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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인터넷 만화 은 던전 탐험 이야기입니다. 길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인간 전사, 다소 딱딱하나 우직하고 충실한 드워프 성직자, 재빠르고 사랑스러운 인간 도적, 영민하지 않으나 수려하고 따스한 인간 음유시인, 화려하고 지적인 엘프 마법사, 사악하고 호전적인 하플링 레인저는 함께 모험가 일행을 꾸리고, 던전을 탐험합니다. 하지만 이 모험가 일행이 주구장창 던전만 떠돌아다닌다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에 은 던전 탐험 이야기로 시작했으나, 얼마 후 던전을 벗어나고 대도시와 삼림과 바다와 사막으로 무대를 넓힙니다. 이 만화가 던전 탐험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를 밑바탕에 깔았기 때문일 겁니다. 는 기본적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검마 판타지 게임이고, 그래서 역시 던전 탐험으로 첫문을 열었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를 ..
추악하고 부패한 대도시와 형사는 잘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형사가 아니라 탐정을 집어넣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형사처럼 탐정은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수많은 탐정들은 형사들과 어울리거나 전직 형사 출신입니다. 그래서 19세기의 대도시 런던은 셜록 홈즈를 낳았고, 20세기의 어두운 미국 뒷골목은 필립 말로나 샘 스페이드를 낳았을 겁니다. 이런 탐정 소설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어요. SF 소설들 역시 이런 형식을 빌립니다. 이나 은 어떻게 SF 소설이 디스토피아 대도시와 탐정을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죠. 어쩌면 역시 이런 형식에 속할지 모르겠군요. 저는 만약 소설 이 탐정을 내세웠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곤 합니다. 은 스팀펑크 디스토피아입니다. 차이나 미에빌은 추악하고 부패한 도시 뉴크로부존을 전면에 ..
[게임 의 컨셉 아트. 이런 스팀펑크는 냉전 분위기를 쉽게 풍기지 못하겠죠.] 만약 필립 딕이 스팀펑크 소설을 썼다면? 가령, 이나 이나 가 스팀펑크라면? 솔직히 저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별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립 딕이 저런 소설들을 가상의 19세기에 집어넣는다고 해도 저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로봇들입니다. 살상 로봇들은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살해합니다. 사람들은 참호 속에 숨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죠. 달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 같으나, 지구에는 이미 희망이 없는 듯합니다. 심지어 살상 로봇들은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에 이런 로봇은 인간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로봇을 부수고 부품들을 확인하기 전까지..
[게임 의 컨셉 아트. 이런 장면을 바라볼 때, SF 독자들이 무엇을 느낄까요.] 사이언스 판타지를 미래와 과거로 나눈다면, 스페이스 오페라와 스팀펑크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이언스 판타지이고, 스팀펑크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이언스 판타지죠. 두 장르는 많은 논란을 일으킵니다. 하드 SF 독자들은 스페이스 오페라와 스팀펑크가 사이언스 픽션을 가장한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일축해요. 두 장르 모두 우주선이나 비행선, 로봇이나 인조인간, 외계인이나 유사 인간을 이야기하나, 결국 그것들은 외삽법적인 상상이 아니라 활극을 뛰우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과학적인 패러다임보다 영웅 신화에서 출발하고, 스팀펑크는 기괴한 과학과 으시시한 흑마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소프트 생체 로봇이 투박하고 묵직한 증기 기관 스팀펑크와 어울릴 수 있을까요.] 키스 로버츠가 쓴 은 증기 자동차를 표지 그림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 번역판은 굳건한 증기 자동차가 굴뚝에서 연기를 뭉클뭉클 뿜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번역판 이외에 다른 판본들 역시 증기 자동차를 빼먹지 않아요. 각자 차이는 있으나, 다들 증기 자동차가 전진하는 장면을 보여주죠. 은 카톨릭이 영국을 지배하는 대체 역사이고, 어떤 판본들은 종교 전쟁을 보여줍니다. 사실 소설 속에서 진정한 봉사를 위해 성직자들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이 나오고요. 그렇다고 해도 증기 자동차가 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겠죠. 비단 만 아니라 수많은 스팀펑크들은 묵직하고 강력하고 튼튼한 증기 장비들을 ..
