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안드로메다 성운>의 공산주의적 레인저 본문
[이런 생물 다양성은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공산주의 레인저들은 이런 것을 지키고 싶어할까요?]
소설 <안드로메다 성운>은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노래합니다. 전통적인 공산주의답게 노동자들을 중요하게 조명하고, 그래서 다양한 노동자들이 등장하죠. 지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노동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여러 가지를 열거하기 위해 애써요. 그 중에 야생 경비 대원도 있습니다. 야생 관리를 맡은 경비 대원들입니다. 레인저들이죠. 경비 대원들은 수렵 금지 구역, 그러니까 야생 보존 구역에서 활동합니다.
그들은 바다에 위험한 상어가 나타났는지, 열대 밀림 속에 사나운 파충류들이 돌아다니는지, 위험한 전염병이 유행하는지, 산불이 삼림을 집어삼키지 않는지 감시합니다. 만약 위험한 육식동물들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그 동물들을 보다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듯합니다. 수렵 금지 구역이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확신하지 못하겠으나, 소설 속에서 인류는 야생 동물들을 어느 정도 보호하는 듯해요. 솔직히 소설 속의 공산주의 세계가 생물 다양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별로 없어요. 여타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들처럼 <안드로메다 성운> 역시 건설과 개발, 확장을 줄기차게 찬양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이 레인저 업무는 많은 인기를 끄는 듯합니다. 소설 속에서 젊은이들은 이런 업무에 열정적으로 지원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업무가 힘들기 때문일까요? 소설 속에서 누구든 노동자들은 자기 업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계획 경제가 확실하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앞다투어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신청합니다. 그런 노동이 자신들을 더욱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이끈다고 믿는 듯합니다. 레인저 업무 역시 쉽지 않을 겁니다. 수성 광산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쉽겠으나, 야생 속에서 위험한 육식동물들이나 해충들이나 질병들을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젊은이들은 열대 밀림으로 뛰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장면을 읽고, 저는 과연 이 젊은 레인저들이 야생을 관리하는 만큼 생태주의를 깊게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공산주의적 레인저들'은 정말 자연을 깊이 사랑하거나 아끼고자 할까요. 여러 철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자연을 사랑한다'는 개념은 다소 모호합니다. 하지만 이 공산주의적 레인저들은 심층 생태주의나 생물 다양성을 깊이 고민할까요. <홍수>에 나오는 신의 정원사들이나 <소멸의 땅>에 나오는 생물학자처럼 공산주의적 레인저들은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어울리는 광경을 사랑할까요.
하드 SF 소설에서 검마 판타지로 시선을 돌리겠습니다. 게임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여러 클래스들을 선보입니다. 그 중에 레인저가 있습니다. 레인저는 드루이드와 전사를 조합한 결과물 같습니다. 야생에서 활동하는 전사죠. 그들은 장검이나 활을 능숙하게 다루고, 동시에 자연 환경을 깊이 이해합니다. 아니, 깊이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을 경외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 신앙을 경외하고, 드루이드처럼 신성한 주문을 외울 수 있습니다. 드루이드와 달리 레인저는 많은 주문들을 외우지 못하나, 덩굴을 휘감거나 야생 동물을 소환하거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요.
흠, 웹 코믹 <오더 오브 스틱스> 58화는 드루이드처럼 레인저가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설사 지혜 수치가 꽝인 레인저라도 드루이드처럼 활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디앤디> 속에서 레인저들은 자연 환경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 신앙을 경외합니다. 어쩌면 이런 레인저들은 심층 생태주의나 생물 다양성에 친숙할지 모릅니다. 물론 검마 판타지 속의 모든 레인저들이 자연 신앙을 숭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자연 환경 속에서 잘 싸우는 레인저들도 수두룩합니다. 드루이드와 달리 그들은 자연 환경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자연 신앙을 경외하지 않습니다.
<디앤디>에는 스카웃이라는 클래스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레인저와 꽤나 비슷합니다. 야생 속에서 적들과 은밀하게 싸우죠. 하지만 스카웃은 그저 자연 환경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자연 신앙을 경외하지 않아요. 스카웃들은 몰래 적을 추적하고, 나무 위를 날렵하게 날아다니고, 적에게 치명적인 화살을 날립니다. 레인저와 비슷하죠. 하지만 레인저는 나무들과 동물들을 보고 웃음을 짓겠으나, 스카웃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소설이나 게임 속에서 이런 레인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존 플래너건의 소설 <레인저>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사냥꾼이나….
과연 <안드로메다 성운>에 나오는 공산주의적 레인저는 누구와 비슷할까요. 자연 신앙을 경외하는 레인저? 아니면 그저 자연 환경만 이용하는 스카웃? 저는 공산주의가 더 멀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는 인간을 넘고 생태주의에 다다라야 할 겁니다. 비록 인간만이 문명을 이룩할 수 있다고 해도 이 우주 속에서 오직 인간들만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좋은 소설이나, 그런 사상을 많이 담지 않았더군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