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유토피아 (55)
SF 생태주의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조건이 해결된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살면서 가장 두려운 두 가지가 권태와 허무인 듯해요. (중간 생략) 저는 권태와 허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 운동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문구는 비평 서적 에서 나옵니다. 은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가 일곱 소설들을 비평하는 서적입니다. 이 책에서 부터 까지,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는 여러 소설들을 평가하고 비판하고 이것저것 분석합니다. 일곱 소설들 중에는 밀란 쿤데라가 쓴 이 있어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와, 이건 정말 멋진 제목입니다. 누구나 이런 제목에 강렬한 인상을 느끼고 쉽게 잊지 못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지고 인상적인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요. 밀란 쿤데라 본..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성공하면 왜 운이 좋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발달 법칙의 불변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건축이 한없이 위로 솟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의 현명함이란 현재 순간에 너무 높은 수준이 무엇인지 때맞춰 인정하고 멈추어 서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경로를 변경하는 겁니다." 위 대사는 소설 에 나왔습니다. 그건 어떤 지도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논의하는 장면이었죠. 그 지도자는 자신이 인류를 훨씬 진보적인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도자는 그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판단은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도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도자는 너무 높은 수준을 파악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사를 읽었을 때, 어..
소설 에는 이른바 '위대한 원'이라는 외계 모임이 나옵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외계 문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외계 문명들은 너무 멀리 떨어졌어요. 지구 역시 다른 외계 문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그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요. 지구인들은 그저 장거리 영상 통화를 보내고, 상당히 오랜 시간 이후, 외계인들은 그걸 받아볼 수 있죠. 이런 일방향 장거리 영상 통화는 외계 문명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드문 방법입니다. 지구인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그래서 직접 외계 문명을 만나기 위해, 지적 도약을 위해, 장거리 항해 우주선을 건조합니다. 하지만 그건 소설 후반부이고, 장거리 항해 우주선을 만들기 전까지 지구인들은 꾸준히 일방향 장거리 영상 통화를 보내..
소설 에는 화석 발굴 장면이 잠시 등장합니다. 고생물 연구원들이 화석을 발굴하는 동안, 다르 베테르라는 주연 등장인물은 장대한 진화와 인류 역사를 떠올립니다. 지구에서 생명은 오랜 역사를 흘렀습니다. 대략 30억 년 동안 원시 생명체들은 지구 환경을 크게 바꿨습니다. 5억 년 전에 본격적으로 복잡한 동물들과 식물들과 균류들이 탄생했고, 다시 몇 억 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인류가 등장했으나, 인류는 무엇이 이성적인 방법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죠. 하지만 여러 혼란들을 거치는 동안, 인류는 국가와 민족과 재산과 성별을 넘어서야 한다고 깨달았고,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이룩했습니다. 다르 베테르는 미개한 고대 야수와 진보된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비교하고, 공산주의에게 손을 들어줍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꽤나 선형적..
제이 레이크가 쓴 소설 는 무정부주의 집단이 세운 생태 도시를 보여줍니다. 캐스케디오폴리스라고 불리는 이 생태 도시는 도시치고 뭔가 좀 어색합니다. 흔히 우리는 인공적인 건물들이 가득한 주거지를 도시라고 부릅니다. 도시는 높은 산맥이나 울창한 삼림이나 험한 바위 지대를 포함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도시 밖으로 밀려나죠. 도시는 자연 경관을 크게 바꾸고, 산맥과 숲과 바위 지대 대신 마천루들을 집어넣습니다. 반면, 캐스케디오폴리스는 산맥 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캐스케디오폴리스 시민들은 나무들을 베지 않고, 바위들을 밀어내지 않고, 산을 부수지 않아요. 그들은 그저 곳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자원들을 채취할 뿐입니다. 설사 그들이 나무를 베거나 바위를 부순다고 해도, 그들은 자연 경관을 크게 바꾸지 않아..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게임들은 외계 자연과 새로운 문명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소설 과 비디오 게임 가 비슷한 종류일까요. 누군가는 이게 무슨 괴악한 물음인지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같은 고전적인 소설과 같은 비디오 게임을 비교할 수 있는지 반문할지 몰라요. 하지만 과 는 꽤나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고 문명을 이룩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에서 기구가 추락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무인도에 도착합니다. 에서 우주선이 추락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외계 행성에 도착합니다. 기구와 우주선, 무인도와 외계 행성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서로 그저 겉모습이 다를 뿐이고, 근본적으로 과 는 똑같이 새로운 문명을 그리죠. 외계 행성을 개척하기 때문에 는 훨씬 ..
소설 는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받는 세상을 그립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기본 소득은 21세기 좌파들이 생각하는 기본 소득과 많이 다릅니다. 가 상정하는 노동이 21세기 좌파들이 상정하는 노동과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이 제시하는 노동 조건은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엄청나게 부여하고, 사람들은 수많은 기회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할 때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얼마든지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작업들을 체험할 수 있고, 온갖 경험들을 쌓을 수 있어요. 게다가 노동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 소득은 인간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접시를 닦..
소설 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뭘까요. 저는 주인공 쉐백이 술에 취하고 쓰러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 쉐백이 가장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은 이른바 필름이 끊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쉐백은 수많은 감성들을 느끼나, 필름이 끊어졌을 때, 쉐백은 아예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후 소설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당신들에게는 벽이 있어!"라는 대사 역시 핵심적이라고 생각해요. 필름이 끊어지기 전에 쉐백은 어떤 여자와 만납니다. 사실 그 여자와 만나지 않았다면, 쉐백은 술에 취하지 않고 필름이 끊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여자였죠. 쉐백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남자였..
유쾌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엄중한 하드 SF 소설까지, 수많은 SF 소설들은 다양한 종족들을 이야기합니다. 외계인들, 다른 차원의 지적 존재들, 기계 지성들, 개조 생명체들, 기타 여러 종족들은 SF 소설들을 수놓습니다. 인간들은 그런 존재들과 교류하고, 그들은 인간들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들에게서 장점을 찾거나 단점을 찾죠. SF 소설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이야기하고, 그래서 비주류적인 사고 방식을 강조할 수 있어요. 게다가 전혀 다른 사회 구조를 이룬 인간들 역시 외계인처럼 보일지 몰라요. 똑같이 인간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사회 구조에서 산다면, 서로 이질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죠. 13세기 사람들은 21세기 사람들이 외계인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21세기 사람은 (인류가 32세..
[게임 에서 에코 진영의 생태 도시. 하지만 사상 없이 이런 도시가 나타날까요.] 소설 와 게임 은 모두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환경 보호를 중시한다고 해도 양쪽은 서로 크게 다릅니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설 속에서 인민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켰고, 그 덕분에 그들은 목가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는 기술적인 부분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자동 동력선처럼 뭔가 미래적인 기술을 구경할 수 있으나, 자동 동력선은 아주 잠시 등장하는 소품에 지나지 않아요. 소설 주인공 역시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 계속 사회 구조적인 이야기를 듣죠. 반면, 게임 은 사회적인 구조를 간과합니다. 은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