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성 평등 (206)
SF 생태주의
숱한 스페이스 오페라들에는 숱한 유사 인간 외계인들이 있습니다. 피부색들은 다르나, 그들은 인간적으로 생각하고 인간과 닮았습니다. 심지어 반인반수 외계인들 역시 별로 인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반인반수 외계인들은 그저 몇몇 동물 특징을 덧붙인 인간들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고양이 외계인이 나온다고 해도, 그 고양이 외계인은 그저 털이 복슬거리고 고양이와 비슷한 인간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여자 고양이 외계인에게는 두 젖가슴이 있을지 모르죠. 이건 꽤나 엉뚱한 상상입니다. 고양이에게는 젖가슴이 없습니다. 암컷 포유동물들은 젖을 분비할 수 있으나, 둥근 젖가슴은 오직 인간 여자에게만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는 이런 '인간적인 특징'을 고양이 외계인에게 덧붙일 수 있어요. 그래서..
[물에 잠긴 무너진 도시. 울창한 자연 생태계. 기이한 해양 동물들. 적막한 분위기. 쪽배를 타는 소녀.] [어떤 대학교 교정. 10월 초반. 아침. 맑은 날씨. 교정 벤치에서 어떤 남학생은 소설책을 읽는 중이다. 어떤 여학생 등장.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다가간다. 여학생은 벤치에 앉고 인사한다.] "안녕, 형. 여기에서 뭐하는 중이야? 어머, 그게 무슨 소설이이야?" "이거? 이건 제프 밴더미어가 쓴 야. 저번에 너는 이게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말했지. 그래서 나 역시 이걸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 교양 과목 수업들 중에서 문학 비평 수업이 있기 때문이야. 게다가 요즘에 다들 페미니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지. 나는 제프 밴더미어를 잘 모르나, 나는 제프 밴더미어가 페미니즘 작가들에게 친숙하다고 들었어." "..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을 읽은 이후, 어떤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와, 이건 정말 무시무시한 소설이야. 하지만 이건 SF 소설이 아니라 노예 제도를 고발하는 소설이지." 사실 은 타임 슬립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 흑인 여자는 1970년대에서 과거 미국 남부 농장으로 돌아가고 흑인 노예가 됩니다. 여타 타임 슬립 이야기들이 그런 것처럼, 에는 타임 슬립을 설명하는 상세한 설정이 없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저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가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갑니다.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소설 주인공은 흑인 노예가 됩니다. 소설 주인공은 이를 두려워하나, 자신의 능력을 막지 못합니다. 같은 로맨스 소설에서 타임 슬립 능력은 꽤나 설레고 두근거리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인터파크 인터넷 사이트에는 듀나님이 연재하는 장르 소설 서평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듀나님은 판타지 소설들과 추리 소설들과 SF 소설들을 주로 평가합니다. 9월 27일에 듀나님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를 평가했죠. 소설 는 하드 SF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달이 뽀개졌다고 상정하고 어떻게 인류가 지구 멸망 재난을 피할 수 있는지 그립니다. 우주로 대피하기 위해 인류는 방주 우주선을 만들고 방주 우주선에서 힘겹게 생활합니다. 대부분 내용은 방주 우주선 건설과 우주선 생활입니다. 소설 제목은 '세븐이브스'이나, 사실 세븐 이브스보다 방주 우주선은 훨씬 많은 비중, 아니, 대부분 비중을 차지합니다. 어쩌면 닐 스티븐슨은 제목을 잘못 지었을지 모르죠. 소설 제목이 세븐이브스인 이유는 일곱 여자들이 아이들을 낳..
※ 이 게시글에는 소설 의 치명적인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스팀펑크 판타지로서 소설 은 다양한 종족들을 보여줍니다. 가끔 이 소설은 스팀펑크보다 사이언스 판타지나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깝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수많은 외계인들을 중시하는 것처럼, 은 다양한 유사 인간 종족들을 중시하죠. 양서류 종족, 벌레 종족, 식물 종족, 조류 종족…. 사실 스팀펑크 장르는 19세기 유럽이 보여주는 과도기적인 측면을 부풀리거나 비틀거나 과장하는 장르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다양한 종족들은 스팀펑크 장르가 드러내는 특징이 아니었죠. 19세기 작가들이 쓴 고전적인 스팀펑크 소설들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없습니다. 에는 엘로이와 몰록이 나오나, 엘로이와 몰록은 다양한 유사 인간 종족들과 거리가 멀죠. 훨씬 현대적인 스팀펑..
