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상, 분류, 규정 (338)
SF 생태주의
소설 은 시간 여행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과거로 떠나고, 과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소설 주인공은 다양한 과거 사람들과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은 다른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과 비슷합니다. 숱한 시간 여행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 주인공은 다른 시대로 떠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히고 대화하고 울고 웃고 떠듭니다. 하지만 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은 그들을 그저 지나간 과거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라고 간주합니다. 에 지나간 과거 역사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순간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이고,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사람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그저 죽은 것이라고 여기나, 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고, 우리..
[이른바 3부작은 인간과 말과 늑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말과 달리, 늑대는 야생이죠.] 코맥 매카시가 쓴 소설 은 미국 서부 소설입니다. 이건 카우보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부 소설이죠.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 존 그래디 콜은 카우보이가 아니라 호스보이라고 불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존 그래디 콜이 말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소설 제목이 '모두 예쁜 말들'인 까닭은 존 그래디가 말들에 죽고 못 사는 성격이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 첫머리에서 존 그래디는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립니다. 존은 말에게서 육중하고 옹골차게 움직이는 근육들과 뜨겁고 벌떡거리는 심장을 느낍니다. 코맥 매카시는 존이 말을 사랑하는 이유가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작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저는 잘 모르..
소설 모음집 는 8편의 장르 단편 소설들을 담았습니다. 2편은 공포 소설이고, 6편은 SF 소설들입니다. 구성에서 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건 SF 소설들에 힘을 주는 모음집이군요. 책을 읽는다면, 독자들 역시 SF 소설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제일 처음에 실린 단편 역시 SF 소설이고요. SF 소설들을 추구하는 모음집으로서 이 책은 전건우 작가가 쓰는 머릿말로 시작합니다. 머릿말에서 전건우는 인공 지능이 소설을 쓰는 시대가 왔으나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쓰는 소설에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계속 소설을 써야 할지 모릅니다. 수많은 인문학자들이나 소설가들은 인공 지능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죠. 수많은 사람들은 그게 인간의 ..
[거대 괴수 병기를 조종하기 위해 인격 전송은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여기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한때 애니메이션 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전히 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일본 로맨스 애니메이션의 어떤 흐름을 상징하죠. 이 애니메이션에는 어떤 소녀와 소년이 나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영혼을 바꾸죠. 소녀의 영혼은 소년의 몸으로 들어가고, 소년의 영혼은 소녀의 몸으로 들어가고요. 영혼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영혼이나 인격을 바꾸는 설정은 창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우리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아무도 그걸 부정하지 않죠.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부대낍니다. 당연히 우리는 다..
작가라는 단어는 온갖 무게들과 꼬리표들과 압박들을 짊어졌습니다. 흔히 우리는 작가가 굶주리는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흔히 우리는 작가들이 슬럼프를 겪는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고뇌하는 예술가이고, 자신의 세상을 펼쳐보이고, 유일무이한 뭔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꽤나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은 오직 빅토르 위고만이 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프랑스 6월 공화주의 혁명을 소설로 쓸 수 있겠으나, 그건 이 되지 못하죠.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작가는 혼자 유일무이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화가, 조각가, 작곡가, 영화 감독 같은 예술가들 역시 작가와 비슷한 위상을 점유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라는 영역은 오직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죠. 어떤 예술은 텍스트 작품보다 훨씬 파..
[게임 를 이용한 심해 산호초 분위기 동영상. 심해 생태계는 정말 신비롭습니다.] YouTube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는 '비디오 게임 분위기 영상들'이 있습니다. 흠, 비디오 게임 분위기 영상? 이게 뭐를 뜻할까요? 이는 이나 같은 비디오 게임을 이용해 장대한 환경과 웅장한 음악과 적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동영상입니다. 시청자는 제레미 소울이 지은 비장미 넘치는 음악과 함께 북부 스카이림의 화려한 오로라와 드높은 설산들과 거대한 드래곤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는 눈발이 휘날리는 던 모로와 복잡하고 광활한 아이언포지와 서정적인 배경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YouTube에는 이런 동영상들이 많아요. (저는 와 같은 영상들을 좋아합니다.) 동영상 시청자들은 이런 동영상들이 일종의 치유 장..
[하드 SF의 장점은 외계인이 아니라 복잡한 공학을 찬미하는 가능성입니다. (이미지 출처)] 소설 를 비평하는 어떤 글에서 듀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세기의 정통 하드 SF 대부분은 곧 구닥다리가 될 것이다. 윌리엄 깁슨이 얼마 전 트위터에서 지적했듯, 우리의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예언한 건 하드 SF 작가들이 아니라 J.G. 발라드와 같은, 다른 비전을 가진 작가들이었다." 이 비평은 꽤나 모순적인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하드 SF 소설들이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뉴웨이브 소설이나 소프트 SF 소설은 헐렁하고 과학적으로 엄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드 SF 소설들이 가장 핵심적인 SF 장르라고 여기죠. 하지만 복잡하고 엄중하기 때문에 하드 SF 소설은 특정 시대..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스스로 번성하는 질서'는 생태계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죠.] 나 , 같은 비디오 게임들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장르에 속합니다. 이런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징이 뭘까요? 여러 특징들이 있겠으나, 저는 '스스로 번성하는 질서'가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에서 제가 몇몇 풀과 나무를 심고, 꿀벌들을 배치하고, 버섯들을 흩뿌린다면, 그것들은 스스로 번성하고 생태계를 조성할 겁니다. 제가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도, 풀들과 나무들은 꽃들을 틔울 테고 열매들을 맺을 겁니다. 꿀벌들은 꽃가루들을 나를 테고, 버섯들은 부산물들을 처리할 겁니다. 그렇게 생명체들은 상호작용하고, 생태 구역을 가득 채울 겁니다. 저는 로 몇몇 실험 결과를 확인했고, 게임 플레이어가 간섭하지 ..
소설 는 화성에서 생존하는 이야기이기고, 동시에 화성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두 가지는 서로 다르지 않거나 동전의 양면일지 모릅니다. 만약 인류가 외계 행성을 개척하고 싶다면, 그 전에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살아남는 동안, 인류는 외계 행성을 개척할 수 있겠죠. 비단 SF 소설만 아니라 같은 소설처럼, 살아남기 위해 생존자는 얼마든지 개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살아남기 원했으나, 결국 작은 개척지를 이루었죠. 역시 마찬가지고요. 아이들은 생존자가 되어야 했으나, 생존하는 동안 다들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은 꽤나 부정적인 사례이나, 생존자들이 개척자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아주 부정적이고 야만적인 개척자가 되었죠. (하지만 이미 미국 같은..
[거대 괴수 다양성(?)을 상상하는 만화 의 한 장면입니다.] 이나 연대기, 나 , 나 , 나 , 나 , 기타 등등. 이런 SF 소설들, 영화들, 비디오 게임들은 인공 생태계나 행성 공학이나 생체 개조 설정을 보여줍니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이런 설정이 생태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개 개조 동물부터 생체 비행선, 우주 정거장의 수경 농장, 거대 괴수, 지구화되는 외계 행성까지, SF 창작물들 속에서 인류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생태계들을 이용하고 연구하고 조작합니다. 저는 이런 생태적인 상상력이 다른 흔한 설정들보다 훨씬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제가 가리키는 흔한 설정들은 인공 지능이나 로봇이나 강화복이나 우주선 같은 기계 공학을 뜻합니다. 사실 이런 흔한 설정들, 인공 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