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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 양쪽에서 적막하고 혹독한 극지 탐험은 유용한 소재가 됩니다.] 소설 과 는 모두 극지방 탐사 이야기입니다. (서구의 백인 남자) 탐사대가 극지방을 탐사하는 이야기죠. 은 남극을 둘러보고, 는 북극 항로를 개척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에서 탐사대는 어떤 기이한 화석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진귀한 생명체들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으나, 모든 비극은 거기에서 비롯했습니다. 탐사대는 명성을 누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은 명성 대신 참혹한 광기를 누려야 했어요. 에서 탐사대는 북극 항로를 파악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리부스와 테러가 출발했으나, 이내 두 탐사선은 얼음에 갇힙니다. 탐사대는 어떻게든 얼음들을 돌파하려고 했으나, 거대하고 압도적인 자연은 탐사대를 쉽게..
는 고딕 호러풍 소설입니다. 정식 번역 제목은 '몬스트러몰로지스트'입니다. 아이고, 발음하기 힘들군요. '괴물학자'라는 편한 번역을 놔두고 왜 이런 어려운 발음을 그대로 차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목답게 괴물학자가 나오고, 각종 괴물들을 연구하는 내용입니다. 책 뒷표지에 러브크래프트 운운하는 홍보 문구가 있으나, 책의 주제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와 거리가 멉니다. 뭔가 괴악한 존재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무조건 러브크래프트를 갖다 붙일 수 없겠죠. 소설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보다 아서 코난 도일과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하게 합니다. 19세기 서구. 과학이 한창 발달하고, 미신과 강령술이 유행하고, 산업이 부흥하고, 빈민들이 뒷골목을 떠돌고, 뭔가 요란하고 화려하고 지성적이지만, 한편으로 을씨년스럽고 추악하고..
[기이하고 울창한 자연과 적막한 폐허와 위험한 동물들. SF 창작가들은 계속 이런 설정을 사랑하겠죠.] 소설 은 아르카디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썼습니다. 장르를 규정하기가 좀 애매하군요. 아마 우주적 공포로 부르면 좋을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우주적 공포와 달리 이 소설에서 공포나 광기보다 비극이나 암울함이 두드러집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는 비슷한 소재를 이용해 공포와 광기를 강조하겠으나, 처럼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종종 유머나 개그를 곁들이지만) 공포보다 무력함이나 비극성을 드러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에 방문합니다. 그들은 금방 떠나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존'이라고 불립니다. 이 구역 안에서 굉장히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
제프 밴더미어의 는 서던 리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 에 이은 세 번째 소설이고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설이죠. 에서 12차 탐사대는 X 구역이라는 원시적이고 기이한 야생을 떠돌아 다닙니다. 은 누가 탐사대를 조직했고 왜 탐사대를 그 기이한 야생 지역으로 보냈는지 설명합니다. 물론 아무리 이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도 모든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문은 더욱 높이 쌓입니다. 는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망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뭔가를 제시하는 대신 전작의 여러 인물들을 불러옵니다. 에서 주인공은 생물학자였습니다. 에서 주인공은 신임 국장이었습니다. 반면, 에서 특정한 주인공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이전 소설들의 여러 인물들이 번갈아 등장하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
[영화 에 나오는 노틸러스. 바다의 시미터. 고증은 다소 어설프나, 모양은 독특합니다.] 흔한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함대를 해군 체계처럼 구성하곤 합니다. 함재기, 고속정, 호위함, 구축함, 순양함, 전함, 모함 등이 우주 함대를 이루죠. 때때로 우주 고속정이나 구축함은 '어뢰'를 쏩니다. 우주의 발사체를 그저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뢰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게 뭔가 해군다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주 함대가 해군의 체계를 모방한다고 해도 '잠수함'이라는 이름을 우주선에 붙일 수 없을 겁니다. 잠수함의 주된 역할은 말 그대로 잠수이지만, 우주에서 잠수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아무리 우주가 또 다른 바다처럼 보여도 우주는 바다처럼 수중과 수면으로 나뉘지 않아요. 따라서..
