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안드로메다 성운 (23)
SF 생태주의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성공하면 왜 운이 좋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발달 법칙의 불변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건축이 한없이 위로 솟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의 현명함이란 현재 순간에 너무 높은 수준이 무엇인지 때맞춰 인정하고 멈추어 서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경로를 변경하는 겁니다." 위 대사는 소설 에 나왔습니다. 그건 어떤 지도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논의하는 장면이었죠. 그 지도자는 자신이 인류를 훨씬 진보적인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도자는 그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판단은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도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도자는 너무 높은 수준을 파악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사를 읽었을 때, 어..
'소설 으로 가는 길'은 이반 예프레모프가 쓴 해제입니다. 이 해제에서 이반 예프레모프는 어떻게 자신이 을 구상하고 설정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이반 예프레모프는 SF 소설을 쓰기가 만만하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특히, 처럼 미래 사회와 우주 탐사를 거시적으로 전망하는 소설은 훨씬 고된 작업이 될 겁니다. 생생하게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자신을 현실에서 분리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반 예프레모프는 어떤 오두막에 자신을 가두고, 치열하게 글을 써야 했습니다. SF 소설은 비일상적인 요소를 묘사하는 소설이고, 그래서 일상이 에 끼어들지 못하게 작가는 막아야 했습니다. 만약 사소한 일상이 SF 소설에 끼어든다면, SF 분위기는 깨질지 모릅니다. 이반 예프레모프는 겐리흐 알토프와 발렌티나 쥬..
남한에서 의 주인공 세력은 반란군이라고 불립니다. 레아가 이끄는 무장 세력은 공식적으로 반란군이라고 불리는 것 같아요. 리벨리온과 반란군이 어울리는 번역일까요? 저는 이게 좀 이상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란군은 부정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기득권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반란군이라고 부르죠. 즉, 반란군은 기득권에게 초점을 맞추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에서 주인공 세력은 제국군이 아닙니다. 주인공 세력은 레아가 이끄는 무장 세력입니다. 는 레아에게 초점을 맞추고, 따라서 주인공 세력 리벨리온은 반란군이 아니라 혁명군입니다. 주인공 세력은 제국군을 뒤집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혁명군이죠. 하지만 남한에서 주인공 세력은 혁명군이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아예 같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이게..
소설 에서 차라라는 등장인물은 성단 위원회의 학술 건물에 들어갑니다. 성단 위원회 건물에서 차라는 어떤 그림을 감상해요. 그 그림은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 승무원을 표현했습니다. 당연히 분위기는 적막하고 불길합니다. 거대한 보라색 화늘은 그림의 윗부분을 크게 차지했습니다. 보라색 하늘에서 작은 낫 같은 달은 희미한 빛을 뿜습니다. 죽은 달빛은 구식 성단 우주선을 비추고, 선홍색 노을 속에서 성단 우주선은 무기력하게 보입니다. 성단 우주선 옆에는 남색 외계 식물들이 줄지었고, 마르고 단단한 금속처럼 보입니다. 가벼운 방호복을 입은 우주 승무원은 깊은 모래를 간신히 헤쳐가는 중입니다. 우주 승무원은 망가진 우주선과 죽은 동료 승무원을 바라봅니다. 헬멧이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차라는 우주 승무원의 얼굴을 ..
소설 에는 이른바 '위대한 원'이라는 외계 모임이 나옵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외계 문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외계 문명들은 너무 멀리 떨어졌어요. 지구 역시 다른 외계 문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그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요. 지구인들은 그저 장거리 영상 통화를 보내고, 상당히 오랜 시간 이후, 외계인들은 그걸 받아볼 수 있죠. 이런 일방향 장거리 영상 통화는 외계 문명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드문 방법입니다. 지구인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그래서 직접 외계 문명을 만나기 위해, 지적 도약을 위해, 장거리 항해 우주선을 건조합니다. 하지만 그건 소설 후반부이고, 장거리 항해 우주선을 만들기 전까지 지구인들은 꾸준히 일방향 장거리 영상 통화를 보내..