치어리 프리스트가 쓴 는 스팀펑크 소설입니다. 좀비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스팀펑크 소설이죠. 배경은 남북 전쟁 초기 같습니다. 북미 사람들은 추운 북부에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대박을 잡기 위해 다들 추운 북부로 떠납니다. 스팀펑크답게 굴착기를 이용해 사람들은 땅을 팝니다. 하지만 그때 지하에서 유독한 기체가 퍼졌습니다. 그 기체는 사람들을 죽이고 좀비들로 바꾸었죠. 저는 를 읽은 적이 없고,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스팀펑크와 좀비 아포칼립스를 결합한 소설로서 는 꽤나 인기를 끄는 듯합니다. 출판 날짜는 2009년입니다. 흠, 2009년. 소설 가 2006년에 나왔죠. 그 이후 좀비 아포칼립스가 크게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나 같은 소설들 역시 201..
[영화 예고편의 한 장면. 스팀펑크는 상상 과학과 마법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SF 독자들과 판타지 독자들은 똑같은 작가들을 사랑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나 닐 게이먼, 테리 프래쳇, 로저 젤라즈니, 앤 맥카프리, 조지 리처드 마틴은 양쪽에서 모두 사랑을 받습니다.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이런 작가들을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로저 젤라즈니나 조지 마틴은 분명히 SF 작가인 동시에 판타지 작가입니다. 잭 밴스 같은 작가는 사이언스 픽션과 서사 판타지에서 모두 커다란 흔적을 남겼습니다. SF 소설과 서사 판타지 소설은 환상 소설이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들어가고, 19세기 이전에 서로 비슷한 종류였습니다. 19세기에 윌리엄 모리스 같은 작가는 낭만적인 중세 판타지를 노래하는 동시에 유토피아 문..
[게임 의 언폴른. 나무 외계인에게도 '인간 형체'는 필요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검마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종족은 호전적이고, 어떤 종족은 평화적입니다. 어떤 종족은 대의 제도를 시행하고, 어떤 종족은 왕을 숭배하죠. 어떤 종족은 포유류 형태이고, 어떤 종족은 파충류 형태에요. 어떤 종족은 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어떤 종족은 뛰어난 신체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합니다. 이런 수많은 종족들은 스페이스 오페라나 검마 판타지가 얼마나 많이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 좌우합니다. 그런 다채로움은 작품을 보다 돋보이게 하고요. 종족들은 서로 성향이나 관습이 다르고, 이런 성향이나 관습이 부딪힐 때,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등장인물들이 한층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나 검마..
허버트 웰즈는 우리나라에서 과 , , 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네 소설들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웰즈가 다른 소설들을 썼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듯합니다. 웰즈는 저런 암울하고 기이한 소설들 외에 유토피아 소설이나 비경 탐험 소설에도 손을 댔습니다. 비슷하게 쥘 베른 역시 나 , 같은 소설들 외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나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만약 어떤 작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작가가 쓴 다양한 소설들을 탐구해야 할 겁니다. 특히, 단편 소설들은 양이 꽤나 많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죠. 그런 관점에서 는 참으로 반가운 책입니다. 이 책은 허버트 웰즈가 쓴 여러 단편들과 중편..
[양쪽은 똑같은 내용을 다루나, 두 소설 표지 그림은 서로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소설 은 의 재편입니다. 두 판역 모두 차이나 미에빌이 쓴 '첫째 바그-라그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각자 다르고, 그래서 제목 역시 다른 듯하군요. 퍼디도라는 발음보다 페르디도라는 발음이 뭔가 더 스팀펑크 판타지에 어울릴 것처럼 들립니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두 소설은 표지 그림 역시 다릅니다. 은 조류 인간 가루다가 높은 건물 위에서 뉴크로부존 도시를 둘러보는 장면입니다. 음울하고 추악한 소설 내용을 반영하는 듯하군요. 반면, 은 좀 더 스팀펑크에 가깝습니다. 좀 더 밝고 따스한 느낌이에요. 지저분하고 참혹한 소설 내용과 별로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팀펑크 장르가 (19세기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