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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탈핵 시위 참가자들은 여러 종이 팻말들을 들었다. 모두 핵 폐기물에 반대하는 문구이다. 시위대 속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
19세기 유럽 문명은 근대적인 진보를 만들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진보는 19세기 유럽에서 비롯했죠. 왜냐하면 19세기 유럽이 산업 자본주의를 만들었고, 산업 자본주의가 엄청난 식량들과 재화들과 인구들을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유럽에서 산업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바꿨고, 유럽 사람들은 세상이 급격하게 바뀐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산량은 늘어나고, 자유와 평등은 넓어집니다. 게다가 진화 이론을 비롯해 과학 이론들은 종교와 미신을 밀어냅니다. 19세기 유럽 사람들은 인간이 (마법이 아니라) 과학을 이용해 해저로 내려가거나 우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9세기 유럽 사람들은 까마득한 선사 시대와 공룡들을 뒤돌아볼 수 있었고, 세계화된 지구를 고려할 수 있었고, 외계 문명을 내다볼 수 있었..
소설에는 화자,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이건 소설이 드러내는 가장 커다란 특징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소설에는 화자가 있고, 화자는 서사를 전개합니다. 소설을 읽기 위해 독자는 화자와 만나야 합니다. 사실 화자 없이 독자는 소설을 읽지 못합니다. 화자가 서사를 전개할 때, 독자는 그걸 읽을 수 있습니다. 독자가 화자를 피하기 원한다고 해도, 그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건 완전히 불가능할 겁니다. 언제나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할 겁니다. 소설 작가는 여러 시점들을 제시합니다.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전지적인 시점. 하지만 작가가 무슨 시점을 선택하든, 결국 화자의 시각에서 독자는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 쓴 소설 에서 독자는 쉐벡의 관점을 따라가야 합니..
[왜 신성한 동굴 속에서 화가는 표범을 그렸을까요? 표범이 화가에게 무슨 영향을 미쳤을까요?] 쇼베 동굴 벽화는 프랑스 아르데슈 쇼베 동굴에 있는 벽화들을 가리킵니다. 동굴 벽에는 수많은 야생 동물 그림들이 있고, 이것들은 가장 오래된 예술들 중에서 하나입니다. 유네스코는 대략 3만 6천 년 전에 고대인들이 벽화들을 그렸다고 추정합니다. 쇼베 동굴 벽화는 미술 역사를 뒤집었고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예술을 시작했음을 증명했죠. 게다가 그림체가 꽤나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쇼베 동굴 벽화가 조작이라고 의심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원시적인 고대인들이 이렇게 뛰어난 그림들을 그리지 못할 거라고 주장하죠. 벽화들을 그린 고대인들은 생동감이 넘치는 움직임과 원근법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몇몇 그..
로봇 공학(robotics)은 일상적인 용어입니다. 로봇 공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로봇 공학이 어색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누군가가 로봇 공학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자동화 기계나 실험적인 인간형 로봇을 머릿속에 떠올리겠죠. 다들 이게 자연 과학 용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로봇 공학은 자연 과학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로봇 공학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었죠. 이건 SF 용어였습니다. 이건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재미있게도 아이작 아시모프 역시 자신이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로봇 공학을 언급했을 때,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 공학이라는 용어가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모프가 로봇 공학을 언급할 때까지, 아무도 로봇 공학이라는 용어..
[대학교 주변의 먹자 골목. 기말 고사가 끝나고 아직 방학이 시작하지 않은 12월 중반. 크리스마스가 멀었음에도, 수많은 상가들은 이미 캐롤송들을 틀고,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걸고, 연말 이벤트들을 진행하는 중이다. 반면, 먹자 골목의 어떤 탁주 술집은 그런 분위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술집 안에서 여러 학생들은 이런저런 탁주들을 마시는 중이다. 약간 구석진 탁자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남학생 역시 동동주를 마시는 중이다. 동동주를 마시는 동안 두 사람은 작은 태블릿 PC 화면을 들여다본다.] 남학생: (태블릿 PC 화면에서 시선을 뗀다) 자, 봤지? 는 이런 게임이야. 게임 플레이어는 소녀를 조종하고, 물에 잠긴 폐허를 돌아다니고, 각종 물품들을 찾아야 해. 사실 게임 플레이는 까다롭지 않아. 너는 비디오..
