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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우주는 꽤나 넓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지적 존재들이 서로 만나지 못할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외계인을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외계인들 역시 다른 외계인들을 만나지 못하겠죠. 이 우주에 수많은 지적 종족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 어쩌면 저기 어딘가 머나먼 행성에서 어떤 지적 종족이 "외계인은 존재할까?"라고 자문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외계인을 그리는 것처럼 그들도 외계인과의 만남을 바랄지 모르죠. 그런 종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지 모르죠.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참 쓸쓸하고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반 예프레모프는 '위대한 원'이라는 설정을 고안했을 겁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는 생태 사회주의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이지만, 번역자 박홍규 교수는 '자연 환경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라는 관점을 고려했고 그래서 라고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사회주의 유토피아 소설들, 이나 와 달리 는 정말 자연 환경을 강조합니다. 은 공산주의 생산력과 자연 환경의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는 산업 군대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반면, 는 매연과 산업 폐기물을 부정하고 싱그럽고 울창한 숲을 찬양합니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우드 엘프의 원조는 존 로널드 톨킨이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일 겁니다. 소설 속의 사회주의자들은 마음 속 깊이 맑은 강물과 목가적인 초원과 울창한 숲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아쉽게도 모리스의 사상은..
거리. 종종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는 '거리'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우주는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우주가 넓다는 사실을 압니다. 누구나 우주가 넓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은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할 겁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그걸 자세히 실감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중에게 우주의 광대함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듭니다. 어떤 학자는 지구가 모래알이고, 우주는 백사장이라고 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이 커다란 배와 같다면 지구는 볼펜 끄트머리의 구슬보다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계와 제일 가깝다고 하는)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기까지 무지막지한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세티 프로그램을 맡은 이명현 박..
유토피아 설정은 비단 유토피아 소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같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하위 장르들 역시 유토피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주 탐사물, 스페이스 오페라, 밀리터리 SF 소설들도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리곤 합니다. 물론 이런 소설 속의 문명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최대한 이상적으로 그렸으나, 어떤 독자는 (심지어 소설 주인공이) 거기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 인류 혹은 인류의 후손이 텔레파시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가정하죠.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개인의 행동을 공동체와 연결시키죠. 게다가 공감 능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적 재산을 소유하지 않아요. 서로의 ..
SF 소설 속에는 종종 학자 종족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학자 종족이고, 순전히 학구적인 분야에만 종사합니다. 현대 인류 문명도 지식인을 귀중하게 대접하지만, 인류 전체가 학자는 아닙니다. 지식인은 상당한 엘리트이고 꽤나 소수죠. 하지만 SF 소설 속의 학자 종족들은 종족 구성원 전부가 학자입니다. 이들은 생산적인 일이나 기타 소비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 종족에게 농부나 어부, 목수, 광부, 은행원, 회계사 따위는 없을 겁니다. 가수나 배우, 운동 선수도 없을 겁니다. 농부와 어부 대신 식물학자나 해양학자가 있겠죠. 목수나 광부 대신 삼림학자나 지질학자가 있을 테고요. 은행원이나 회계사 대신 정치 경제학자나 경영학자가 있을 겁니다. 문화 학자들은 때때로 가수나 배우가 될 수 있겠..
종종 SF 소설들은 미래 인류나 외계 종족을 묘사합니다. 당연히 이들의 사회 구조는 현대 인류와 다릅니다. 현대 인류는 자본주의 체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종언' 같은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일부 보수 우파는 자본주의의 확대가 역사의 마무리라고 해석하죠. 하지만 (우파와 좌파를 떠나서) SF 작가들은 인류의 미래나 다른 지적 존재의 사회 구조를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롭게 상상합니다. 바로 기술이 진보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SF 소설 속에서 어쩌면 미래 인류는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모든 노동을 도맡을 수 있고, 따라서 인류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이 모든 것을 생산하고 생산량이 홍수처럼 넘친다면, 인간들은 노동 없이 ..
[게임 의 야생을 걷는 자들.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가 이런 왕권 사회일 수 있을까요.] 윌리엄 모리스의 는 자연 친화적인 사회주의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소설 속의 사회주의 공동체는 목조 건물들을 짓고,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중공업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철제 공장이나 철제 구조물을 짓지 않습니다. 하늘에는 매연이 없고, 강물에는 쓰레기가 없고, 녹색 삼림은 풍성하고 싱그럽습니다. 사람들은 수공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들 직접 땀 흘려 일합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사회주의 사상과 많이 다릅니다. 사회주의는 제조업 노동자와 중공업을 중시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한때 농업과 경공업을 육성하느냐 중공업을 서둘러 육성하느냐 다투곤 했습니다.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은 중공업을 육성한 이후 ..
기본 소득을 논의하는 책들은 기본 소득이 누군의 발상인지 논의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파와 좌파는 모두 기본 소득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우파와 좌파 모두 기본 소득에 찬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비난합니다. 우파는 기본 소득이 빨갱이들의 공상이라고 힐난합니다. 만약 정부가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면, 사람들이 전부 못 먹고 못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좌파 역시 기본 소득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사람들을 더 많은 소비로 몰아갈 테고, 더 많은 소비는 사람들을 거대 자본과 자유 시장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좌파는 이런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저항을 둔감하게 만들 거라고 걱정합니다. 또한 우파와 좌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할 때, 양쪽의 취지는 ..
[어쩌면 는 조화 친화도보다 이런 설정을 선택했어야 했는지 모릅니다.] 환경 보존 세력은 SF 소설의 주된 소재 중 하나입니다. 예전부터, 특히 1970년대부터 환경 아포칼립스 소설들이 자주 출판되었고, 이런 소설들은 자연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설파하곤 했습니다. 환경 아포칼립스 소설들은 대기업이나 정부가 자연 환경을 오염시킨 나머지 끝내 인류 전체가 괴멸을 당하는 과정을 그리곤 하죠. 때때로 작가들은 그저 환경 오염의 위험만을 경고하지 않고, 환경을 지키는 세력들을 소개합니다. 이런 환경 보존 세력의 유형은 여러 가지입니다. 폭력적인 무장 집단, 은밀한 비밀 조직, 신비한 종교 단체, 건전하게 보이는 시민 운동이 될 수 있죠. 가끔 이런 환경 보존 세력은 아예 나라를 뒤엎어 생태 유토피아를 이룹니다. ..
폴 메이슨의 는 자본주의 타파를 주장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사회주의자들처럼 프롤레타리아 독재나 중앙 집중적인 계획 경제를 무조건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메이슨은 정보와 지식 경제가 작금의 자유 시장을 무너뜨릴 거라고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일련의 네트워크 활동은 자유 시장의 원리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흔히 자유 시장은 인간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때만 혁신을 달성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자 네트워크에는 그런 설명에 반박하는 사례들이 많고 많습니다. 가령, 비디오 게임의 모드는 어떨까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모드를 만듭니다. 모드 프로그래머들은 게임의 기본적인 사항을 변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거대한 확장팩까지 만듭니다. 심지어 게임 자체를 통째로 뜯어 고칩니다. 물론 모드 프로그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