종합하고, 뇌는 그런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먹거리를 찾거나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우리 뇌가 인식하는 세상과 다르다면, 우리는 생존하지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생존한다는 뜻은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인식했다는 반증이겠죠. 하지만 이게 완벽한 반증일까요. '통 속의 뇌'는 유명한 사고 실험입니다. SF 소설들 역시 통 속의 뇌를 이용하곤 하죠. 흔한 사이버펑크 소설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등장..
얼마 전에 완역본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은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감독한 영화를 비롯해 여러 매체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하지만 한국에서 이걸 읽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는 한글로 이 소설을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마침내 이 작품이 나오는군요. 출판사 역시 30년만에 선보이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이라고 홍보합니다. 은 분명히 좋은 작품이나, 저는 의 이야기 구조가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아마 이 소설이 선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기이한 구역 설정일 겁니다. 예전에 말한 것처럼 기이한 구역 '존'은 문명 내부에 자리잡은 고립된 지역입니다. 기이한 구역은 여러 진귀한 물품들을 품었으나, 아무나 함부로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각종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괴물들이 설치기..
[이 게임은 러브크래프트 소설 분위기를 잘 살렸으나, 탐사와 고고학보다 전투에 치중합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유명한 장르 소설가입니다. 아니, 이 양반을 그저 유명하다고 부른다면, 그건 너무 빈약한 표현일 겁니다. 아마 하워드 러브크래프트가 없었다면, 현대 장르 창작물들은 절반쯤 살을 빼야 했을 겁니다. 그만큼 러브크래프트는 수많은 장르 소설들, 영화들, 게임들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역시 로드 던세이니나 아서 매켄 등 다른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나,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를 원숙하게 다듬었고, 다양한 이야기 형식들을 고안했죠. 듀나님이 말한 것처럼, 사실 완성도를 따진다면, 아서 매켄이 러브크래프트보다 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를 창시하지 않았다고 해..
허버트 웰즈는 우리나라에서 과 , , 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네 소설들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웰즈가 다른 소설들을 썼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듯합니다. 웰즈는 저런 암울하고 기이한 소설들 외에 유토피아 소설이나 비경 탐험 소설에도 손을 댔습니다. 비슷하게 쥘 베른 역시 나 , 같은 소설들 외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나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만약 어떤 작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작가가 쓴 다양한 소설들을 탐구해야 할 겁니다. 특히, 단편 소설들은 양이 꽤나 많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죠. 그런 관점에서 는 참으로 반가운 책입니다. 이 책은 허버트 웰즈가 쓴 여러 단편들과 중편..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엎친 데 덮쳤다고 표현하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옷이 모두 젖고, 도로는 막히고, 아까운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가을 소풍을 바란 사람은 머피의 법칙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말할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저 우연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실 우연이 맞죠. 먹구름들은 가을 소풍을 바라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먹구름들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만약 이것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꾸민 음모라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치밀하고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특정한 사..
소설 는 피터 와츠가 쓴 외계 탐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어떤 외계 존재가 지구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지구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으나, 다시 우주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지구인들은 난리법석을 피웁니다. 지적 존재가 외계에서 찾아왔고, 심지어 지구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어요. 누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인류는 외계 존재가 정확히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지구에 찾아왔는지, 왜 흔적들을 남겼는지, 인류는 전혀 모릅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미지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외계 생명체들을 조사하는 탐사대를 파견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류가 외계 존재들을 조사하고 싶다면, 탐사대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할 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