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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상상 과학과 마법이 부딪힐 때…. 본문

SF & 판타지/스팀펑크, 사이언스 판타지

상상 과학과 마법이 부딪힐 때….

OneTiger 2018. 1. 17. 19:52

[영화 <황금 나침반> 예고편의 한 장면. 스팀펑크는 상상 과학과 마법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SF 독자들과 판타지 독자들은 똑같은 작가들을 사랑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나 닐 게이먼, 테리 프래쳇, 로저 젤라즈니, 앤 맥카프리, 조지 리처드 마틴은 양쪽에서 모두 사랑을 받습니다.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이런 작가들을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로저 젤라즈니나 조지 마틴은 분명히 SF 작가인 동시에 판타지 작가입니다. 잭 밴스 같은 작가는 사이언스 픽션과 서사 판타지에서 모두 커다란 흔적을 남겼습니다. SF 소설과 서사 판타지 소설은 환상 소설이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들어가고, 19세기 이전에 서로 비슷한 종류였습니다.


19세기에 윌리엄 모리스 같은 작가는 낭만적인 중세 판타지를 노래하는 동시에 유토피아 문학을 썼습니다. 본격적인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생기기 전에 상상 과학은 환상 소설들 속에서 깨어날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죠. 이렇게 태생이 비슷하기 때문에 여러 작가들은 사이언스 픽션과 서사 판타지 사이를 오갑니다. 아마 이런 경향은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작가들이 두 경계를 건너고, 심지어 두 경계를 허물지 모릅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서사 판타지가 만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겠죠.



덕분에 상상 과학과 마법은 서로 부딪히곤 합니다. SF 소설과 서사 판타지 소설에서 상상 과학과 마법은 똑같이 세계를 작동하는 원리이고 중점적인 소재입니다. SF 소설과 서사 판타지 소설에서 과학자와 마법사는 가장 핵심적인 활약을 담당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초기의 본격적인 SF 소설입니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죠. (인조인간의 이름이 아닙니다.) 아무 이유 없이 초기의 본격적인 SF 소설이 과학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우지 않았을 겁니다. 유명한 <반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회색의 간달프일 겁니다.


사실 <호빗>과 <반지 전쟁>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인물은 회색의 간달프가 유일무이하죠. 이는 마법사가 서사 판타지에서 아주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반증일 겁니다. 비록 간달프가 일반적인 검마 판타지들의 마법사와 다르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은 간달프가 제일 중요한 등장인물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것 같습니다. 과학자와 마법사가 중요하지 않은 SF 소설들과 서사 판타지 소설들 역시 많습니다. 과학자나 마법사가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SF 소설이나 서사 판타지 소설은 너무 고루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나 마법사가 환상 소설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상상 과학과 마법은 서로 비슷한 위상을 차지합니다. 환상 소설 속에서 서로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상상 과학과 마법은 부딪힐지 모릅니다. 누가 세계를 움직이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상상 과학? 마법? 상상 과학은 인조인간과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설과 유전자 조작을 늘어놓고, 이것들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할 겁니다. 마법은 요정들과 신비한 지팡이와 고서들과 드래곤을 보여주고, 이것들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할 겁니다. 환상 소설 속에서 인조인간과 요정은 서로 부딪히고, 자동화 시설과 신비한 지팡이는 서로 대립하고, 유전자 조작 생명체와 드래곤은 서로 다툴지 몰라요.


누군가는 유전자 조작 생명체를 응원할 테고, 누군가는 신비한 지팡이를 응원하겠죠. SF 작가들 역시 그런 조합이나 대립이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여러 소설들은 그런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환상 소설 속에서 과학자와 마법사가 토론한다면, 누가 이길까요. 환상 소설 속에서 인조인간과 골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요. 대중들은 상상 과학과 마법 중에서 뭐가 더 지배적인 이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이는 철딱서니 없는 물음일지 모르나, 사이언스 픽션과 서사 판타지라는 장르를 좀 더 파고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는 소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설정일 될 수 있어요. 어떤 소설이 마법을 묘사한다면, 결국 그 소설은 판타지가 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소설은 마법을 묘사하는 동시에 상상 과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소설이 상상 과학에 비중을 좀 더 둔다면, 그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의 분위기를 풍길지 모릅니다. 그런 소설은 일반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나 서사 판타지보다 훨씬 독특한 느낌을 우러낼 수 있겠죠. 그래서 온갖 사이언스 판타지들은 주저하지 않고 상상 과학과 마법을 뒤섞습니다.


특히, 스팀펑크는 기술적인 진보와 강령술이 뒤섞이는 19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상상 과학과 마법을 훨씬 수월하게 조합할 수 있어요. 스팀펑크는 최신 과학 기술을 과거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걸 무리 없이 마법과 병합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스팀펑크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나 다른 사이언스 판타지들 역시 그럴 수 있으나, 스팀펑크는 다른 사이언스 판타지들보다 훨씬 고풍스럽게 보이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마법을 남발할 수 있죠. 물론 상상 과학과 마법을 조합하는 창작물들이 무조건 스팀펑크를 이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스팀펑크가 제일 편리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 상상 과학과 마법이 서로 부딪힐 때, 누가 이길 것인가? 당연히, 아주 당연히 상상 과학이 이기겠죠. 요정이나 신비한 지팡이나 주문 두루마리나 드래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저는 인공 지능과 인조인간과 유전자 조작 생명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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