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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혹독한 사회 생존 게임. 하지만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은 평등하게 논의하지 않아요.] "타인은 지옥이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입니다. 그리고 소설 에 나오는 대사죠. 에서 저 말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온갖 사회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에서 다양한 과학자들은 화성으로 날아가고, 새로운 개척 문명을 건설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문명을 원했고, 그래서 각종 말싸움들을 벌입니다. 누군가는 빨리 지구화를 시작하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화성을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지구 정부에게 계속 충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화성이 독립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지도자를 세우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서로 평등하게 지내자고..
마이클 무어콕은 유명한 SF 작가입니다. 음, 정말 그런가요? 마이클 무어콕이 정말 유명한 SF 작가인가요? 같은 소설이 SF 소설일까요. 는 시간 여행 소설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고, 당연히 이 소설은 SF 소설입니다. 하지만 는 양자역학이나 평행 세계나 뒤틀리는 시간선이나 과학 기술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종교 소설에 가까워 보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고, 예수를 만나고, 예수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는 예수를 새롭게 해석하고, 어쩌면 기독교 신도들은 이 소설이 꽤나 골 때린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시간 여행은 예수를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결국 그런 시간 여행이 희한한 마무리를 이끌어내나, 이 소설에서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을 찾기는 어렵겠죠. 양..
"왜 인간들이 정신적이고 자각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증거는 없습니다. 인간들은 절대 스스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너무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종의 구성원들은 단지 들은 것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인간 특질은 자각이 아니라 신봉이며, 그 특징적인 결과는 종교적 전쟁입니다. 독특하게도 인간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위해 싸웁니다. 나는 우리가 어떤 자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고집스럽고 자기 파괴적인 신봉자들입니다. 우리 종에 관한 다른 관점은 단지 자족적인 미혹일 뿐입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는 아이언 말콤이 강연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아이언 말콤은 세계적인 석학들 앞에서 멸종과 동물들의 행동 원리라는 주제로 강연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어떤 청중..
전쟁이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마 누군가는 그게 공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네, 그래서 SF 작가들은 정말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묘사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공상 과학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나, 어쨌든 SF 작가들은 전쟁이 없는 설정을 구상했어요. 방법들은 다양합니다. 어떤 작가는 인류 문명을 다시 시작합니다. 대재앙이 인류 문명을 덮치고, 찬란한 첨단 문명은 멸망합니다. 사람들은 과학 기술들을 잃고 고대나 중세 수준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진짜 고대나 중세와 달리, 이 '새로운 중세'에는 노예나 하인이 없습니다. 귀족이나 왕족 역시 없습니다. 새로운 중세 사람들은 첨단 문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지배 계급이 없는 문명을 이룩합니다. 지배 계급이 없기 때문에 소소한 갈등들은 벌어질지 모르나..
'인간은 이기적이다.' 우리는 이런 말을 아주 쉽게 듣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단정합니다. 전문적인 학자부터 평범한 옆집 아저씨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믿음을 너무 쉽게 유지합니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좋은 세상을 이룩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다른 약자를 착취하고 수탈하고 차별하고 학살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왜?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하곤 하고, 그런 착취와 수탈과 차별과 학살은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옳은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기후 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의 이동을 촉진한다." 의 어느 논문이 이렇게 주장하더군요. 기후 변화는 전세계적인 재난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재난이 모두에게 골고루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지만, 오히려 누군가는 혜택을 입겠죠. 저 논문에서 학자들은 미국을 사례로 이용했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미국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적 기회는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들 지역은 빈곤하고 게다가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제 구조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경제적 기회는 북부에 몰립니다. 북부는 부유하고 게다가 기온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기온 변화 때문에 가난한 지역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지역은 더욱 부유해집니..
낸시 크레스의 소설 은 불면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의 주연들은 잠을 자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때, 불면자들은 연구하거나 공부하거나 작업하거나 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면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누릴 수 있죠. 당연히 이들은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보통 사람들은 불면자들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반목은 으레 차별과 폭력과 갈라서기로 이어지죠. 과거 올라프 스태플던이 에서 말한 것처럼 불면자들은 자신만들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러던 중 어떤 불면자는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고, 코뮨에서의 삶이 참 좋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도시와 마을은 (불면자를 포함해) 서로를 차별하지만, 코뮨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코뮨이 어떤 형태인지 소설 속..
초기 사회주의 SF 소설들, 가령, , , 등은 전부 사회적 소유와 생산 토론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사회주의의 진짜 골자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주의가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공유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는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서로 토의해야 합니다. 생산 수단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토의는 당연히 원탁 토의여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평등하게 토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런 사회적 공유나 생산 토론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재나 비밀 경찰 등이 사회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기득권이 아주..
기후학자와 생태학자, 환경 사회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 역사상 제일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런 경고는 과장일 수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기후 변화의 피해가 언제 닥치고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이 경고하는 중이고, 만약 학자들이 옳다면, 전세계는 지금 당장 거기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온실 가스를 줄이고, 생산량을 줄이고, 해안선에 방파제를 쌓고, 생물 다양성을 살피고, 빈민들을 지원하고…. 전세계는 이런 작업에 매달려야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전혀 실행되지 않습니다. 세계 정상들은 고작 기후 협약을 맺었고,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 정의를 요구하지만 북반구 강대국들은 귓등으로 그걸 흘립니다. 무엇보다 사람들도 기후 변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