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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무슨 권리로 한 개인이 자기 몫을 주장합니까?""인간성이죠. 자기 몫을 주장할 권리는 그 사람이 인간이라는 데 있습니다.""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몫을 가져간다는 뜻입니까?""물론이죠." 위 대화는 소설 에 등장합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아고라 출판사는 책 띠지에 저 대화를 실었고요. 왜 출판사는 수많은 대화들 중 저걸 골랐을까요. 왜 저걸 띠지에 실었을까요. 아마 저 대화가 소설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 대표성이 있는 대화이기 때문이겠죠. 는 사회주의 국가를 묘사하는 소설이고, 소설 주인공은 시간을 거슬러 미래 사회주의 국가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시간 여행자가 제일 먼저 제기한 물음은 임금 방식이었습니다. 시간 여행자는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습니..
소설 은 무인도 생존 이야기입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무인도에 난파했고,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처음에 그들은 간신히 먹거리들을 얻고, 초라한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하지만 점차 도구들과 무기들과 주거지를 발전시키고, 초라한 보금자리는 작은 마을로 성장합니다. 비록 몇몇 사람이 사는 마을일 뿐이나, 생존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작은 문명을 일구었습니다. 이렇게 문명을 일구는 소설들은 많습니다. 는 제일 대표적인 작품이겠죠. 하지만 은 그저 무인도에서 작은 마을을 만드는 상황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이성과 과학, 논리, 진보를 향하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전망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이고, 생존자들은..
소설 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사회 구조'를 주목합니다.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은 인류와 토오란 외계인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 달랐고, 그건 수많은 참사들과 학살들을 가로지르는 열쇠가 됩니다. 비단 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대규모 전쟁이나 환경 오염과 연결하는 SF 소설들이 더러 있어요. 이런 소설들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합니다. 솔직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뭐 별로 대단한 비밀이 아닙니다. 상식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겠죠. 하지만 사회라는 개념 자체는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개념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나, 사회라..
소설 에서 개척 과학자들은 화성에 새로운 주거지를 만듭니다. 그들은 그저 생존만 추구하지 않고, 외계 행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일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략 100명의 과학자들이 척박하고 위험한 외계 행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어떻게 행성을 개척할지 수없이 논의합니다. 어떤 과학자는 빨리 온실 가스를 퍼뜨리기 원하고, 어떤 과학자는 치명적인 핵 발전을 포기하자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풍력 발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화성을 좀 더 오래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은 외계 행성 개척과 새로운 문명과 자연 환경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 같습니다. 이런 사례를 그저 하드 SF 소설 속에서만 찾을 이유는 없겠죠. 비디오 게임 역시 이런 논의들을..
소설 은 화성에서 거주지를 건설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은 각자 전공 분야가 다르고, 맡은 업무가 달라요. 그에 따라 사상이나 성향이나 철학 역시 다르죠. 과학자들 중에서 제일 폐쇄적인 인물은 아마 앤 클레이본이라는 지질학자일 겁니다. 앤은 다른 과학자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않고, 마음을 터놓지 않고, 독단적으로 업무를 결정하고, 심지어 크게 말다툼까지 벌입니다. 다른 과학자들도 독선적이거나 자신만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나, 앤만큼 두드러지는 과학자는 없는 듯합니다. 사회주의 공동체를 주장하는 아르카디나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프랭크 역시 앤만큼 독보적이지 않을 겁니다. 앤이 다른 과학자들과 어울리지 않고 마음을 닫고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그만큼 앤이 자연 환경에 신경을 쓰기 때문일 겁..
"나는 부분적으로 오도니안입니다. 노동 조합주의자이고, 자유주의자이기도 하죠. 우리는 주체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 노동 조합과 함께 일하지만, 중앙 집권에는 반대해요." "너 같은 자유주의자들이란 마음이 물렁해서 실제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지. 자유주의는 현실에서 잘 작동하는 중이지. 자유주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가혹한 노동을 한 후에야 겨우 미약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지. 나디아, 지구는 완벽한 자유주의 세상이야. 그곳의 절반은 지금도 굶주리는 곳이야. 그렇게 자유로운 곳이지." 위의 두 대사는 소설 과 에서 나왔습니다. 전자는 이고, 후자는 입니다. 에서 주인공은 어느 노동 조합주의자와 만나고, 그 사람은 자신을 조합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에서 다양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카를 마르스크가 옳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기술 혁신은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하고, 자본주의를 촉진한다. 언젠가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인류는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따라서 분배는 넘칠 것이다. 그때 당연히 인류는 사회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 아마 비단 이 사람만 그런 논리를 펼치지 않을 겁니다. 예전부터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은 이런 기술적 유토피아를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정보 통신 기술은 이런 기술적 유토피아를 부채질할 수 있어요. 정보 통신 기술은 무형 제품이기 때문에 무한한 공유가 가능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공유가 사회주의로 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정보 통신 혁명과 기..
소설 의 특징 중 하나는 다채로운 인종들입니다. 소설 속에서 인류는 전세계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했고,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작가는 평등한 구조를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을 집어넣었을 겁니다. (당연히 인종적인 평등과 함께 성적 평등도 추구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반 예프레모프는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시각을 소설 속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합니다. 여전히 러시아 남자들이 많아 보이고, 그런 남자들은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인물입니다. 반면,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들은 그런 전형성에서 벗어났어요. 아프리카인이나 인도인이라는 특성을 굉장히 강조하죠. 아무리 작가가 좌파적이고 평등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써도 결국 시대적인 한계나 태생적..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이런 친환경(?) 마을을 좋아할까요? 이게 정말 친환경 도시일까요?] 예전에 저는 에 나오는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실반 엘프처럼 보인다고 농담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겉모습이나 건축, 일상 등이 실반 엘프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사 판타지와 검마 판타지에 등장하는 여러 우드 엘프들이나 실반 엘프들이 윌리엄 모리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쩌면 윌리엄 모리스는 우드 엘프들과 실반 엘프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지 모르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 존 로널드 톨킨이 만든 난도르는 더 많은 영향을 끼쳤겠죠. (톨킨 역시 윌리엄 모리스가 쓴 환상 로망스를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실반 엘프들과..
"사유 재산은 시각적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신주는 사유 재산이 등장하기 위해 상품이 시각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각적이지 않은 사물은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시장에서 뭔가를 팔고 싶다면, 그걸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강신주 박사는 공기나 향기를 사례로 들더군요. 아무도 공기를 팔지 못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공기를 팔고 싶다면, 그 사람은 공기를 통에 포장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공기를 통에 포장하는 순간, 공기는 깡통이라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이 됩니다. 들꽃의 향기 역시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그 꽃의 향기를 추출하고 그걸 향수병에 담아야 합니다. 향기가 향수병에 담긴다면, 이 향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