소설 에는 화석 발굴 장면이 잠시 등장합니다. 고생물 연구원들이 화석을 발굴하는 동안, 다르 베테르라는 주연 등장인물은 장대한 진화와 인류 역사를 떠올립니다. 지구에서 생명은 오랜 역사를 흘렀습니다. 대략 30억 년 동안 원시 생명체들은 지구 환경을 크게 바꿨습니다. 5억 년 전에 본격적으로 복잡한 동물들과 식물들과 균류들이 탄생했고, 다시 몇 억 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인류가 등장했으나, 인류는 무엇이 이성적인 방법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죠. 하지만 여러 혼란들을 거치는 동안, 인류는 국가와 민족과 재산과 성별을 넘어서야 한다고 깨달았고,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이룩했습니다. 다르 베테르는 미개한 고대 야수와 진보된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비교하고, 공산주의에게 손을 들어줍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꽤나 선형적..
[호랑이는 최고 포식자이고 동시에 암살자죠. SF 세상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소설 은 유토피아 세상을 그리는 동시에 많은 문제점들을 품었습니다. 문제점들 중 하나는 이 너무 인간 중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소설에서 강력한 육식 야수들은 그저 인간을 해치는 못된 괴수입니다. 그런 괴수들 중 가장 두드러지는 야수는 호랑이일 겁니다. 어느 고립된 지역에서 사람들은 호랑이를 만나고, 목숨을 잃을 뻔합니다. 호랑이가 워낙 유명한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수많은 문학들은 호랑이를 다룹니다. 왜 윌리엄 블레이크가 호랑이를 언급했겠어요. 공자는 호랑이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호랑이는 가장 위험한 야수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윌리엄 블레이크는 유럽 사람이고, 구태여 호랑이를 운운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법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아마 검마 판타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불덩어리를 날리고 로브를 입은 신비로운 사람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가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가 정립한 마법사 역시 마법사라는 표준을 만들었어요. 에서 마법사는 넓은 범위를 공격하거나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마법사를 굉장히 파괴적인 인물로 생각하기 쉽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마법사를 불덩이나 날리는 파괴자로 여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에서 마법사는 그런 파괴자보다 현자로 등장합니다. 마법사는 현자입니다. 지성인이죠.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탑에서 꾸준히 역사와 철학과 자연 법칙을 연구합니다. 대륙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은 군주나 귀족이..
[이런 생물 다양성은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공산주의 레인저들은 이런 것을 지키고 싶어할까요?] 소설 은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노래합니다. 전통적인 공산주의답게 노동자들을 중요하게 조명하고, 그래서 다양한 노동자들이 등장하죠. 지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노동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여러 가지를 열거하기 위해 애써요. 그 중에 야생 경비 대원도 있습니다. 야생 관리를 맡은 경비 대원들입니다. 레인저들이죠. 경비 대원들은 수렵 금지 구역, 그러니까 야생 보존 구역에서 활동합니다. 그들은 바다에 위험한 상어가 나타났는지, 열대 밀림 속에 사나운 파충류들이 돌아다니는지, 위험한 전염병이 유행하는지, 산불이 삼림을 집어삼키지 않는지 감시합니다. 만약 위험한 육식동물들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그 동물들을..
소설 의 특징 중 하나는 다채로운 인종들입니다. 소설 속에서 인류는 전세계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했고,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작가는 평등한 구조를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을 집어넣었을 겁니다. (당연히 인종적인 평등과 함께 성적 평등도 추구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반 예프레모프는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시각을 소설 속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합니다. 여전히 러시아 남자들이 많아 보이고, 그런 남자들은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인물입니다. 반면,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들은 그런 전형성에서 벗어났어요. 아프리카인이나 인도인이라는 특성을 굉장히 강조하죠. 아무리 작가가 좌파적이고 평등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써도 결국 시대적인 한계나 태생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