소설 은 서던 리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이야기는 전작에서 이어지고, 여전히 X 구역의 비밀을 다루죠. 전작 에서 12차 탐사대는 X 구역의 적막한 자연 환경을 떠돌았습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기이하고 고요하고 인적이 없는 분위기와 거대하고 낯선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된 듯한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 생물학자는 바위투성이 해안가에서, 사람들이 없는 뒷골목에서, X 구역의 공허한 자연 속에서 뭔지 모를 친밀감을 느꼈을 겁니다. 복잡하고 산만하고 빽빽하고 시끄러운 현대 문명인에게 저런 해안가와 뒷골목과 자연은 꽤나 낯선 공간으로 다가오고, 은 그런 느낌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지와 무지를 이어가는 여정 또한 매력적입니다. 이 소설은 명확한..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인 요소를 다루곤 합니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 겁니다. 만약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거나 갑자기 돌연변이 괴물들이 인류를 습격하거나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한다면, 거기에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겠죠. 수많은 SF 소설들은 (상상 과학이라는 이름답게) 그런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애씁니다. 왜 죽은 사람들이 살아났는지, 왜 돌연변이 괴물들이 탄생했는지, 왜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하는지…. 하지만 모든 SF 소설들이 그런 해명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소설들은 논리와 합리를 최대한 강조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중요한 부분에서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이런 소설들은 설정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그저 전문 용어 몇 가지를 나열..
[인류 문명에게 울창한 숲들은 위험하고 적대적이고 낯설고 어둡고… 신비롭습니다.] 소설 은 말 그대로 숲이 주된 무대입니다. 어딘지 신비롭고 위험하고 야생적인 태고의 숲입니다. 어찌 보면, 야만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작가인 로버트 홀드스톡이 다른 배경도 아니고 하필 숲을 고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시 문명과 대착점에 서있는 장소니까요. 현대적인 도시와 반대되는 곳이 무성한 숲이고, 그래서 강렬한 원시성을 잉태할 수 있죠. 사실 작중에 나오는 거대한 원시림이 아니라 뒷산만 올라가봐도 숲이 얼마나 음험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온통 가려서 빛이 안 들어옵니다. 주변은 컴컴하고, 빽빽한 줄기 때문에 시야가 멀리까지 닿지 않죠. 어떤 인류학자는 인간이 본래 평원에서 살던 동물이라 ..
[보드 게임 의 표지 그림은 비경 탐험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 것 같습니다.] 소설 은 우주적 공포 소설입니다. 인류 이전에 각종 외계인들이 지구에 정착했고, 인류는 그들의 피조물에 불과하고, 그들은 언젠가 인류를 날려버릴지 모릅니다. 이 무한하고 영원불멸한 우주에서 인류는 그저 한 순간의 먼지에 지나지 않아요. 이런 감수성은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의 여러 소설들을 관통하고, 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은 비경 탐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남극 탐사대 소속이고, 탐사대는 극지방에서 외계인의 유골을 발굴하거나 고산 지대에서 외계 유적지를 찾습니다. 은 남극 탐사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주인공은 외계인의 광대한 도시와 유적지를 방황합니다. 마치 처럼. 그래서 쇼거스는 "테켈리 리!"라고 외치겠죠. 사실 ..
할 클레멘트는 후기에서 모호하거나 너무 환상적인 결말을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르 소설은 비일상적인 사건을 다룹니다. 당연히 독자는 그 사건의 원인이나 전말을 궁금해할 겁니다. 하지만 (할 클레멘트가 비판하는) 작가들은 결말에서 그 사건의 원인을 대충 넘어가거나 느닷없이 환상적인 요소를 도입하거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빠집니다. 그렇다면 뭔가 논리적이고 치밀한 전개를 기대한 독자들은 꽤나 실망하겠죠. 만약 SF 소설에서 세상이 멸망했는데, 그 멸망의 원인이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라면, 독자들은 실망할 겁니다. 독자들은 핵 전쟁이나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환경 오염의 과학적인 기술을 기대했겠지만, 작가는 그런 기대를 배신(?)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하드 SF 소설이라도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지만, 유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