[게임 의 한 장면. 비현실적인 폭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쉽게 이어집니다.] 소설 에서 노틸러스는 만능 잠수함입니다. 네모 선장은 자신이 노틸러스를 몰고 어디에나 갈 수 있다고 장담하죠. 네모 선장이 자랑스럽게 장담한 것처럼, 노틸러스는 남극으로 향했고, 네모 선장은 남극점에 자신의 깃발을 꼽았습니다. 문제는 귀환이었습니다. 노틸러스는 얼음들에 갇혔고,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만능 잠수함은 함부로 빙판을 뚫고 나오지 못했어요. 그 덕분에 잠수함 승무원들은 전멸할지 몰랐고, 이 사태는 노틸러스의 최대 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이보다 더 극적인 위기 상황은 없을 것 같습니다. 노틸러스가 다른 군함과 싸우거나 커다란 오징어들과 싸웠다고 해도, 남극 상황보다 그것들은 위험하지 않았을 것 ..
소설 는 환경 아포칼립스입니다. 자연 환경은 처참하게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숱한 고통들에 시달립니다. 무분별한 산업 개발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고 자연 환경과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아요. SF 세상에서 이런 환경 아포칼립스들은 드물지 않을 겁니다. 수많은 SF 독자들은 소설 가 걸작이라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걸작 반열에 올라서지 못한다고 해도, 다양한 SF 소설들, 만화들, 영화들, 게임들은 환경 아포칼립스를 이야기하죠. 이런 환경 아포칼립스에서 과학자들이나 환경 운동가들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느라 애씁니다. 문제는 과학자들이나 환경 운동가들에게 힘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힘을 가진 세력들, 권력자들은 영리 기업들입니다. 영리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휘두를 수 있고, 엄청..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사이버펑크 도시는 인류 문명의 전부가 아닙니다.] ※ [영화관 옆 책방] 1회 블레이드 러너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링크: https://youtu.be/Pe8cCub3gQE 유튜브 채널 은 소설과 영화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진행자는 김겨울님과 거의없다님입니다.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버로서 두 진행자는 영화와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비교하고 대조하고 설명합니다. 가령, 소설 는 영화 의 원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은 와 에게 무슨 차이점들과 공통점들과 특징들이 있는지 살필 수 있겠죠. 은 그런 내용들을 다룹니다. 를 이야기할 때, 겨울님과 거의없다님이 중요하게 언급한 것들 중에서 하나는 인간의 본질입니다. 두 진행자는 이 소설이 인간의 본질을 깊게 고찰한다고 ..
[모스라는 거대 나방 형태입니다. 왜 모스라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나방 형태가 되어야 할까요?] 커다란 나방이나 신기한 나방을 봤을 때 종종 거대 괴수 팬들은 그게 모스라라고 농담합니다. 모스라가 거대 나방 괴수이기 때문에 거대 괴수 팬들은 신기한 나방이 모스라라고 농담하죠. 이건 그저 썰렁한 농담에 불과하나, 이런 농담에는 아주 중요한 골자가 있을지 모릅니다. 왜 모스라가 나방, 동물일까요. 왜 모스라가 동물 형태일까요. 왜 모스라가 돌덩이나 액체나 기계가 아니라 동물 형태일까요. 모스라와 동물 형태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을까요? 영화 제작진이 모스라를 나방 형태, 동물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모스라가 거대 나방이 아니라 아주 거대한 바위 거인이나 물의 정령이나 기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