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성 평등 (202)
SF 생태주의
이른바 친일파 작가들은 남한 사회가 품은 고달픈 문제점들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추앙하는 작가들이 일본 제국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식민지 시대를 거쳤고, 그 동안 여러 작가들은 권력의 나팔수가 되었습니다. 북한과 남한은 독립을 당했으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따라서 친일파 작가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서 남았습니다. 아예 서정주 같은 작가는 일본 제국을 비롯해 군사 정부들을 지지했고, 그릇된 선례를 남겼죠. 우리는 작가가 시대의 양심이 되거나 예술 작품이 시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나, 작가와 예술 작품은 얼마든지 권력을 비호할 수 있고 권력의 나팔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억압적인 식민지를 거치지 않은 나라에서 작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할까요? 그런 나라에서 작가..
이 블로그에서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속어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지금 모두 수정했으나, 분명히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얼굴 마담은 성 차별적인 말입니다. 원래 얼굴 마담은 술집을 대표하는 여자 주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주인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얼굴 마담이라고 부를까요. 사람들은 남자 술집 주인을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은 그냥 술집 사장입니다. 사람들이 여자 주인을 얼굴 마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자를 얕잡아보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사라져야 합니다. 얼굴 마담 같은 말은 국어 사전에서 빠져야 하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 차별 언어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여러 성 차별들을 비판했습니..
흔히 사람들은 남자가 배, 여자가 항구라고 비유합니다. 남자는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여자는 제자리에 머뭅니다. 이런 비유는 사이언스 픽션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프리 랜디스가 쓴 는 우주 항해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여자이고, 우주 정거장에서 살아갑니다. 주인공의 남편은 우주선 선원이고, 우주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꾸준히 떠납니다. 그래서 소설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편은 계속 함께 살지 못하고, 남편은 또 다른 살림을 차립니다. 이런 풍경은 그저 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SF 작가들은 우주 항해를 그렸고, 그때마다 남자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떠납니다. 여자는 행성이나 우주 정거장에서 남자를 기다리죠. 여자가 우주로 떠나고 남자가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풍경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서..
소설 은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여러 대륙들은 물에 잠겼고, 당연히 대도시들 역시 바다에 잠겼습니다. 몇몇 폐허만 수면 위에 고개를 내밀었을 뿐이고, 사람들은 폐허 속을 돌아다닙니다. 소설 주인공 소녀는 과거 문명이 남긴 지식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폐허가 된 도서관을 들락거립니다. 도서관에서 소녀는 여러 위인들을 만나요.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플레밍, 버질, 플라톤, 셰익스피어, 밀튼, 단테, 바이런, 번스, 톨스토이, 루소, 막스. 도서관은 이 사람들이 창조자라고 말하고,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위대한 창조차가 모두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오는 남자이고, 아이슈타인은 남자이고, 루소는 남자입니다. 소녀는 위인 초상화들을 둘러보나, 여자를 찾지..
소설 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일반인이 아니라 특수 요원입니다. 위기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정예 요원이죠. 이런 인물을 여전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 인물이 정예 요원이라고 해도 전사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군요. 같은 소설은 어떨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제인 세이건은 분명히 여전사입니다. 정예 병사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외계인을 멋지게 해치우는 여전사입니다. 사실 SF 소설들에서 이런 여전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SF 소설들은 온갖 첨단 기술들을 제공하고, 여자들 역시 전장에서 화려하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근력이 부족하다고요? 괜찮습니다. SF 소설들은 태생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온갖 기술들을 늘어놓을 수 있..
[자, 거대 괴수는 여자의 로망이 될 수 있습니다. 왜 거대 괴수가 무조건 파괴적이어야 하죠?] 거대 괴수는 로망입니다. 거대 괴수가 좋습니까? 네, 좋습니다. 비록 현실에 거대 괴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F 소설들이 필요하죠. 하지만 현실 속에 거대한 생명체들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몇 백 kg이 나가는 아무르 호랑이나 불곰은 충분히 괴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르 호랑이나 불곰이 별로 크지 않다고요? 몇 톤이 나가는 인도 코끼리나 아프리카 코끼리는 어떨까요. 게다가 육지 동물들만 언급할 이유는 없겠죠. 강이나 바다로 시선을 돌릴 때, 우리는 더욱 거대한 생명체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대 괴수로서 아나콘다나 바다 악어는 손색이 없을 겁니다. 백상아리나 범고래 역시 마찬가지겠죠. 향유 고래나..
소설 는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받는 세상을 그립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기본 소득은 21세기 좌파들이 생각하는 기본 소득과 많이 다릅니다. 가 상정하는 노동이 21세기 좌파들이 상정하는 노동과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이 제시하는 노동 조건은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엄청나게 부여하고, 사람들은 수많은 기회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할 때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얼마든지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작업들을 체험할 수 있고, 온갖 경험들을 쌓을 수 있어요. 게다가 노동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 소득은 인간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접시를 닦..
소설 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뭘까요. 저는 주인공 쉐백이 술에 취하고 쓰러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 쉐백이 가장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은 이른바 필름이 끊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쉐백은 수많은 감성들을 느끼나, 필름이 끊어졌을 때, 쉐백은 아예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후 소설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당신들에게는 벽이 있어!"라는 대사 역시 핵심적이라고 생각해요. 필름이 끊어지기 전에 쉐백은 어떤 여자와 만납니다. 사실 그 여자와 만나지 않았다면, 쉐백은 술에 취하지 않고 필름이 끊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여자였죠. 쉐백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남자였..
[수많은 광고들, 광고들, 광고들. 이런 풍경은 아주 진부한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입니다.] 비디오 게임 은 사이버펑크 미래 도시를 묘사합니다. 이 게임은 같은 영화가 묘사한 미래 도시를 그대로 모방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죠. 마천루들은 높게 하늘로 뻗었고, 유선형 자동차들은 도로를 누비고, 하늘은 흐리고, 비는 계속 도시를 적시고, 사람들은 각종 사이버웨어들을 달았고, 대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자랑하고, 빈민들은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이런 도시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비밀 요원들을 조종하고, 각종 임무들을 해결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빈민들을 돕거나 도시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어요. 비밀 요원들은 서로 다른 특징들을 자랑하고, 사격이나 암살, 기계 해킹, 무인기 조종, 장거리 저격, 나노 로봇 치..
많은 SF 독자들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설에서 하인라인은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하나, 에서 하인라인은 민족 자결주의와 자유로운 독립을 지지하는 듯합니다. 에서 인류 병사들은 남자들이나, 에서 사람들은 구시대적인 가족 관계에 연연하지 않아요. 따라서 SF 독자들은 하인라인이 극단과 극단을 오간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로버트 하인라인이 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일관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내세웠습니다. 같은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스스로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는 병영 문화를 예찬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 병명 문화가 자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인류 병사들은 스스로 입대했습니다. 아무도 강제로 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