[게임 의 비비안. 여자와 자연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이런 것이겠죠.] 흔히 사람들은 여자와 자연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이 생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수많은 생명들을 낳고 수많은 생명들을 먹입니다.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심지어 과학자들조차 풍성한 생물종들이 번성하고 먹이 그물망을 이룬다고 생각할 겁니다. 쓸쓸하고 죽어가는 황무지는 자연이 아닙니다. 그게 과학적으로 자연 환경에 속한다고 해도, 대중적인 인식 속에서 쓸쓸한 황무지는 자연이 아닙니다. 자연은 싱그러운 녹색 삼림이나 형형색색의 산호초입니다. 그것들이 풍성한 생명력, 인류 문명의 번성을 보장하는 생명력이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심해 열수공이 자연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심해 열수공은 아주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
애니메이션 는 공룡들을 이용한 대결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에서 몇몇 등장인물은 공룡 채집가이고, 그들은 공룡들을 이용해 대결을 벌입니다. 이런 대결은 흔한 소싸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응원하고, 두 공룡은 서로 죽어라 싸웁니다. 결국 이런 애니메이션의 주된 목표는 신나는 파괴 행위와 싸움박질이겠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가 이런 애니메이션을 시청한다면, 그건 다소 엉뚱할지 모르겠습니다. 에 나오는 공룡들이 정말 공룡들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그저 공룡처럼 생긴 전투 노예들에 불과할 뿐이죠. 에서 공룡들은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시청자들은 거기에 열광합니다. 공룡이 고통을 받고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열광합니다. 공룡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 공룡 팬이 열광해야 ..
어슐라 르 귄이 쓴 은 비경 탐험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 소설은 극지를 탐험했음에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은 탐험대를 이야기합니다. 재미있게도 이 탐험대는 여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게 재미있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탐험을 남성적인 행위라고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숭배하는 숱한 탐험가들은 남자들입니다. 항해 왕자 엔히크, 바스코 다 가마, 크리스토퍼 콜롬버스, 제임스 쿡, 알렉산더 훔봍트, 페르난디드 마젤란, 찰스 다윈, 알프레드 윌레스, 기타 등등.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비경 탐험 소설들 역시 남자들을 이야기합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비경 탐험 소설들을 보세요. 아서 코난 도일이 쓴 , 쥘 베른이 쓴 , 라이더 해거드가 쓴 같은 소설들은 남자 탐험대들을 이야기합니다. 여기..
킴 스탠리 로빈슨은 를 썼습니다. 이 단편 소설은 어떻게 화성에서 사람들이 야구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화성과 지구는 다르고, 따라서 야구 경기 역시 바뀝니다. 킴 로빈슨은 이런 야구 경기를 이용해 얼마나 화성이라는 외계 행성이 지구와 다른지 강조할 수 있어요. 낯선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SF 작가들은 이런 방법을 이용합니다. 소설 에서 배명훈은 인공 거주지에서 춤추는 무용수를 그립니다. 인공 거주지는 지구와 다르고, 당연히 무용수는 지구 무용수와 다른 기교들을 선보입니다. 그런 기교들은 꽤나 독특하고, 독자는 인공 거주지에서 낯선 감성을 느낄 수 있겠죠. 를 쓴 낸시 크레스는 SF 작가들이 발레를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운동 경기나 무용을 이용해 낯선 공간을 강조하는 방법은..
소설 에서 앤 레키는 오직 여성 대명사만을 사용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남성 대명사가 나오지 않아요. 심지어 사람들이 욕할 때조차, 젖가슴 운운할 뿐이고 좆(자지)을 들먹이지 않죠. 어쩌면 비단 젖가슴만이 아니라 씹(보지) 구멍 운운하는 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앤 레키가 여성 대명사를 사용한 이유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여자들이 약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여자가 약자이기 때문에 오직 여성 대명사만을 사용하는 사회는 이질적이겠죠. 독자들은 그런 사회가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테고, 작가는 그런 감성을 노렸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설정이 잘못이라고 따질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남자들 역시 숱한 고초들을 겪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폭행을 당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여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남자들 역시 많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