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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 도시와 생물 다양성 문제 본문

생태/상호 작용으로서 사회와 환경

삼림 도시와 생물 다양성 문제

OneTiger 2017. 7. 29. 20:00

[게임 <블록후드>의 한 장면. 이런 녹색 건물이 도시 숲이 되고 생물 다양성을 늘릴 수 있을까요.]



중국의 류저우가 삼림 도시(포레스트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삼림 도시는 이름처럼 도심지 안에 숲을 가꾼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삼림 도시는 그저 공원을 조성하거나 녹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류저우는 도시와 건물들 자체를 개조하기 원하죠. 도시를 구성하는 각각 건물들에 수많은 식물들을 심고, 그래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숲이 됩니다. 수백 그루의 나무들을 테라스나 베란다에 심는다면, 그 나무들이 엄청난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겠죠.


따라서 삼림 도시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고, 더러운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들은 온실 가스를 막을 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까지 흡수한다고 들었어요. 류저우 이전에 에스파냐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아파트 역시 이런 개념이죠. 이쪽은 아파트 한 채이기 때문에 삼림 도시보다 수직 숲(버티칼 포레스트)에 가깝군요. 류저우는 이런 아파트들을 도시 전반적으로 확대하기 원하는 듯합니다. 도시는 거대한 탄소 배출구이지만, 삼림 도시는 탄소를 흡수하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건축가들의 계획은 그렇습니다.



도시 상상도나 청사진은 그야말로 SF 소설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높다란 도시들은 녹색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도시와 숲의 이미지는 정반대지만, 삼림 도시는 정말 도시와 숲의 만남인 듯합니다. 솔직히 저런 도시 상상도를 SF 소설에 그대로 옮겨도 별로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게다가 이런 수직 숲들로 이루어진 도시는 열섬 효과도 낮출 수 있을지 몰라요. 물론 삼림 도시라고 해도 이런 도시가 진짜 숲처럼 생물 다양성을 조성하지 못하겠죠. 도시는 거대한 인구를 품었고, 당연히 인간들은 다른 생물들이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걸 바라지 않겠죠.


하지만 인간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생물들은 삼림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생물 다양성을 크게 늘리지 못하지만, 미약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도시 양봉가들은 많은 꿀을 채집할지 모르겠어요. 나무에서 꽃이 핀다면, 꿀벌들이 더 많은 꿀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러면 도시 양봉과 수직 숲이 상호작용하고, 도심 속에서 일종의 자연 생태계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도심 속의 자연 생태계'가 늘어날지 몰라요.



삼림과 도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윌리엄 모리스를 떠올리곤 합니다. <에코토피아 뉴스>가 마을과 숲의 조화를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모리스 본인이 유명한 디자이너이고, (디자인 측면에서) 건축 양식에 꽤나 관심이 많았죠. <에코토피아 뉴스>에는 이런저런 건물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모리스 같은 19세기 인물은 이런 삼림 도시가 나타날지 몰랐을 듯합니다. 모리스는 목가적인 마을을 생각했고, 그런 마을들이 숲을 보존할 거라고 여겼죠. 비록 윌리엄 모리스의 사상을 현대 문명에 적용하기 어렵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저런 삼림 도시가 만능 해결책도 아닐 겁니다.


수직 숲은 진짜 숲이 아니고, 우리가 정말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싶다면 거대한 숲을 따로 조성해야 할 겁니다. 삼림 도시가 아무리 녹색 경관을 자랑한다고 해도 호랑이 같은 동물을 품지 못합니다. 삼림 도시는 기후 변화나 미세 먼지, 열섬 효과를 막을지 몰라도 생물 다양성을 크게 회복하기 힘들겠죠. 솔직히 기후 변화나 미세 먼지 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보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물 다양성과 종 평등일 겁니다.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고 우리가 다른 생물 종을 차별한다면, 그건 환경 보호론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겠죠. 저는 저런 삼림 도시가 성공했으면 싶습니다. 기후 변화나 미세 먼지 등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고, 하루 빨리 그런 피해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국이 저런 삼림 도시들을 늘렸으면 좋겠고, 다른 나라들도 모두 삼림 도시들을 전면적으로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수직 숲을 관리하는 삼림 감시원이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도심지의 레인저라고 할까요.)


하지만 삼림 도시는 진짜 숲이 아니고, 삼림 도시를 조성하는 만큼 진짜 숲을 많이 조성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숲을 조성하고 싶다면, 그만큼 자본주의 체계가 약해져야 합니다. 기업들이 대규모 야자 농장을 짓거나 석유를 채취하거나 발전소를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숲을 밀어내기 때문이죠. 게다가 설사 삼림 도시가 늘어나도 진짜 숲이 사라진다면, 그건 도루묵일지 모르죠. 삼림 도시는 멋진 해결책이 될지 모르겠으나,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진짜 숲을 조성할 때, 삼림 도시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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